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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 들어간 금융감독체계 개편…'현안에 밀리네'

  • 2022.04.28(목) 10:18

급물살 탔던 개편 논의 일단 '테이블 밖으로'
당면과제 산적…당분간 현 체제 유지

20대 대통령 선거 직전 급물살을 탔던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막상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쏙 들어간 모양새다. 전 세계적 긴축 기조와 금리인상 등 금융시장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와 경기 하방 압력 등 현안이 산적한 영향이다.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정부 조직개편을 윤석열 당선자 취임 이후로 유보한 것 또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엔 힘을 빼는 대목이다. 이에 현행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체제는 당분간 큰 변화없이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선거 땐 뜨거운 감자…인수위 꾸려지자 "조직 개편 논의 없다"

인수위는 지난 27일 정부 조직 개편을 논의하지 않고 있음을 다시 한번 공식화했다. 박순애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정부 조직 개편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며 "새정부 출범과 함께 민·관 합동 정부조직진단반을 구성하고, 진단 결과가 조직 개편 과정에 건의·활용될 수는 있다"고 밝혔다.

앞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정부 조직개편 문제는 인수위 기간중 조급하게 결정해서 추진하기보다는, 국내외 경제 문제 등을 고려해 민생 안정 같은 당면 국정 현안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이번 대선에서 대두된 주요 이슈중 하나였다. 금융산업의 성장을 내세워 규제 완화를 추구하는 '정책' 기능과 이 과정에서의 부실과 사고를 막으려는 '감독' 기능이 충돌한다는 지적에 시장은 물론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었다. 무엇보다 2019년 터진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현행 금융위-금감원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골자는 금융위의 정책기능을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해 금융감독 기능을 독립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여야 의원별로 곁가지는 조금씩 다르지만 과감한 '헤쳐 모여'를 통해 대대적인 개편에 나선다는 큰 흐름은 같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제3의 기구를 만들자는 주장까지 등장했던 게 이번 대선이다. 

그러나 막상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되고 인수위가 꾸려지면서 그간의 논의는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금융위의 인수위 업무보고는 물론 이달 1일 간담회 형태로 이뤄진 금감원의 인수위 접견에서도 체계 개편 관련 안건은 다뤄지지 않았다. 새 정부가 꾸려진 이후 조직 개편 범위에 금융당국이 포함될지도 미지수다.

가계부채 등에 뒷전 영향…"지금이 골든타임인데"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이처럼 뒷전이 된 건 일차적으로 당면 현안에서 우선순위가 밀리기 때문이다. 정책 및 감독 당국 개편이 아니더라도 현재 금융권에는 난제가 수두룩하다.

사상 최대로 불어난 가계부채 해결을 비롯해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종료 여부, 이에 따른 부실 처리 방안 등에 대한 답안지를 시장은 기다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 2020년 4월 시행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를 지난달 종료하려 했지만, 오미크론 변이 재확산 속에서 인수위 요청 등을 감안해 오는 9월까지로 연장한 상태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폐지를 공약한 여성가족부가 인수위에 그대로 포함되는 등 조직 개편 논의가 '일시 정지' 상태인 점에선 오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슈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는 판단이 깔린 게 아니냔 의견도 제기된다. 인수위가 조직 개편 유보를 공식화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차기 정부에서도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전례로 봤을 때 정부 조직 개편은 정부 출범 초기에 이뤄지지 않는 이상 좀처럼 탄력을 받기 어려워서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금융감독체계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독립 기구를 따로 설치하려 했지만, 금감원 내에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두는 것으로 정리됐다. 문재인 정부 역시 금융위와 금감원의 기능 분리를 위한 '금융관리와 감독체계 개편'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했지만 결국 추진되지 못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확실히 대선 이전만큼 이슈가 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내부적으로도 다른 시급한 현안이 많아 상대적으로 신경을 크게 쓰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규제 등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 (개편 논의는) 우선순위가 밀리는 게 사실"이라며 "정부 출범 초기가 골든타임인 만큼 계속 주시는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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