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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두산그룹의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 고려아연 유상증자 등 상장기업들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거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났다. 이에 상장기업들이 유상증자를하거나 합병‧분할 등을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하겠다고 나서면 시장은 금감원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이러한 금감원의 행보에 대해 이복현 원장은 "증권신고서 심사 등의 기능을 맡고 있는 금감원 입장에서는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며 "다만 기업들도 유상증자, 합병‧분할 등 기업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기 전에 주주들에게 이것이 왜 필요한지를 충분히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2025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업무계획 발표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복현 원장은 "합병이나 물적분할은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여향이 크기 때문에 증권신고서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가 충분히 담겨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이에 증권신고서 심사 기능을 가진 금감원으로선 증권신고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유상증자 사유가 기존 채무 변제든, 신사업 투자든 형식적으로 기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규모에 따라서는 지배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문제"라며 "증권신고서엔 주주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에 대해선 해당 내용이 주주들에게 충실히 전달될 수 있도록 기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원장은 상장사 이사회가 유상증자‧합병‧분할 등 결정 과정에서 제3자의 관점을 배제한 채 이를 의결하는 관행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주주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들이 증권신고서에 잘 담겨야 하지만 이사회에서 제3자적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고 결정한 건지 의문"이라며 "특정 대주주의 이해관계로만 증자‧합병‧분할 등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권신고서에 밝힐 수 있도록 기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장사의 의사결정 행위에 대해 금감원이 잦은 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복현 원장은 "증권신고서 심사는 금감원의 기능"이라며 "지난해 두산그룹 합병 역시 주식시장 변동성 문제가 있어서 철회가 된 것이고 합병 과정에서도 소액주주 등 시장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부분을 경영진 등이 원활히 소통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장사들이 일발적으로 내용을 결정한 뒤 날짜를 정해 놓고 합병‧분할 등을 발표해버리니 시장은 이에 대한 수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원장은 "상법, 지배구조 개편, 주주가치 보호 등 금융당국에서 이를 규제할 수도 있지만 그에 앞서 상장사들이 주주들과 원활히 소통을 해야한다"며 "최근 현대자동차가 주주들과 소통하는 모습은 매우 건강한 시범적 사례라고 본다"고 짚었다.
이 원장은 "제도가 바뀌어야 할 부분도 있지만 대주주, 최고경영진들이 주주들과의 소통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며 "비교적 최근에는 그런 트렌드가 나오고 있긴 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금감원도 상장사와 언론 등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증권신고서 심사 기준 등이 적절한지 등을 알리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