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자가면역질환을 넘어 항암 분야에서 제2의 '짐펜트라(성분명 인플릭시맙)'를 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셀트리온은 최근 미국에서 항체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제로 만들 수 있는 독자기술이 담긴 특허를 공개했다. 정맥투여(IV) 제제밖에 없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제형을 피하주사제로 바꾼 짐펜트라를 개발할 때 접목했던 기술이다.
짐펜트라는 셀트리온이 지난해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세계 첫 피하주사 제형의 인플릭시맙 성분 치료제다. 피하주사제는 정맥주사제보다 투여시간이 짧고 집에서 스스로 투여할 수 있어 환자들의 투약 편의성이 높다.
셀트리온은 이같은 피하주사제형의 강점을 토대로 2025년까지 짐펜트라의 연매출액을 1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이 짐펜트라를 만들 때 적용한 기술은 알테오젠과 할로자임의 제형변경 기술인 인간 히알루로니다제와 다르다. 히알루로니다제는 피하조직의 투과성을 증가시키는 원리로 기존 정맥주사약물을 피하주사제로 개발하는 데 사용된다.
셀트리온이 확보한 기술은 항체에 아세트산 완충액과 글리신, 계면활성제 등을 혼합해 안정적인 액상 제형을 만드는 것이다. 이들 첨가물은 항체의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약물이 신체조직에 효과적으로 흡수하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이론적으로 정맥주사제형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뿐만 아니라 항암제를 피하주사제로 만들 수 있다. 셀트리온은 이 기술로 최대 150㎎/㎖의 고농도 피하주사약물을 제작할 수 있다고 특허에서 밝히고 있다. 현재 SC제형으로 개발된 항암제인 '트룩시맙 하이셀라', '허셉틴 하이렉타'의 용량은 120㎎/㎖다.
관건은 정맥주사제만큼의 약효를 구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항암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달리 고농도의 약물이 전신에 빠르게 도달해야 하는데, 항체에 완충액 등을 혼합하는 방법으로는 이를 충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 히알루로니다제를 개발하는 제약사 한 관계자는 "완충액 등을 사용해 만든 피하주사제는 자가면역질환에 효과적일 수는 있어도 고농도 및 용량으로 전달돼야 하는 항암제로 쓰기에는 부적합할 수 있다"고 했다.
다국적 제약사인 머크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를 피하주사제형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 2018년 셀트리온과 같이 완충액 등을 사용한 제형변경 기술 특허를 출원한 적이 있다. 이후 여러 임상시험을 진행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 못하면서 현재는 히알루로니다제와 배합하는 방식으로 제형변경 전략을 바꾼 상태다.
현재 시판 중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대부분이 이미 SC제형으로 개발된 만큼 셀트리온이 제2의 짐펜트라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항암제를 타깃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현재 보유한 것과 다른 피하주사 제형변경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셀트리온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기술은 알테오젠과 같은 히알루로니다제다. 외부 기업으로부터 히알루로니다제를 도입하고 있는 경쟁사인 산도스 등과 달리 셀트리온은 자체 개발하는 방식으로 이 기술을 내재화한다는 전략이다.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히알루로니다제가 들어간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처음 밝힌 바 있다. 그는 알테오젠 등과 해당 약물을 공동 개발할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공식적으로 협업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짐펜트라에 사용한 제형변경 기술로 개발 중인 항암 파이프라인이 있느냐는 물음에 "공개되지 않은 품목에 대한 상세 내용은 설명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어 "히알루로니다제를 통해 향후 SC제형의 제품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개발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