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질환으로 국내 환자만 약 600만명에 달한다. 당뇨병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까지 포함하면 약 1500만명으로 전체 성인의 54.9%가 당뇨 관리 대상이다. 특히 당뇨병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심혈관과 신장 질환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지속적으로 적정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외에서는 당뇨병 치료제로 SGLT-2(나트륨 포도당 공동수송체-2) 억제제가 주목받고 있다. 신장에서 포도당이 재흡수되는 것을 억제하고 소변으로 포도당을 배출시켜 혈당을 낮추는 혈당강하제다.
SGLT-2 억제제는 개발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이 독점하고 있던 약제다. 이 시장에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민 게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의 정혜민 내분비사업팀 팀장, 나재진 임상개발 팀장, 허완 약사글로벌기획팀 PL(Project Leader)을 만나 지난해 출시한 국산 신약 34호 '엔블로정(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 얘기를 들어봤다.
기존 치료제보다 당 배출 효과↑
대웅제약은 지난해 5월 SGLT-2 억제제 단일 성분인 엔블로에 이어 6개월만인 지난해 11월 1세대 당뇨병 치료제 성분인 메트포르민과 엔블로 성분을 더한 2제 복합제 '엔블로멧서방정'을 출시했다. 엔블로는 출시 후 90여곳이 넘는 종합병원의 처방 목록에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하며 출시 8개월 만에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국내뿐 아니라 브라질,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등 12개국에 진출하며 국내외에서 빠른 속도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정혜민 팀장은 기존 당뇨병 치료제보다 더 나은 혈당관리 효과와 안전성을 엔블로의 장점으로 꼽았다. 최근 연구에서 기존 SGLT-2 억제제 계열 약제인 다파글리플로진(제품명 포시가)보다 더 나은 효과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24주간 엔블로와 다파글리플로진에 대한 메트포르민 병용요법을 진행한 결과, 당화혈색소가 엔블로는 0.80%, 다파글리플로진은 0.7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다파글리플로진을 엔블로로 스위칭(교체 처방)해 28주간 추가로 연장연구를 진행한 결과 엔블로만 처방한 군은 당화혈색소가 0.87% 감소했고 다파글리플로진을 엔블로로 전환한 군은 0.81% 감소해 엔블로가 우수한 혈당강하 효과를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정 팀장은 "다파글리플로진이 올해 중으로 국내 공급이 중단돼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엔블로가 대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장·심장질환 등 치료영역 확대 가능성
특히 SGLT-2억제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당뇨병으로 유발되는 신장, 심장 질환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대표적인 SGLT-2억제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 베링거인겔하임과 릴리의 자디앙 역시 만성 심부전과 만성 콩팥병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SGLT-2 억제제는 신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경우 약물 기전상 혈당 조절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엔블로는 임상3상에서 신기능이 조금 떨어진 만성신장질환(CKD) 2단계 환자에게서도 당화혈색소와 혈당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신장질환은 신장 기능을 측정하는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에 따라 초기인 1~3단계, 후기인 4~5단계로 구분된다. 단계가 높을수록 신장 질환이 악화되고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것을 의미한다.
대웅제약이 임상3상에서 신장 기능에 따른 추가 요법으로 엔블로와 다파글리플로진의 유효성을 분석한 결과 CKD 2단계 환자의 공복혈당(24주차 기준)이 다파글리플로진은 23.52mg/dl 떨어지는 데 그친 반면 엔블로는 28.54mg/dl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임상결과는 국제학술지 논문에 실리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경증 신장질환에 이어 중등증 신장질환을 동반한 환자 대상으로 3상 임상을 진행해 새로운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나재진 팀장은 "기존 SGLT-2 억제제가 만성 심부전과 만성 콩팥병 치료에도 사용 가능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엔블로의 치료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신장, 심장 질환 관련 임상 연구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매출 1000억 블록버스터 키울 것"
당뇨병 환자들은 단일제로 당뇨 조절이 되지 않을 경우 다른 당뇨병 치료제를 병용 투여하거나 합병증으로 인해 다른 치료제를 함께 먹어야 한다. 실제 현장에서 1세대 당뇨병치료제인 메트포르민 제형의 크기가 커서 복용에 불편함을 겪는 환자들이 많다.
대웅제약은 이같은 점을 고려해 차별화된 공정기법인 '이중방출 기술'과 '이층정 기술'을 적용해 엔블로 성분과 메트포르민 성분을 더한 복합제 '엔블로멧'의 크기를 줄였다.
허완 PL은 엔블로의 경쟁력으로 한국인에 특화된 SGLT-2 억제제라는 점을 꼽았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기존 SGLT-2 억제제는 대부분 서양인을 대상으로 임상이 이뤄지만 엔블로는 한국인 중심으로 임상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허완 PL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임상 연구에 한국인이 일부 포함돼 있긴 하지만 엔블로는 한국인 중심으로 데이터를 쌓고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가면서 엔블로를 매출 1000억원 규모의 대형 블록버스터로 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