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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투자, 제도권 입성 '속도'…'옥석 가리기'도 본격화

  • 2022.12.08(목) 16:32

뮤직카우 이어 뱅카우 등 5곳 '증권성' 인정
자본시장법 적용에 사업구조 재편 필수
투자자 "비즈니스 모델 유지에 의문"

'조각투자'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되면서 이들 투자 플랫폼들의 사업 재편과 그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조각투자에 대한 '증권성' 인정은 곧 투자자 보호 이슈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조각투자 업체들의 발등에는 당장 불이 떨어졌다. 특히 최근 자본시장법 적용 통지서를 받아 든 한우, 미술품 조각투자 업체들은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과 사업구조 재편이 시급해졌다. 일부 업체는 신규 조각투자를 잠시 중단하는 등 조치에 나선 상태다. 

"실물 소유권 분할이라도 제3자가 손익 결정하면 증권"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주 금융위원회는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인 △스탁키퍼(뱅카우)와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인 △테사 △서울옥션블루 △투게더아트 △열매컴퍼니 등 총 5곳의 조각투자가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뮤직카우가 발행한 음악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의 증권성을 인정하며 조각투자의 제도권 진입을 공식화한 지 7개월여 만이다.

조각투자는 투자자 2명 이상이 실물자산이나 그 밖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를 분할한 청구권에 투자해 거래하는 것을 통칭한다. 당국은 이들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에서 지분만큼 청구권을 가지는 조각투자에 대해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지난 4월 마련한 뒤 이를 수정하고 보완해 왔다. 이번 증권성 인정 역시 그 일환이다. 

당국이 판단한 투자계약증권이란 투자자들이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타인이 한 공동사업 결과에 따른 손익을 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이다.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 또한 있어야 한다. 

다만 그간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서 '실물'을 사들인 것이기 때문에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당국은 이에 대해 "실물자산의 소유권을 분할하더라도 투자자 수익에 사업자의 전문성이나 사업활동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증권에 해당한다"고 봤다. 쉽게 말해 '제3자의 노력'에 따라 투자 손익이 결정되면 증권이라는 것이다.  

한우와 미술품 조각투자의 제도권 진입도 이런 배경에서 이뤄졌다. 먼저 스탁키퍼의 한우 조각투자는 송아지 소유권과 함께 사육과 매각, 손익배분을 하는 서비스 계약이 결합해 판매된 만큼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봐야한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테사 등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4곳에 대해서도 미술품 소유권과 더불어 보관 및 관리, 매각, 손익배분까지 고려돼 같은 논리가 적용됐다.

테사·투게더아트, 신규작 판매 중단…"유동성 우려"

조각투자 업체들에 제도권 진입은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적용받을 법과 규제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제도권에 들어오게 된 이상 일반 금융회사에 준하는 투자자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당국은 이들 조각투자 플랫폼 5곳에 대해 자본시장법 적용에 따른 제재를 보류·유예한 대신 앞으로 반년 내에 투자자 보호방안을 마련하는 등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그 결과를 금융감독원에 보고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도산위험과 절연 △투자금을 외부 금융기관에 별도 예치 △유통시장 폐쇄 계획 및 기존 투자자 보호 조치 △설명자료 및 광고기준 △투자자 피해보상 체계 △사업중단 시 제3자 업무수행 체계 등 6가지다. 이들 조건이 선행되지 않으면 업체들은 투자자 신규 모집이나 광고를 일체 할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체 유통시장을 운영하던 테사와 서울옥션블루, 투게더아트의 경우 시장 폐쇄 절차에 들어갔다. 제도권 편입으로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의 분리가 필수가 돼서다. 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동일한 사업자가 조각투자 증권을 발행하면서 동시에 유통시장을 운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 기간이 짧고 별도의 경매시장도 있어 유통시장이 꼭 필요한 경우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당장 '아트투게더' 운영사인 투게더아트는 신규 미술품 공동구매와 조각투자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테사는 신규작 판매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투자자 보호 장치 구비와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당국의 승인 전까지 추가적인 신규작 판매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또 가이드라인에 따라 마켓 서비스 제공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유통시장을 폐쇄하면 그만큼 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테사 플랫폼을 이용하는 한 투자자는 "처음부터 (미술품) 장기 보유를 할 생각이었고 향후 매각차익을 보고 들어간 것이긴 하다"면서도 "지금처럼 유통시장을 막아놓으면 그 자체로 유입되는 자금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법적 테두리에 들어가면서 요구사항이 배가 됐다"며 "앞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다만 조각투자 자체의 제도권 안착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특히 최근 위믹스 상장폐지 사태 등 사실상 규제 공백 상태인 가상자산업계에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조각투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선제적 움직임은 타당하다는 의견이 많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각투자는 기존의 법체계에는 없는 신종 투자이기 때문에 법 적용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컸다"며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은 조각투자 사업자에게는 사업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주고 투자자에게는 대규모 피해를 방지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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