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이 급부상하고 있다. 게임사들은 비교적 낮은 비용에 짧은 개발 기간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진입을 확대하고 있고 유저들은 부담 없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 장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방치형 RPG는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게임을 이어갈 수 있는 게임 장르다. 클릭 몇 번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클리커 게임'의 한 종류로 구분되기도 한다. 사냥·전투 등을 자동으로 진행할 수 있고, 이용자는 보상 수령이나 강화 등 간단한 개입만 하면 된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정교한 컨트롤보다는 반복적인 클릭과 자동 진행에 초점을 맞춘 게임 방식인 만큼 그간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중소 게임사들이 방치형 RPG에 도전해 왔다. 올해만 해도 그라비티, 넥써쓰 등 중소 게임사들이 방치형 RPG 신작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
방치형 RPG의 확산은 전반적인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최근 숏폼 콘텐츠 등 짧은 시간 가볍게 즐기는 콘텐츠 소비가 늘면서 게임에서도 장시간 플레이를 요구하는 게임보다 접근하기 쉽고 간편히 즐길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모바일 시장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방치형 RPG는 지난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16%를 차지하는 등 주요 장르로 자리잡았다.
방치형 RPG 시장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대형 게임사들도 뛰어들고 있다. 무엇보다 기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안정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넥슨은 지난달 대표 지식재산권(IP)인 메이플스토리를 활용한 방치형 RPG '메이플 키우기'를 출시했다. 출시 8일 만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를 달성하는 등 안정적인 성과를 내며 순항 중이다.
넥슨 관계자는 "기존 메이플스토리 IP의 인지도에 방치형 장르의 접근성이 더해지면서 폭넓은 이용자층의 반응을 얻고 있다.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플레이 경험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넷마블은 2023년 9월 세븐나이츠 IP를 활용한 방치형 RPG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출시해 흥행을 성공시킨 바 있다. 출시 45일 만에 누적 매출 4000만달러(약 539억원)를 달성하며 7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던 넷마블이 흑자 전환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같은 성공 사례에 힘입어 엔씨소프트도 2024년 방치형 RPG '저니 오브 모나크'를 출시하며 방치형 RPG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수익 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방치형 RPG는 고사양 MMORPG에 비해 개발 인력과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진입 장벽이 낮다"며 "이용자 입장에서도 과도한 과금을 요구하지 않아 부담이 적은데 오히려 이런 구조가 이용자 저변을 넓히며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