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LG 경영전략부문장 홍범식 사장을 신임 사장(CEO·최고경영자)으로 선임했다. 홍 사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영입한 외부인사이자 그룹 '전략통'으로 꼽힌다. 그가 이끌 LG유플러스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관심이 모인다.
LG유플러스는 21일 서울 용산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홍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 1968년생으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학 학사, 컬럼비아대 경영학 석사를 하고 SK텔레콤 신규사업개발그룹장(상무)을 역임했다. 2011년 글로벌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에 합류한 이후 아시아·태평양지역 정보통신·테크놀로지 부문 대표, 글로벌디렉터, 베인앤컴퍼니코리아 대표 등을 거쳤다.
LG유플러스는 "홍 사장은 통신과 미디어, 테크놀로지 등 정보통신(IT)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졌으며 사업의 비전과 전략 수립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전략가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는 구 회장이 발탁한 인재가 등용됐다는 점에서도 재계의 이목을 끈다. 홍 사장은 2018년 구 회장 취임 후 첫 정기인사 때 영입한 인재다. 경영전략팀은 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핵심 조직이다. 홍 사장은 미래사업 전략 수립, 인수합병(M&A) 등 LG그룹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공을 들여왔다.
2022년부터는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았다. 그러면서 통신 사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도 참여했다. LG그룹 내 전략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LG유플러스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낼 적임자라는 평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LG유플러스는 변화의 갈림길에 서있다. 지난해 11월 대표이사직 연임을 확정했으나 1년 만에 물러나는 황현식 전 대표는 이동통신시장 만년 3위였던 회사를 2위로 끌어올리고,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여는 성과를 냈다. 고객경험(CX) 혁신을 통해 기존 통신·유료방송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디지털 플랫폼·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의 기틀도 쌓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기존 통신 본업에서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AI를 기반으로 신사업에서의 확장도 가속화하고 있다"며 "홍 사장은 이런 변화의 중심에서 LG유플러스가 고객경험 혁신을 통한 AX(인공지능 전환)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존 사업의 순위경쟁보다는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통해 기업 자체의 밸류업을 도모할 것이란 관측이다.
또한 황 대표가 내부승진을 거듭하며 지난 2020년 말 CEO까지 오른 첫 인물이라면, 홍 사장은 구광모 회장의 지명을 받은 외부인사라는 점에서 향후 성과에 따라 그룹 내 입지도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LG유플러스를 이끌었던 전임 CEO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남다른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LG유플러스 CEO는 2010년 이상철 부회장을 시작으로 권영수-하현회로 이어지는 10년가량의 부회장 시대 이후 황현식 체제부터 사장으로 격이 낮아진 상태다.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이상철 전 부회장은 LG유플러스가 4G LTE 시대를 앞서나가게 하고 만년 3위로 불렸던 회사의 위상을 바꾸면서 '미스터 LTE'로도 불렸다. 그룹 2인자로도 이름난 권영수 전 부회장은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 인수를 막고 자사의 M&A를 성공시켜 유료방송시장 입지를 키웠다.
이날 LG유플러스는 부사장 2명, 상무 7명에 대한 임원 승진 인사도 함께 발표했다. 이재원 현 MX·디지털혁신그룹장과 홍보·대외협력 조직을 총괄해 온 이철훈 현 커뮤니케이션센터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회사 측은 "철저한 성과주의에 기반해 고객관점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며 성과를 창출하는 인재와 AX 컴퍼니로의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잠재력이 뛰어난 인재를 중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