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지난달 중단했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시동을 다시 걸었다. 21일 발표된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자회사 두산밥캣을 인적분할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에 흡수합병하는 '큰 그림'은 유지하되, 분할합병비율을 주주 친화적으로 변경했다.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 반영
이날 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등 3사 최고경영진은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합병비율을 기존 1대 0.031에서 1대 0.043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새 비율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두산에너빌리티 88.5주와 두산로보틱스 4.33주를 받게 된다. 기존 두산에너빌리티 75.3주, 두산로보틱스 3.15주보다 주주 친화적으로 바뀐 것이다.
이를 위해 두산에너빌리티 인적분할과정에서 두산밥캣 분할비율 기준을 순자산(자본)에서 시가(주가)로 바꾸고, 두산로보틱스 합병과정에선 두산밥캣 가치 산정방식인 시가에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추가로 반영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43%로 설정한 이유는, 과거 10년 동안의 주가 동향과 같은 산업에 속한 기업이 인수합병될 때 적용된 경영권 프리미엄의 평균치를 반영한 결과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시장 의견을 반영해서 시가의 43%의 프리미엄을 추가해서 비율을 높였다"며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의 가치가 상승하면 주주 이익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재편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모두 보유하게 된다"며 "주주 환원 방안으로 배당 확대는 물론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밥캣, 시너지없는 에너빌리티보다 로보틱스로 재편"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사업적 시너지도 기대되고 있다. 두산밥캣의 주인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로보틱스로 변경, ▲스마트 머신 ▲에너지 ▲반도체·첨단소재 등 3대 핵심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협력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17개 생산기지와 1500개의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되면, 두산밥캣의 지게차와 두산로보틱스의 협동 로봇을 결합하는 '지게차·팔레타이저 솔루션' 등 전문 서비스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캇박 두산밥캣 부회장도 "두산밥캣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두산로보틱스의 모션자동화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능력 등을 접목해 무인화, 자동화 시장을 선점하겠다"며 "이를 위해서는 사업 시너지가 없는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로 있는 것보다, 두산로보틱스와 모·자회사가 되는 쪽으로 재편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상현 사장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협력이 매출 증가를 견인하며, 2026년까지 1000억원, 2030년에는 5000억원의 추가 매출을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