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올 한해 자본시장의 주요 화두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를 꼽았다. 앞서 금융당국도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PF 관련해 보수적 위험관리를 주문한 바 있다.
PF 부실이 본격화되면 국내 건설경기가 직격타를 받는 한편 채권시장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PF 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해온 증권업계로 손실이 넘어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PF 부실 위기, 채권시장 부담으로 작용"
자본시장연구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2024년 자본시장 전망과 주요이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2024년 거시경제 전망 및 주요이슈'를 주제로 발표한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부동산 PF를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
백인석 실장은 "부동산 PF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은 공사비 상승과 주택가격 하락으로 볼 수 있는데 2023년 연평균 공사비가 2020년 대비 27%나 상승했다"며 "2022년말 부동산PF 위기는 증권사와 단기자금 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원인이었다면 2024년에는 PF 사업장과 건설사 위험이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 실장은 "정책당국은 PF 특성을 감안해 건설사의 구조조정과 지원방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수익성이 있는 PF 사업장을 잘 선별하고 원활한 공사 진행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PF위기가 건설업종 뿐 아니라 신용채권시장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4년 자본시장 전망 및 주요이슈'를 주제로 발표한 강소현 자본시장실장은 "부동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신용채권시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신용채권 유형별 만기도래금액은 2024년 412조원으로 2023년(410조원)과 큰 차이가 없다. 유형별로 보면 특수채와 회사채는 증가한 반면 금융채는 11% 감소했다.
강 실장은 "금융채 차환감소로 신용채권시장의 수급부담은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시작으로 PF 부실화 우려가 확대되고, 불확실성 증가가 채권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PF 대신할 수익원 마련 과제
증권업계에서도 PF 위기가 주요 화두다. 증권사들은 관련 충당금 적립으로 실적에 압박을 받는 한편 부동산 PF의 빈자리를 채울 수익원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이효섭 금융산업실장은 '2024년 증권산업 전망 및 주요이슈'를 주제로 발표하며 "PF 부실이 본격화되면 증권사 손실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PF 구조상 필요한 자본이 100%이라고 보면, 시행사가 2~5% 가량 지분투자 형태로 자금을 투입한다. 나머지 95% 이상은 레버리지 즉 대출이 차지한다. 레버리지는 담보인정비율(LTV)이 60~70%로 설정된 선순위 대출과 중후순위 대출로 구성한다. 증권사들은 중후순위 대출 또는 착공 전 집행하는 브릿지론에 주로 참여한다.
이효섭 실장은 "PF 사업 초기에는 수익을 기대했는데 지금와서 평가해보니 30~40%의 평가손실이 예상되고 있다면, 증권사가 주로 집행한 중후순위 채무보증이나 브릿지론에 상당한 투자 손실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원가상승, 건설 경기악화로 PF 부실이 확대되면 채무보증 불일치로 대출을 수행한 증권사에 손실로 전이되고 나아가 시공사 부실, 금융사 연쇄손실로 이어진다는 점"이라며 "증권사들이 관리하는 유동화 증권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단기적으로는 증권사들이 충당금을 늘리고 장단기 미스매칭 위험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정부가 검토하는 건전성 규제 강화 방안에 맞추어 PF 익스포저 비중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수익성 다변화를 어떻게 추구하느냐가 과제다. 이 실장은 "해외 직접투자가 증가하고 있고 국내 토큰증권 상장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중개 허용에 따른 신규 거래 수요가 증권업계의 기회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