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증권이 조용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긴축과 인플레이션 파고에 증시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이 급감했지만 유독 토스증권에 대해서는 동·서학개미의 러브콜이 늘어난 덕분이다.
올해가 출범 2년차인 만큼 아직 수익 규모 자체는 주요 증권사들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만 그 증가폭이 매우 가팔라 향후 움직임에 이목이 쏠린다.
거래대금 감소에도 수익 급증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스증권의 올해 2분기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11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17배 이상 폭증했다. 작년 2분기 시작점이 출범 한달째였단 점을 감안해, 올해 1분기 54억원과 비교하더라도 이번 수익은 2배 넘게 급증한 규모다.
지난해 말 시작한 해외주식 서비스 부문에서도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36억원 수준이던 외화증권 수탁수수료가 2분기 100억원가량으로 껑충 뛴 것이다.
토스증권의 이같은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연초부터 긴축과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커진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증시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주요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익은 일제히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1분기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감소했다. 2분기는 1분기보다도 13% 줄어 17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 기준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상위 5개 증권사(키움·미래에셋·KB·NH투자·삼성증권)의 전년 동기 대비 이 부문 수익 평균 감소폭은 39%가 넘었다. 특히 삼성증권의 경우 상반기 브로커리지 수익이 같은 기간 반토막(-49%) 났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올해 들어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잔뜩 위축됐지만 자사 거래대금만큼은 꾸준히 증가했다"며 "특히 해외주식은 론칭 반년 만에 월활성이용자수(MAU)가 110만명까지 늘어났고, 시장점유율 또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MZ세대 타깃해 해외주식 승부수
물론 신생 증권사인 까닭에 전체 수익 규모는 아직 다른 증권사와 비교하기 어렵다. 다만 앞서 보듯 브로커리지 부문에서의 빠른 성장세는 시장의 기대감을 키운다. 토스와의 연계성이나 단순하고 편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 또한 강점으로 꼽힌다.
이경은 KB증권 연구원은 "별도의 앱 없이 기존 토스에서 거래가 가능하다는 가장 큰 장점"이라며 "금융상품 라인업은 아직 타사 대비 제한적이지만, 기존에 없던 틈새 상품과 데이터를 통해 전략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 채널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해외주식 투자가 계속 늘고 있는 점도 토스증권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올해 4월 국내 증권사 최초로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시작하는가 하면 MTS에 인공지능(AI) 번역, 자동 환전 기능을 넣는 등 해외주식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해외주식 계좌는 지난해 말 기준 총 491만좌로 전년보다 2배, 2019년 대비로는 6배 급증했는데 MZ세대에 해당하는 20~30대 계좌가 절반에 달했다. 20대가 114만좌, 30대가 140만좌로 불과 2년 만에 각각 8.7배, 7.3배 확대된 것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토스증권은 처음부터 MZ세대를 겨냥한 플랫폼을 내세웠다"며 "브로커리지 중개수수료율은 한계수준으로 낮아졌고 금융상품간 차별성은 약화된 상황에서 플랫폼 경쟁력을 갖춘 토스증권은 리테일 경쟁구도 전반을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