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새내기주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이 상장 한 달 만에 코스피200에 조기 편입된다. 증권가에선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면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공매도의 타깃이 되면서 주가가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지난해 신설된 K-뉴딜지수도 9월 정기 변경을 맞아 구성 종목이 변경된다. 3월에만 종목 변경을 하던 코스피 시가총액 규모별 지수는 올해부터 9월에도 종목 변경에 나선다.
지수 편출입이 예정된 종목들은 패시브 자금의 유출입에 따라 주가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커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카뱅·크래프톤, 코스피200 조기편입 영향은?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은 9일 코스피200 지수에 특례 편입될 예정이다. 코스피 신규 상장 종목은 상장일부터 15거래일 동안 평균 시가총액이 코스피 50위 이내일 경우 특례로 코스피200에 조기 편입된다.
지난달 6일과 10일 각각 코스피에 데뷔한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은 상장 후 시가총액이 평균 30조원, 20조원을 넘으면서 일평균 시가총액이 적은 락앤락과 JW중외제약 대신 이달 지수 조기 편입이 결정됐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 규모는 상장지수펀드(ETF)만 15조원에 달하고 인덱스 펀드와 연기금 등 벤치마크 자산까지 포함하면 6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편입으로 코스피200 추종 패시브 자금 중 일부가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에 유입될 ETF와 인덱스 펀드 등 펀드 자금만 1500억~18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연기금 등의 자금을 합하면 최대 35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지수 편입 효과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은 "연기금 등 국내 기관이 상장 이후 최근까지 꾸준한 매수세를 보이는 것을 봤을 때 지수 편입 관련 매매 수요가 유입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거래대금 대비 예상 매입 수요도 많지 않은 수준이어서 편입 효과는 이미 상당히 반영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200에 포함되면서 공매도 대상이 된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공매도를 재개하면서 대상 종목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구성 종목으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그간 공매도 리스크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던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주주들은 본격적으로 공매도 세력과의 전면전에 나서게 됐다.
중형주로 미끄러진 10종목…되레 웃는다
코스피 시가총액 규모별 지수도 9일 구성 종목을 바꾼다. 지난해까지는 3월에 한 차례만 정기 변경을 시행했지만 올해부터는 3월과 9월 두 차례 시행한다. 종목 변경에 따라 오는 10일부터는 변경된 지수가 적용된다.
코스피에 상장한 종목 중 최근 3개월 일평균 시가총액 상위 100위까지는 대형주로, 101위부터 300위는 중형주, 나머지는 소형주로 분류된다. 심사대상 기간에 신규 상장한 종목은 제외돼 지난 6월 이후 상장한 종목은 심사에서 빠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 F&F 등 새롭게 상장한 3개 종목은 이번 정기 변경에서 단숨에 대형주 자리를 꿰찼다. 팬오션, 메리츠증권, 씨에스윈드, 현대오토에버, 효성티앤씨, 대우건설, 현대미포조선 등 7개 종목은 중형주에서 대형주로 한 단계 올라섰다.
또 PI첨단소재와 명신산업, 솔루엠 등 6개 종목이 중형주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고 SBS, LG헬로비전, 대한제강 등 9개 종목은 소형주에서 중형주로 자리를 옮겼다. 반면 CJ, 두산퓨얼셀, SK케미칼 등 10개 종목은 대형주에서 중형주로 내려앉았다.
소형주에 편입된 종목은 총 19종목으로, 화승알앤에이와 엔에이치스팩19호가 신규상장 종목 자격으로 새롭게 편입됐고 17개 종목은 중형주에서 소형주로 이동했다.
시가총액 규모별 지수 정기 변경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종목은 대형주에서 중형주로 하향 편입되는 종목이다. 이들 종목에 대한 수급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허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주 지수에서 제외된 종목들은 중형주 지수에서 최상위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형주 펀드들이 대부분 '대형주 지수'가 아닌 '코스피200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 데 비해 중소형주 펀드들은 '중형주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아 패시브 자금의 유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뉴딜지수 종목 변경, 영향 미미할 듯
지난해 9월 세상에 나와 이달 첫 돌을 맞은 KRX BBIG K-뉴딜지수도 정기 변경에 나선다. KRX BBIG K-뉴딜지수는 KRX 2차전지 K-뉴딜지수, KRX 바이오 K-뉴딜 지수, KRX 인터넷 K-뉴딜 지수, KRX 게임 K-뉴딜지수 등 4개 지수의 시가총액 상위 3종목씩 총 12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이들 지수는 다시 각 섹터의 시가총액 상위 10개 업종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로 구성된다.
KRX BBIG K-뉴딜지수에는 카카오게임즈와 SK바이오팜이 빠지는 자리를 크래프톤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채우고 KRX BBIG K-뉴딜지수에는 천보 대신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KRX 바이오 K-뉴딜지수에는 신풍제약과 씨젠의 자리를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이 대체한다.
KG이니시스는 알서포트 대신 KRX 인터넷 K-뉴딜지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크래프톤과 데브시스터즈는 KRX 게임 K-뉴딜지수에 새롭게 포함된다. 위메이드와 넵튠은 KRX 게임 K-뉴딜지수에서 빠진다.
K-뉴딜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이번 변경으로 새롭게 편입된 종목에도 유입될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K-뉴딜지수를 추종하는 ETF 자금은 현재 약 1조4000억원 규모로 크게 늘어났다"며 "자금 대부분이 BBIG, 2차전지에 집중돼있어 나머지 지수 편입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들 2개 지수 변경 종목도 거래가 활발한 대형주여서 지수 편입에 따른 수급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