지난해 동학개미 열풍으로 증권사들이 실적 잭팟을 터뜨리면서 그에 걸맞은 풍성한 배당잔치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 배당 계획을 밝힌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러면서 한동안 배당을 접었던 일부 증권사들의 배당 재개 여부도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다만 올해 역시 온기가 이들 전반으로 확산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 배당 계획 밝힌 증권사들, 곳간 '활짝'
지난 22일까지 2020회계연도 배당 계획을 밝힌 증권사는 4곳으로 교보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배당 결정 공시를 냈다. 이들 증권사는 공통적으로 직전연도보다 배당금이 크게 늘어났다.
보통주 기준으로 삼성증권은 1700원에서 2200원으로, 메리츠증권은 200원에서 320원으로, 교보증권은 400원에서 450원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345원에서 550원으로 각각 늘었다. 메리츠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는 전년 대비 60%에 달하는 증가세다.
시가배당률도 크게 높아졌다. 시가배당률은 배당금이 주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증권사들의 배당 공시 당시 명시된 시가배당률은 주주명부폐쇄일 2매매 거래일 전부터 과거 일주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형성된 종가의 산술평균가격에 대한 주당배당금 비율로 2019년 4~5% 선에서 최대 7~8%선으로 높아졌다.
이처럼 배당금이 크게 늘어난 데는 그만큼 지난해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낸 덕분이다. 증권사 대부분은 지난해 코로나 19 여파에도 불구, 동학개미 열풍으로 증시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브로커리지 수익 호조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맛봤다.
◇ 호실적 증권사들, 배당 확대 기대 만발
배당 공시를 한 증권사들 외에도 매년 배당을 꾸준히 실시해온 증권사들의 배당금액은 지난 2019년 대비 큰 폭의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배당금을 밝히지 않았지만 기존에 배당을 실시해온 대부분의 증권사가 배당금을 높일 전망이다.
세전 이익 1조원에 달하는 이익을 거둔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지난해 5월 코로나19 여파로 배당성향 25%이상 유지 정책을 수정한 바 있지만 큰 폭의 실적 증가로 기존 정책을 고수할지 주목받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8회계연도에 보통주 1주당 220원의 배당을 했고 2019회계연도에는 26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7000억원 대의 순익을 거둔 키움증권도 배당금을 한껏 높여잡을지 주목된다. 2018년과 2019년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은 각각 1500원과 2000원으로 배당을 꾸준히 높여오고 있다.
증권주 가운데서는 배당 매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어온 NH투자증권과 대신증권도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터라 고배당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2018, 2019회계연도에 각각 주당 500원의 배당을 실시했고 대신증권은 2018회계연도 620원에서 2019회계연도엔 1000원으로 높여 배당을 실시했다.
◇ 배당 재개 온기 확산은 '아직'
한동안 배당을 하지 못했던 증권사들의 배당 재개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한화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의 경우 각각 2015년회계연도와 2014회계연도부터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두 증권사 모두 배당 재개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호실적을 거뒀지만 배당재원인 이익잉여금이 과거 배당을 했던 수준을 아직 넘어서지 못하면서 쉬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2014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후 배당이 끊겼고 2015년 대주주 변경과 함께 유안타증권으로 사명이 변경된 후 매년 흑자를 지속해왔지만 2018년에야 결손금을 털어내면서 이론적으로 배당이 가능한 상태가 됐다.
하지만 옛 동양증권의 경우 동양 사태 이전까지 배당재원인 이익잉여금이 4000억~5000억원 수준에서 유지됐다.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익잉여금이 24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연간 기준으로 3000억원 선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연간 이익이 600억원대로 오히려 전년 대비 순익이 크게 줄어든 데다 지난해 이익잉여금이 2000억원을 넘어서긴 했지만 과거 유상증자 당시 액면 미달 발행으로 대규모 주식할인발행차금이 유지되면서 배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주식할인발행차금은 2500억원 대로 전년 수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이익잉여금이 25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3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식할인발행차금 상각 개시를 위해서는 이익잉여금 규모를 훨씬 더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