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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섞어 써보니...효능·부작용 다 잡았다

  • 2025.01.29(수) 08:20

노보노디스크 등 병용약물 개발
국내에서는 한미약품 선두
근손실 등 부작용 억제 효과적

글로벌 제약사들이 '위고비', '젭바운드' 등의 비만약과 시너지(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약물을 발굴하고 있다. 함께 투약하면 체중감소 효과를 극대화하고 근손실 등의 부작용을 잡을 수 있어서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이 이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체중을 줄이면서 근육량을 늘릴 수 있는 후보물질을 선보였다. 올릭스, HK이노엔 등도 병용요법에서 약효를 키울 수 있는 비만약을 개발하고 있다.

하나보다는 둘

노보노디스크는 현재 위고비를 이을 차세대 비만약인 '카그리세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그리세마는 위고비와 또 다른 비만약인 '카그릴린티드'를 하나의 주사기에 담은 약물이다. 약물을 주입하면 체내에서 섞이는 방식이다.

리제네론은 9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위고비와 근육감소를 억제하는 약물인 '트레보그루맙'의 병용요법의 약효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시험은 내년 하반기 종료될 예정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비만약을 다른 약물과 함께 투여하는 연구를 하는 이유는 단독요법 대비 체중감소 등의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는 체중감소 효과가 우수한 경쟁약의 등장에 시장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는 임상에서 위고비보다 환자들의 체중이 약 50%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노보노디스크가 찾은 대안은 카그리세마다. 두 개의 약물을 투약해 체중감소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카그리세마를 임상에서 68주간 투여한 결과 환자들의 체중이 평균 22.7% 빠졌다. 같은 기간 위고비의 체중감소효과(14.8%)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리제네론은 기존 비만약이 가진 부작용에 주목했다. 위고비, 젭바운드 등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비만약은 근육이 빠지는 부작용이 임상에서 공통으로 발견됐다. 리제네론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근육감소를 억제하는 약물을 함께 투여한 것이다.

같은 이유로 일라이릴리도 근육감소를 억제하는 약물을 찾고 있다. 지난 2023년 근육량을 보존하는 약물을 개발하던 버사니스바이오를 19억3000만달러(2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근감소 억제제와 비만약 병용요법을 개발하는 래크나의 임상비용을 지원하는 계약을 맺었다.

살도 빼고, 근육도 늘리고

국내 제약사들도 이러한 비만 병용요법에 쓰일 약물을 활발히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현재 전임상에서 근육량 증가 효과를 확인한 'HM17321'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미국비만학회에서 처음 선보였다.

회사는 이 약물이 GLP-1 계열 약물과 병용요법에서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약품 R&D(연구개발)센터 소속 연구원들이 지난해 열린 미국비만학회에서 개발 중인 비만 신약후보물질의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있다./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관계자는 "HM17321은 근육은 증가시키면서, 지방만 선택적으로 감량하도록 설계된 혁신적인 비만 신약"이라며 "단독요법 뿐만 아니라 병용요법에서도 우수한 체중감량 효력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큰 잠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올릭스는 비만을 유발하는 유전자발현을 억제하는 원리의 비만 후보물질 'OLX702A'를 개발하고 있다. 위고비와 병용투여한 전임상에서 20%에 달하는 체중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현재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기술이전도 추진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최근 중국계 바이오기업인 사이윈드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국내 권리를 도입한 비만 후보물질 'IN-B00009'의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 약물은 단독 뿐만 아니라 다른 비만약과 병용요법에서 우수한 체중감소 효능을 확인한 바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위고비가 글로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근손실 유발 등의 미충족 의료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특히 근육감소는 단순한 삶의 질 저하를 넘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보완이 이뤄져야 할 분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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