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새 인공지능(AI) 모델 'R1' 출시 여파로 설 연휴 동안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미국 AI 관련주들의 주가가 크게 요동쳤다.
딥시크의 AI 모델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오픈AI의 모델 챗GPT-o1에 유사한 성능을 내자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탓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주가 하락에 대해 단기 저가 매수 전략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기존 거대모델의 필요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더 많은 AI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3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6.97% 하락한 118.42달러로 마감했다. 이밖에 AI 인프라 관련주인 브로드컴은 17.4% 하락했으며,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GE 버노바, 비스트라 등도 20%대 급락세를 보였다.
급락의 이유는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출시한 최신 AI 모델 R1 때문이다. R1이 주요 성능 테스트에서 대부분 AI 기업의 모델보다 좋은 성능을 보였으며, 가장 우수한 성능을 나타내는 챗GPT-o1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특히 R1은 챗GPT와 비교해 20분의 1 수준의 비용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막대한 자본이 들어간 미국 AI 모델을 저비용 기술로 따라잡았다는 점애서 AI인프라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것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딥시크 충격에도 AI 인프라 투자는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딥시크 R1은 AI모델에게 추론을 위한 시간을 더 주고 더 정교한 결과를 얻어내는 테스트타임 스케일링(Test Time Scaling)방식을 적용한 모델이다. '학습'을 위한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에 더 중점을 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델은 기존 거대모델이 대규모로 확보한 데이터와 자원을 요구한다. 결국 규모의 법칙(Scaling Law)에 따라 큰 비용과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거대모델의 필요성은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딥시크는 고품질의 데이터를 확보해 강화학습을 적용했다고 언급했는데 학습데이터는 공개되지 않다 보니 데이터를 어디서 확보했는지에 대한 공백이 있다"며 "GPT-4o 같은 모델로부터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증류(큰 모델을 더 가볍게 만드는 과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존재해 딥시크의 등장이 AI 설비투자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로 아직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딥시크의 오픈AI 모델 증류 가능성은 오히려 고성능 모델의 지속적 개발이 필요함을 의미하므로 AI 인프라 투자의 지속적인 필요성을 품고 있다"라며 "기술 효율 개선에 따른 비용 절감은 기술 확산의 전형적 패턴이지 투자 확대를 저해하는 요인은 아니라는 방향으로 시장의 생각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최근의 주가 급락 상황에 대해 저가 매수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AI 투자 확대가 감소할 정도가 아닌 상황에서 기업들의 실적 발표 결과 개선세가 이어진다면 주가가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황수욱 연구원은 "지난 27일 AI 인프라 기업을 중심으로 나타난 주가 하락은 과도한 반응이며 낙폭이 컸던 종목 중심의 저가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실적 발표를 앞둔 AI 인프라 기업 중심으로 관심 가실 필요가 있어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연구원은 "이번 주가 급락에는 수급적 이유도 묻어있다고 볼 수 있는데 시장이 차익실현 빌미를 찾고 있을 때 딥시크가 좋은 명분을 제공해 무차별적 투매로 연결된 것"이라며 "딥시크가 전반적인 미국 기술주들의 실적 개선 궤적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결국 시장의 상승 추세는 살아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7일 급락했던 AI 인프라주들은 높은 변동성 속 약간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27일 118.42달러에서 30일 124.65달러로 올랐으며, 브로드컴도 202.13달러에서 215.66달러로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