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연봉은 직급에 따라 받는 기본급과 업무 성과에 연동한 성과급으로 이뤄진다. 성과급은 현금으로만 받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 따라 자기주식(자사주)를 성과급의 일부로 지급한다.
비즈워치가 12월 결산 증권사 22곳의 임원 보수내역을 조사한 결과 대신증권 등기임원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연봉은 30억11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2위 미래에셋증권(등기임원 1인당 평균 23억9000만원)과 현저한 차이가 났다.
대신증권 등기임원들의 평균연봉이 높은 것은 보수내역에 회사 자사주로 받은 상여금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에 따르면 사업보고서에서 임원보수내역을 작성할 때 소득세법 상 급여, 상여,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 퇴직금(퇴직금 한도초과액)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자사주로 받은 상여금을 반드시 보수내역에 포함할 필요는 없다.
대신증권 등기임원 3명이 받은 자사주 상여금을 제외하면 보수총액은 63억9300만원, 1인당 평균연봉은 21억3100만원으로 내려간다. 미래에셋증권(23억9000만원), 한국투자증권(22억5600만원) 등기임원 평균연봉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만큼 대신증권 등기임원 보수에서 자사주 성과급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대신 총수일가, 10년간 자사주 상여금 약 100만주 수령
대신증권 등기임원인 이어룡 회장의 지난해 보수총액은 36억3300만원이다. 보수내역에서는 자사주 상여금 7만3326주가 포함돼 있다. 상여금 지급일인 지난해 12월 29일 종가(1만2900원) 기준으로 현금 환산액은 9억4600만원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받은 성과급(19억800만원)의 절반 가량이 자사주 상여금이다.
이 회장의 장남인 양홍석 부회장의 지난해 보수총액은 39억9300만원이다. 양 부회장의 보수내역에도 자사주 상여금 10만6546주(현금 환산 13억7500만원)가 포함돼 있으며, 역시 성과급 총액(28억3200만원)의 절반 가량이 자사주 상여금이다. 다만 양 부회장은 지난해 2월에도 자사주 상여금 7만7821주를 받았는데 이는 사업보고서상 보수내역에 포함하지 않았다.
총수일가가 아닌 임원들이 받은 자사주 상여금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난해 이 회장, 양 부회장과 함께 자사주 상여금을 받은 오익근 대표이사는 2만4727주(현금 환산액 3억1900만원)를 받았다.
대신증권은 올해 2월 총수일가와 등기임원을 제외하고 일반 임원 및 직원 32명에게도 1인당 평균 1406주의 자사주 상여금을 지급했다. 가장 많은 자사주 상여금을 받은 사람은 박성준 전무(8648주)였다.
자사주 상여금 지급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회사 내부기준에 따라 자사주 상여금을 산정하는데 그동안 회사 실적이 크게 늘어나면서 내부기준에 맞춰 회장과 부회장에게도 상여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또 "성과에 맞춰 자사주 상여금을 지급하는데 이때 임직원 모두 자사주로 받을지 현금으로 받을지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측의 설명처럼 현금을 선호하는 임직원과 달리 총수일가는 상여금을 현금 대신 자사주로 선택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사주 상여금 수령규모가 커보일 수 있다. 다만 이런 영향으로 총수일가가 그동안 수령한 자사주 상여금 누적규모도 상당하다.
대신증권은 최근 10년(2013년부터 올해 2월까지)간 임직원에게 자사주로 상여금을 지급하기 위해 총 16번의 자기주식처분결과보고서(신우리사주제도(ESOP)위한 자사주 처분 제외)를 공시했다. 이 과정에서 대신증권이 처분한 자사주 수량은 329만4511주에 달한다.
이 중 30%인 99만7608주가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과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에게 돌아갔다. 자사주 상여금의 약 3분의 1을 총수일가가 받은 것이다.
이어룡 회장에 이어 대신파이낸셜그룹 후계자 자리에 오를 양홍석 부회장은 본인의 보유지분(517만5034주) 가운데 8%(41만5373주)를 자사주 상여금으로 확보했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대주주가 어떤식으로든 상여금 통해서 자사주를 보유하는 건 책임경영을 명확히 하겠다는 시그널"이라고 설명했다.
원종석 신영증권 회장, 자사주상여금 78% 홀로 받아
자사주 상여금으로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사례는 대신증권 총수일가만이 아니다. 신영증권 원종석 대표이사 회장도 2015년부터 꾸준히 자사주 상여금을 받고 있다.
신영증권은 지난 2015년부터 최근까지 자사주 상여금 지급을 위해 총 9번의 자기주식처분결과보고서를 공시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자사주 상여금 지급을 위해 지난 9년간 자사주 5만4161주를 처분했다.
2015년부터 9번에 걸쳐 원 회장은 4만2046주의 자사주 상여금을 받았다. 총 자사주 처분수량의 78%에 달하는 비중이다. 대신증권 총수일가보다 더 높은 비율이며, 사실상 회사가 지급하는 자사주 상여금의 대부분을 원 회장이 가져간 것이다.
원 회장의 신영증권 보유지분(총 발행주식수(보통주 기준)의 10.4%, 97만1105주)에서 자사주 상여금으로 받은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4.3%다. 꾸준히 자사주 상여금을 수령한 덕분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신영증권은 원 회장의 자사주 상여금 지급 내역을 사업보고서상 보수총액에 포함하지 않았다. 자사주 상여금을 반드시 포함해 연봉을 기재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원 회장은 지난해(신영증권은 3월 결산법인으로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연봉) 14억99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이 중 기본급이 8억4000만원, 현금으로 받은 상여금이 6억5800만원이다. 지난해 3월 받은 3억5000만원 규모의 자사주 상여금 내역은 기재하지 않았다.
신영증권의 지난해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보면 신영증권 역시 내부 기준에 따라 성과급의 상당부분을 주식 또는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주식 상여금 지급 근거 더 구체화해야
자사주 상여금이 경영 성과에 따른 합당한 지급이라 하더라도 살펴볼 점은 있다. 대신증권과 신영증권 모두 자사주를 취득할 때는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꼽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두 회사 모두 취득한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소각하기 보단 상여금으로 지급했고, 지급 대상은 총수일가에 집중됐다.
자사주를 보유한 회사가 주주가치를 높이려면 소각이 핵심이지만, 최근 10년 간 두 회사는 단 한 번도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았다. 취득할 때는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고 자사주 확보 이후에는 상여금으로 지급함으로 인해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에 적지않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영에 참여하는 총수일가가 상여금을 자사주로 받는 것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 규정에서는 임원 등에게 이연지급하는 성과보수는 주식 또는 주식연계상품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현금 지급도 가능하지만 장기 경영성과와 연계하는 방식으론 주식 지급이 더 적합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주가와 연계한 이연성과급이 총수일가만을 위한 제도가 아닌 이상 자사주 상여금을 어떤 경영성과 평가에 따라 지급했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회장, 부회장 직함을 갖는 총수일가가 다른 임원과 비교해 현격히 많은 자사주 상여금을 받아야하는 세부 근거는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