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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쪼개기 상장'…새 정부서 해법 나올까

  • 2022.04.22(금) 09:39

최근 11년 물적분할 비중 전체 분할의 80% 육박
과도한 규제 불필요 vs 주주 보호 방안 마련 시급

LG에너지솔루션이 쏘아 올린 물적분할의 여파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정치권에서는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학계에서는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반면 기업들은 물적분할을 규제하는 건 과도하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유관기관들도 상반된 입장을 내걸고 있어 내달 집권하는 새 정부에서 어떻게 정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쪼개기 상장' 기업가치에 부정적일까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집계된 기업분할 공시 건수는 총 482개다. 이 가운데 물적분할이 376건으로 인적분할(82건), 복합분할(24건) 대비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물적분할은 최근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대기업 및 일반 기업에서 실시한 물적분할은 172건이다. 2017년 이후 작년까지는 200건으로 늘었다.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물적분할이 일반 기업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 기간 대기업 집단에 속하지 않는 일반기업이 실시한 전체 분할 건수는 168건이다. 이중 150건이 물적분할로 전체 규모의 90%에 육박한다. 주주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 동시 상장 건수는 최근 11년간 17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 기간 상장한 788개 기업중 기존 상장기업의 지배를 받는 기업은 157개사로 집계됐다. 물적분할후 동시상장에 있어 초미의 관심사로 분류되는 기업 가치에 대한 영향은 대체로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 상장 이후 모기업의 가치는 자회사의 57%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자본시장연구원(자본연)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고 할 수 있다"며 "이는 동시상장에 따른 모회사 할인 효과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깊어지는 대결 구도  

이해 관계자들간 입장은 극명히 엇갈린다. 물적분할을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쪽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제단체쪽에서는 물적분할에 대한 규제는 순기능을 외면한 처사라고 반박한다.일각에서 제기되는 지배주주의 사익편취 수단이라는 비판에도 공감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 수단 및 자금조달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물적분할후 상장을 선택했을 뿐 지배구조·모럴해저드 문제로 보기 어렵다"며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수단, 자금조달 방안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물적분할의 순기능은 외면한 채 소액주주 보호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나머지 경제단체도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과도한 규제에 대해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전체적인 기업 가치를 키워줘야 하는데 기업의 손발을 묶는 것은 기업이나 주주 모두 역효과만 낼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학계의 입장은 확연히 갈린다. 특히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은 모회사의 신사업에 주목해 투자를 결정한 주주들로부터 의결권을 강탈해 가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의견이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에서 성장이 예상되는 사업이 있어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투자했는데 갑자기 분할하는 것은 앙꼬없는 찐빵을 먹으라는 것"이라며 "주식매수청구권이나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등 선택권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실제 물적분할은 인적분할과 달리 신생 자회사의 지분을 모회사가 100% 보유하는 기업 분할 방식이다. 분할 자회사는 모회사에 귀속되기 때문에 지배력이 유지된다. 그러나 기존 모회사 주주들은 신생법인이 새로 발행한 주식을 받을 수 없다. 

신생법인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주주들은 의결권을 강탈당하는 셈이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신주 우선 배정안' 등을 소액주주 손실 보전 대안으로 내놓은 바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유관 기관 사이에도 입장 차 

쪼개기 상장과 관련해 유관기관 사이에서도 입장 차가 관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과 관련한 제도 개선 의지를 나타낸 반면, 한국거래소는 기업들의 자율 경영 행위를 침해할 수 있다며 규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전달했다.

당시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본부장보는 "물적분할과 모자회사 동시상장은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 활동의 하나"라며 "세계 어느 국가도 관련 규제를 하는 경우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만약 이를 엄격하게 규제할 경우 국내 기업들이 우량 자회사의 해외상장을 추진하는 등 한국 시장을 이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거래소의 주장과 관련해 금융위는 동의하는 측면도 있지만 대체로 투자자 보호 수준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정적으로 분할 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의사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하는 만큼 이에 대한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물적분할 및 동시상장으로 단기적인 주가 하락이 있을 수 있고 물적분할 결정 과정에서 소외된 주주에 대해서도 이해 관계 조정 차원에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보장하는 장치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유의미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본연의 발표를 통해 물적분할과 모자회사 동시상장이 기존 모회사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관계부처 협의와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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