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금융당국은 더욱 강력한 규제 권한이 필요하다며 비트코인 ETF를 쉽게 승인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인 반면 금융투자업계에선 연내 승인을 낙관하면서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ETF 출시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으면서 그 대체재로 가상화폐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상품이 부각하고 있는데요. 비트코인의 가격 흐름과 유사한 주가 추이를 나타내는 ETF를 통해 간접적인 투자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강도 규제 vs 장밋빛 전망
가상화폐를 둘러싼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 수위는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개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미국 투자자들의 이익 균형을 맞추면서 불안정한 암호화폐 시장을 통제하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국의 태도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금융투자업계에선 비트코인 ETF와 관련한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활발한 거래와 다른 국가들의 관련 상품 출시 등을 고려할 때 미 당국이 결국 비트코인 ETF를 승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소속의 마이크 맥글론 상품 분석가는 "미국은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한 캐나다를 따라갈 개연성이 크다"면서 "오는 10월 말이면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기초로 한 ETF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비트코인 ETF 신청 건수가 이미 30건을 넘어선데다 막대한 자금이 미국, 특히 캐시 우드의 아크 인베스트먼트로부터 유출돼 캐나다로 빠져나가는 상황을 미 당국이 주시만 하고 있진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가상화폐 산업 ETF가 '대안'
미국 월가의 시각과는 달리 국내 증권가에서는 비트코인 ETF 출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어느 정도 제어하면서 간접적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ETF가 이미 있기 때문이죠. 바로 글로벌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산업에 투자하는 ETF입니다.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관련 ETF는 총 6종 정도로 추려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앰플리파이 트랜스포메이셔널 데이터 셰어링 ETF(BLOK)'를 비롯해 ∆글로벌 엑스 블록체인 ETF(BKCH) △퍼스트 트러스트 스카이브릿지 크립토 인더스트리 앤드 디지털 이코노미 ETF(CRPT) △비트와이즈 크립토 인더스트리 이노베이터스 ETF(BITQ) △반에크 벡터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셔널 ETF(DAPP) △비리디 클리너 에너지 크립토-마이닝 앤드 세미컨덕터 ETF(RIGZ) 등이 있습니다.
큰 틀에서 보면 BLOK는 가상화폐 거래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고, BITQ는 암호화폐 채굴 기업, CRPT의 경우 관련 플랫폼에 주로 집중하는 ETF입니다. DAPP와 BKCH는 채굴 및 플랫폼 기업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중점을 두고 있고, RIGZ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친환경 채굴 기업과 반도체칩 관련 종목에 투자하게 끔 설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BLOK를 제외한 5개 ETF가 모두 올해 상장한 새내기 상품들입니다. 아직 유의미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진 않지만 환금성을 고려했을 때 펀드 규모나 거래량 면에서 월등한 BLOK를 가상화폐 산업 관련 간판 펀드로 내세울 수 있습니다.
최근 가상화폐 규제 강화와 같은 악재성 이슈로 인해 단기 수익률은 부진한 편입니다. 글로벌 ETF 정보 제공 서비스 'ETFDB닷컴'에 따르면 BLOK의 최근 한 달 및 석 달 성과는 각각 –6.73%, -0.79%로 모두 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단 올해 들어서는 32.79%의 성과를 올리고 있고 1년과 3년 수익률은 각각 96.45%, 142.16% 등으로 양호합니다.
이는 비트코인의 가격 흐름이 관련 ETF 성과에 반영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인데요. 비트코인 강세장이 연출됐던 시기에는 수익률이 좋은 반면 약세 기조로 전환된 최근에는 저조한 편이죠.
BLOK외 다른 ETF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따라서 비트코인 가격과 큰 연동성을 보이는 이 상품들이 비트코인 ETF에 대한 SEC의 정식 승인 전까지 간접 투자 효과를 낼 수 있는 투자처로 거론됩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자산운용사의 비트코인 ETF 승인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며 "SEC는 승인 심사를 미뤄왔으나 연내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적절한 감독기준이 미비한 현 상황에서 비트코인 ETF의 즉각적인 출시 가능성은 낮다"면서 "출시 승인 전까지는 암호화폐 산업 ETF가 비트코인 ETF의 적절한 대체재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