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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지배구조 개편, 금감원은 왜 '분할법인 수익가치' 언급했나

  • 2024.08.29(목) 08:00

금감원, 2차정정 요구‥"분할신설법인 평가 재검토" 언급
두산 측 "밥캣 주가에 시장참여자의 기대수익 이미 반영"
에너빌리티·밥캣 주주 국민연금 주총서 반대 가능성 높아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금융감독원의 두 번째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받으며 제동이 걸렸다.

금감원은 특히 두 번째 정정요구를 통해 분할신설법인의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수익가치(미래 가치)를 제대로 평가했는지 문제 삼았다는 점을 처음으로 분명히 밝혔다.

이번 두산 지배구조 개편은 복잡해보이지만 핵심은 두산밥캣이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분할·합병, 포괄적주식교환, 이후 추가 합병이란 3단계를 거쳐 두산로보틱스와 한 몸으로 만드는게 핵심이다. 

금감원이 언급한 분할신설법인은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지고 있던 두산밥캣 지분(46%)만 따로 떼어내 만드는 투자회사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분할) 곧바로 두산로보틱스에 합치는(합병) 것이어서 분할·합병이라고 한다.

따라서 분할신설법인은 두산밥캣이 에너빌리티에서 로보틱스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다리' 역할을 한다. 금감원이 지적한 것은 이 회사의 가치를 평가한 방식, 궁극적으로 분할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간 합병비율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금감원의 두터운 심사 벽을 넘어 주총까지 이어가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또 하나 있다. 에너빌리티와 밥캣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다. 앞서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SK E&S의 합병에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대표를 던진 만큼, 두산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반대표 행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두산그룹 3단계 지배구조 개편 리뷰

금감원은 지난 26일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두 개의 증권신고서(합병, 포괄적 주식교환)에 대해 2차 정정을 요구했다. 지난 7월 24일 1차 정정요구 이후 한 달여만이다.

먼저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밥캣을 로보틱스로 넘기는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을 리뷰해보면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에너빌리티를 1대 0.25 비율로 인적분할한다. 이때 분할신설법인에 밥캣 지분을 모두 넘긴다.(분할) 분할과 함께 로보틱스와 분할신설법인을 1대 0.12 비율로 합병한다.(합병) 이렇게 하면 밥캣은 에너빌리티 자회사에서 로보틱스 자회사로 바뀐다 (통칭해서 분할·합병) 

②로보틱스가 밥캣의 나머지 주주(54%)를 대상으로 주식교환을 한다. 일부가 아닌 전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포괄적 주식교환이다. 교환비율은 1대 0.63이다. 밥캣 1주당 로보틱스 주식 0.63로 바꿔주는 것이다.(포괄적주식교환) 이렇게 하면 로보틱스는 밥캣을 100% 자회사로 소유한다.

③로보틱스는 100% 자회사로 상장폐지된 밥캣을 합병한다. 이로써 로보틱스와 밥캣은 완전한 한 몸이 된다.(추가 합병)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흐름도. 현재 지분 구조(왼쪽) 두산에너빌리티 분할 및 분할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 합병(가운데) 두산로보틱스가 두산밥캣 포괄적주식교환을 완료한 이후 모습(오른쪽). 이후 로보틱스는 100% 자회사 밥캣을 합병할 계획.

이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와 분할신설법인(에너빌리티에서 떨어져나온 두산밥캣 지분보유 회사)간 합병비율(1대 0.12), 이후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주식교환 비율(1대 0.63)이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에너빌리티 주주는 1주당 0.03주의 로보틱스 주식을 받게 됐다. 이는 분할비율(1대 0.27)과 합병비율(1대 0.12)을 곱해 나온 값이다. 밥캣 주주는 1주당 0.63주의 로보틱스 주식을 받는다. 이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이사회결의일을 기준으로 삼아 시가를 토대로 계산한 값이다.

에너빌리티와 밥캣 주주들은 합병 및 교환비율을 산정할 때 알짜회사인 밥캣이 저평가된 반면 적자회사인 로보틱스의 가치는 고평가 됐다는데 불만을 가졌다.

그럼에도 자본시장법상 상장사인 로보틱스와 밥캣의 교환비율을 시가로 평가하도록 되어있어 문제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금감원은 1차 정정요구 당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규정한대로 합병가액의 10% 범위내 할증·할인을 검토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두산은 정정 신고서에 반영하지 않았다.

두산 측은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이 각자 검토하고 상호 협상해 합의된 바에 따라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지난 26일 배포한 '두산로보틱스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 요구' 설명 자료. 금감원이 특정회사의 신고서에 대한 정정 요구 관련, 별도의 설명자료를 발표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주가에 기대수익 반영" vs "배당수익 반영하면 더 높아질 것"

금감원이 이번 2차 정정 요구를 하면서 밝힌 '분할신설부문(두산밥캣 지분 보유) 수익가치' 평가 문제는 로보틱스-밥캣 주식교환의 앞 단계에서 이뤄지는 로보틱스와 분할신설부분의 합병비율에 관한 것이다. 

