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카카오톡으로 거실 조명을 켜거나 실내 온도를 관리하고 가스불을 조절한다. 카카오톡에 친구로 등록된 인공지능(AI) 기반 챗봇(채팅로봇)과 마치 대화하듯 원격으로 집안을 제어한다. 집 안에서는 카톡 대신 AI 스피커 '카카오미니'나 거실 한쪽 벽에 붙어 있는 10인치 화면크기 터치 월패드로 작동시킨다.
카카오가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일대에 들어설 오피스텔에 적용키로 한 스마트홈 서비스의 실제 구현 모습이다. 포스코건설이 지난달부터 분양을 시작한 '송도 더샵 트리플타워'란 오피스텔에는 카카오의 스마트홈 서비스가 처음 적용될 전망이다. 모바일 채팅으로 시작한 카카오톡 메신저가 거실 가전제품과 IT 기기 등을 제어하는 스마트홈 허브 역할을 처음 하게 되는 것이다.
◇ 후발주자 카카오, 스마트홈 사업 공식 선언
생태계 형성 단계인 국내 스마트홈 시장이 들썩일 전망이다. 국내 최대 검색포털 네이버를 비롯해 모바일의 강자 카카오가 밀고 들어오고 있거나 진출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홈 서비스 시장에는 2~3년 전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가전 제조사를 비롯해 SK텔레콤 KT·LG유플러스 등 이통사가 진출, 선점 경쟁을 벌여왔다. 성장 한계에 도달한 스마트폰을 대신할 방대한 사업으로 스마트홈이 부상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네이버와 카카오톡이라는 대중에 친근한 플랫폼 사업자까지 참여하면서 서비스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업체들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얼마전 카카오는 올 3분기에 '카카오홈'이란 플랫폼을 선보이고 스마트홈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 카카오가 스마트홈 사업에 손을 댄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였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가정용 인터폰과 비디오폰 전문업체 코맥스와 손을 잡고 AI 플랫폼 '카카오 아이(I)'에 각종 디지털 기기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홈 구축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건설, 현대자동차, GS건설 등 주요 가전 및 건설사들과 IoT 영역에서 협력해 왔다. 크고작은 스마트홈 기술 기업들을 끊임없이 인수하고 있어 관련 사업 진출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카카오가 굳이 "올 3분기 스마트홈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것은 후발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면서 자사 생태계에 외부 협력사들을 끌어모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결국은 누가 협력사를 많이 끌어모아 관련 생태계를 잘 구축하느냐로 승부가 날 것"이라며 "자체 AI 기술력이 고도화되고 있고 카카오톡이란 강력한 대중성을 갖춘 모바일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 네이버, 공격적 제휴로 생태계 확장
국내최대 검색포털 네이버는 자체 AI 플랫폼 '클로바(Clova)를 중심으로 스마트홈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LG유플러스, 대우건설과 손을 잡고 푸르지오 아파트에 스마트홈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초부터 LG전자와 AI 분야에서 협업을 해 왔는데 LG전자 계열사이자 이통사인 LG유플러스까지 끌어들이는 등 스마트홈과 관련이 있는 곳은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초에는 중국 샤오미 및 샤오미 한국 총판을 담당하는 여우미와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 AI IoT 환경 공동 구축을 위해 협업하기로 했다. 또한 생활 가전전문 기업 '브런트(Brunt)'도 제휴 파트너로 추가하면서 IoT 기기 제어 범위를 확대하기도 했다. 이로써 네이버 스마트홈 생태계의 한 영역인 제어기기 업체수는 LG전자와 LG유플러스, 필립스, HK, 코웨이, 브런트 등 6개다. 제품 수는 20개에 달한다.
네이버는 외부 개발자가 클로바를 이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적용 도구를 오픈하기도 했다. 협력사의 기기나 서비스에 클로바를 심을 수 있도록 연결 고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 AI 스피커로 "배달의민족에서 치킨 시켜줘"라고 말하면 간단한 명령어 만으로 음식 배달앱 배달의민족에서 평소 주문하던 메뉴를 배달시킬 수 있다.
국내 스마트홈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가전에 AI를 연결시켜 미래 가전의 모습을 제시하면서 초기 주도권을 가져가는 것으로 보였다. 이후 이동통신사들이 가입자를 기반으로 가정용 IoT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홈 사업에 뛰어들면서 초기 단계인 스마트홈의 인지도를 높여 저변을 확대하기도 했다.
다만 가전과 이통사들의 활발한 움직임에도 국내 스마트홈 시장은 아직 초기 형성 단계에 머물고 있다. 현재로선 일반 소비자들이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사의 일부 최신형 모델에만 한정되는 등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에 친근한 플랫폼을 운영하는 인터넷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용자들이 즐겨 활용할만한 콘텐츠를 비롯해 쇼핑이나 차량호출, 음식배달, 결제 등 일상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검색포털과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강력한 이용자 접점을 마련했으며 AI와 빅데이터, 로봇 등 첨단 기술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어 스마트홈 분야에서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