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이 가고 싶은 직장 상위에는 항상 금융권이 꼽힌다. 그 중에서도 증권사는 연봉 잘 주기로 유명한 직군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많은 젊은 세대들이 주식투자에 뛰어들면서 덩달아 증권사 취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비즈워치는 올해 3월 금융감독원에 정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증권사 22곳을 전수 조사해 임원 및 직원의 평균연봉을 들여다봤다. 전체 평균연봉을 단순 나열한 것이 아닌 임원과 직원, 성별에 따른 차이, 개인별 보수차이 등 세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증권사 연봉구조를 면밀히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연봉수치와의 비교작업을 더해 더욱 정교한 연봉시리즈를 기획했다. [편집자]
증권업계에서는 전문경영인이 전면에 나선지 오래다. 지난 2021년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회장이 전문경영인 최초로 회장으로 승진했고,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에 이어 김신 SK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10년째 수장 자리를 지켜 장기 연임 최고경영자(CEO) 반열에 올랐다.
이 때문에 매년 CEO들의 성과 평가를 엿볼 수 있는 연봉 순위가 화두에 오른다. 비즈워치가 12월 결산 증권사 22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총수일가를 제외한 전문경영인으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22명의 지난해 순보수(퇴직급여 제외) 총액은 356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1인당 평균 16억1800만원이었다. 연봉 구성은 기본급 36%, 성과급 62%로 이뤄졌다.
2년 전에도 대표이사였던 19명을 기준으로 전년대비 인상률을 계산해보면 평균 49.2%에 이른다. 기본급이 연간 13.6% 늘어나는 동안 성과급은 64.2% 증가했다.
지난해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 속 증권사들의 전년대비 실적이 반토막이 났음에도 성과급을 책정할 땐 대부분의 회사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한 2021년도 실적만 반영한 덕분이다.
성과급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통상 50~60%를 결산연도 당해 즉시 지급하고(즉시지급분), 나머지를 3년 이상 기간동안 나눠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이연지급분). 이연된 성과급은 주가 등에 연계해 결정한다.
한투 정일문 성과급 5배 인상... CEO 연봉킹
지난해 증권업계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대표이사로 일한 사람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이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다. 그는 지난해 총 55억1800만원을 수령했다. 전년(16억8600만원)과 비교해 3.3배, 동종업계 평균(16억1800만원)과 비교하면 3.4배 높다.
기본급은 8억4900만원으로 1년전과 똑같았던 반면 성과급이 46억69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457.8% 늘었다.
성과급 항목을 살펴보면 2021년 실적을 바탕으로 즉시 지급된 성과급이 41억5900만원에 달한다. 2018~2020년 3년치 이연 성과급으로도 5억100만원이 지급됐다. 이와 별도로 복리후생비 1004만원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성과보수를 당해년도에 40~50%를 현금으로 지급한다. 나머지(50~60%)는 3년에 걸쳐 나눠 지급한다. 정일문 대표가 작년에 받은 즉시 지급분(41억5900만원)은 과거와 비교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이 2021년 1조4474억의 순이익을 내며 업계 1등 타이틀을 거머쥔 영향으로 보인다.
정일문 대표의 이전 연도별 성과급 내역을 살펴보면 현 직함을 단 첫 해인 2019년에 5억4000만원, 2020년에 4억3636만원을 해당연도 즉시 지급분으로 수령했다.
전문경영인 연봉 2위는 미래에셋증권의 최현만 대표이사 회장이다. 그의 지난해 연봉은 51억1300만원으로 전년대비 23.8% 늘었다.
기본급은 16억6700만원으로 동일하게 유지됐다. 성과급은 34억4400만원으로 40.1% 늘었다. 성과급은 2018~2020년 3년치 이연성과급 24억6700만원과 2021년 즉시지급분 9억7800만원으로 구성됐다. 다만 최 대표이사의 퇴직연금 계좌로 성과급이 별도로 지급됐으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3위는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이 차지했다. 1년 전보다 28.5% 오른 37억200만원을 받았다.
기본급은 8억원으로 동일했으나 성과급이 28억7000만원으로 전년대비 38.6% 늘었다.
성과급은 2013~2020년 9년치 이연성과급과 2021년 즉시지급분을 합쳐서 받았다. 연도별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의 정영채 대표이사 사장이 뒤를 이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영채 대표이사는 기본급 5억원과 성과급 19억6500만원을 합쳐 24억7500만원을 받았다. 연봉총액이 전년 대비 383.4% 올랐다. 기본급은 변함없었지만, 성과급이 1년전 0원에서 19억6500만원으로 늘었다.
정 대표이사의 성과급 내역을 살펴보면 2022년 결산에 따른 지급분이 3억6000만원이었다. 아울러 2021년 결산에 따른 3억4300만원을 받아갔는데 2021년 결산 당시 성과급을 수령하지 않은데 따른 조치로 추정된다. 또 2017~2020년 4년치 이연지급분으로 12억6200만원을 수령했다.
인상률 1위 NH 정영채... 삼성, 이베스트는 연봉 깎여
증권업계 전문경영인 가운데 기본급 순위는 유일하게 '회장' 직함인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16억6700만원)가 선두 자리를 지켰다. 김신 SK증권 대표이사(12억원),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이사(9억700만원),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8억4900만원),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8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성과급 순위는 연봉총액 순위와 동일하다. 성과급 1등은 46억6900만원을 받은 정일문 대표이사였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34억4400만원),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28억7000만원),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19억6500만원),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10억9900만원)가 뒤를 이었다.
연봉 인상률이 가장 높았던 CEO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였다. 정 대표이사는 2021년 결산에서 상여금을 한푼도 받지 않은 기저효과로 인상률이 383.4%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227.3%),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이사 사장(89.8%),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 사장(56.5%),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이사(35.4%)가 뒤를 이었다.
연봉이 깎인 CEO도 있다. 삼성증권의 장석훈 대표이사 사장은 작년 19억300만원을 수령했는데 전년대비 17.7% 줄어든 규모다. 기본급은 7억6800만원으로 15.5% 늘었지만, 성과급이 10억9900만원으로 29.8% 줄었다.
장 대표이사는 2022년 실적이 성과급 산정에 반영된 영향으로 전체적인 성과급 총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성과인센티브의 기준이 되는 세전이익이 2021년 1조2883억원에서 2022년 5148억원으로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이밖에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17.2%), 김신 SK증권 대표이사(-9.2%),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3.3%)의 연봉도 전년 대비 줄었다. 김원규 대표이사는 기본급과 상여금이 6.8%, 20.9% 쪼그라들었다. 회사가 작년 9월부터 비상경영의 일환으로 임원 보수와 업무추진비 삭감에 돌입한데 따른 영향이다.
김신 대표이사는 이연성과급이 줄면서 상여금이 40.5% 감소했다. 기본급은 20% 늘었다. 김성현 대표이사 역시 기본급이 3.2% 늘었지지만 성과급이 5.3% 줄었다. KB증권의 경우 2년에 한번 지급하는 장기 성과평가에 기초한 장기성과급 일시금을 작년엔 지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