밥캣은 현행법상 시가평가 대상인 상장회사이지만 에너빌리티를 분할해 만든 분할신설법인은 비상장회사다. 비상장회사는 본질가치로 합병가액이 정해진다. 본질가치는 현재 자산가치와 미래수익을 추정하는 수익가치를 1대 1.5 비율로 가중평균해 계산한다.

이 가운데 수익가치를 책정할 땐 현금흐름할인법(미래 현금유입액을 측정한 후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과 배당할인법(예상되는 배당금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그러나 두산은 기준시가, 즉 밥캣의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이와관련 두산 측은 현금흐름할인법이나 배당할인법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미 시가(분할신설법인의 자산인 밥캣의 주가)에 시장 참여자들이 기대하는 회사의 미래현금흐름과 기대 배당수익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금감원이 지적한 평가 방식을 사용한다면 분할신설법인의 가치가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아울러 이는 현재 1대 0.63으로 책정되어 있는 로보틱스-밥캣 간 포괄적 주식교환비율 산정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배당할인 모델을 적용했을 땐 연간 500억~600억원을 배당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5000억~8000억원의 가치가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상장법인의 가치가 올라갈 경우 이 회사를 갖고있는 비상장법인의 가치도 더 높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또 생긴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2차 정정 요구 과정에서 두산측에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의사결정 배경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했다. 지배구조 개편을 논의한 시점, 검토내역, 진행과정, 거래시점(이사회 결의일)을 결정한 경위 등을 열거했다. 이는 로보틱스의 주가가 올랐을 때 이사회가 의도적으로 대주주에 유리한 의사결정을 했다는 의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의사결정에 대해 기재한 내용이 두루뭉술하고, 언제부터 구조개편을 논의했고 누가 어떤 내용을 검토했는지 등 구체적으로 기재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두산로보틱스·에너빌리티·밥캣은 모두 9월 25일 임시주총을 열어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합병·주식교환신고서의 효력을 발동시키려면 8월 29일까지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만일 이때까지 정정 신고서를 못 가지고 온다면 주총 일정을 늦춰야 한다.

국민연금 수책위, 두산 구조개편안도 다룬다

만약 두산이 또한번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고 금감원 문턱을 넘더라도 다음 관건은 주총이다.

이때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에너빌리티와 밥캣 지분을 각각 6.94%, 6.49%씩 보유하고 있는 각 사의 2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판단하는 수탁자책임위원회(수책위)는 기금운용본부에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의결권 행사 결정을 논의하기로 했다. 수책위 위원 3분의 1이상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 회부를 요청할 경우 수책위로 의결권행사 권한이 넘어간다.

특히 에너빌리티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 두산그룹은 로보틱스 지분을 68.2% 보유하고 있다. 로보틱스 주총에서 다룰 분할·합병은 특별결의(출석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의 3분의 1이상 동의) 요건이 적용되지만, 두산이 보유한 로보틱스 지분율을 볼때 주총에서 가뿐한 통과가 예상된다.

반면 에너빌리티 주총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두산은 에너빌리티 지분 30.39%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6.94%가 주총 결의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밥캣 지분은 두산(에너빌리티) 46.06%, 국민연금 6.49%이다.SK와 유사하고 매수청구권 이슈도…국민연금의 선택은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두산에너빌리티와밥캣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우선 SK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반대한 선례가 있다. 최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는 SK이노베이션 주주로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대해 반대의견을 권고하며 '주주가치 훼손'을 근거로 들었다. 자신들의 주주로 있는 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두산과 유사한 상황이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가지고 있는 곳은 로보틱스가 아닌 에너빌리티와 밥캣이고, 이 회사들의 가치가 낮게 평가된 것 아니냐는게 지금 벌어지는 논란의 요지다.

똑같은 논리를 적용하고 현재 두산 측이 제시한 합병 및 주식교환비율까지 바뀌지 않는다면, 에너빌리티와 밥캣 주주인 국민연금은 반대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주총에서 반대(최소 기권)표를 던져야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권리를 확보한다는 점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는 근거다.

수탁자 책임활동 지침에 따르면 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경우 반대 또는 기권할 수 있다. 현재 에너빌리티와 밥캣의 주가(28일 종가 기준)는 1만8480원, 4만3500원으로 두산 측이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2만890원, 5만459원)을 밑돈다. 청구권을 행사한다면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높은 이익을 벌 수 있다. 이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할 기회를 먼저 포기한다면 선관주의 의무 소홀로 간주될 수 있다. 

만약 국민연금이 에너빌리티 보유 주식에 대해 전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그 규모는 9292억원으로 두산 측이 매수한도로 제시한 6000억원을 웃돈다. 주식매수청구권행사 규모가 한도를 초과할 경우 두산은 분할·합병의 진행 여부를 재검토할 예정이다. 재무 여력이 안된다고 판단한다면 분할합병계약을 취소할 수도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분율 높은 기관들과 사전 협의가 있을 순 있지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규모가 많다면 무리하게 진행하진 않을 것"이라며 "시장에서 돈이 잘도는 상황은 아니라 차입 등 조달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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