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간 정부 차원의 증권범죄 공식신고센터로 사용하던 인터넷 주소(도메인)가 도박 업체에 넘어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금융위원회가 자체 홈페이지 자료에 안내해 오던 문구를 일부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단독]불법리딩방 신고하려 눌렀더니…'도박 사이트'가 떡하니(6월 14일)
비즈워치가 14일 금융위원회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보도자료 및 홍보 메뉴에서 과거 사용했던 증권범죄 공식신고센터 주소를 게재해 놓은 게시물은 총 54건이다. 해당 도메인은 금융당국이 지난 2000년 6월 개설한 인터넷 증권범죄 신고센터(사이버캅, cybercop) 도메인이다. 지금도 금융위 홈페이지에서 사이버캅(cybercop)만 검색해도 관련 자료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도메인은 금융감독원이 관리해온 사이트였지만 어느 시점부터 금감원 자체 사이트 내의 '증권불공정거래신고'에서 불법리딩방 등 자본시장 관련 불공정거래를 신고할 수 있도록 바꿨다.
문제는 해당 도메인이 지금은 인터넷도박사이트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도메인을 관리해왔던 금감원의 관리 부실도 있지만, 상급 기관인 금융위도 아무런 사후관리 절차없이 지금까지 공식 홈페이지내 각종 자료에 해당 도메인을 그대로 안내해 왔다.
누구보다 공신력을 갖춰야 할 정부부처인 금융위 홈페이지에서 몇번의 클릭으로 곧장 인터넷도박사이트로 연결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수년간 방치되어온 것이다.
해당 문제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도박사이트로 연결되는 주소가 담긴 자료는 모두 수정할 예정이며 한국거래소에도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는 14일 해당 도메인(사이버캅, cybercop) 주소가 들어가 있는 일부 자료 문구를 수정, 지금은 금감원이 자체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증권불공정거래 신고메뉴 접속으로 안내하고 있다.(사진)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어떤 이유로 2년이 넘게 지난 보도자료를 수정했는지에 대한 공식 설명 내지 해명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수십년간 자신들이 사용하고 홍보해오던 해당 도메인이 현재 인터넷도박사이트로 쓰이는 상황에 대한 구체적이고 책임있는 대응방향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애초 금융당국이 해당 도메인 사용 중단 및 변경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자 다수의 금융회사들은 과거부터 자사 고객들에게 안내해온 공지사항을 지금까지도 게시중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제대로된 안내와 대응 방안을 생략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금융회사는 자체적으로 관련 내용을 발빠르게 수정했다. 한양증권은 14일 오전 인터넷도박사이트로 연결되는 해당 도메인을 자사 홈페이지 게시물에서 수정하고 정확한 불공정거래 신고·제보센터를 안내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금융위 홈페이지는 물론 다수의 금융회사 게시물에서는 인터넷도박사이트로 연결되는 주소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편 비즈워치 보도 이후 금융감독원은 관련 도메인을 사용중인 인터넷도박사이트를 사행산업감시센터에 신고했고, 사행산업감시센터는 금감원 신고 접수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해당 내용을 신고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