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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기업 유상증자, 주가에 '독' 아닌 '약' 되려면

  • 2025.04.02(수) 08:10

차바이오텍 유상증자에 주주반발
주가 하한가 이후 내림세 지속
반면 알테오젠 등은 주가 상승세
설득력 있는 증자목적 제시 관건

최근 유상증자 시행을 두고 소액주주와 갈등을 빚는 바이오기업이 늘어나면서 주주들의 호응을 얻으며 유상증자에 성공한 기업들의 상반된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차이는 투자자와 주주를 납득시킬 만한 명확한 증자목적을 제시했는가로 요약된다. 이를 입증한 곳은 주가희석 등의 우려에도 증자 이후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차바이오텍 주주들이 뿔난 이유

차바이오텍은 지난달 31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안건 등을 두고 소액주주들과 표대결을 펼쳤다. 차바이오텍이 1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에 반발해 일부 주주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한 다수의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하면서다.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12월 전체 발행주식의 34.1%에 달하는 신주 2011만주를 기준주가(발행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주가) 대비 23% 할인된 가격으로 발행하는 계획을 공시했다. 이 여파로 다음 거래일 차바이오텍의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다.

표대결에서 밀리며 이날 정기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안건은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주주들은 유상증자를 저지하기 위한 추가 행동 의사를 밝히며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유상증자는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며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외부 자금을 상환 부담 없이 조달해 회사의 미래 성장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성과를 내기까지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한 신약개발 기업에게 유상증자는 필수적인 전략 중 하나다.

이러한 배경에도 소액주주들이 차바이오텍의 증자를 격렬히 막아선 데는 불분명한 증자목적 탓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내용은 차바이오텍이 전체 조달금액 1800억원 중 500억원을 자회사 차헬스케어 지분취득에 사용하겠다고 한 부분이다. 차헬스케어는 2013년 차바이오텍에서 물적분할한 병원 운영기업으로 이 자금을 활용해 IPO(기업공개)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대해 주주들은 대주주에게만 실익이 돌아가는 증자라며 맞서고 있다.

이 밖에도 최근 부광약품이 발행주식의 44.1%에 달하는 신주 3021만주를 유상증자하기로 하며 주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유상증자를 저지하기 위해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에 집결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난달 31일 기업설명회를 열고 증자 당위성을 설명했으나 주주들을 설득하기엔 부족한 모습이다. 1일 오후 3시 기준 액트에는 전일보다 약 0.1%포인트 증가한 지분 1.6%가 모였다. 

유상증자 이후 주가 오른 곳은

하지만 모든 바이오기업이 유상증자로 인해 주주들과 갈등을 겪는 것은 아니다. 명확한 증자목적을 제시해 주주들의 호응을 얻고 주가상승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다.

지난 2월 15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알테오젠이 대표적인 사례다. 알테오젠은 전체 조달자금 중 1000억원을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고, 원료 생산공장을 짓는 데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자체 생산시설을 마련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알테오젠은 신주 발행가격을 산정할 때 기준주가에 할인이 아닌 할증률 2.3%를 책정하기도 했다. 증자 이후 기업의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신뢰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알테오젠의 주가는 유상증자 이후 상승세를 나타냈다. 유상증자 공시를 한 다음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5% 올랐으며 이후 7거래일간 4.7% 추가로 상승했다.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시행한 에이비엘바이오도 증자결정 이후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냈다. 회사는 이중항체 ADC(항체약물접합체) 개발을 위해 자금을 활용할 계획을 밝혔고 알테오젠과 같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으며 기준주가 대비 2.4% 할증한 가액에 신주를 발행했다.

조헌제 신약개발연구조합 연구개발진흥본부장(전무)는 "유상증자는 기업의 성장에 기여하면서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아 이를 시행하는 기업은 명확한 투자계획을 통해 어떤 성장을 이루겠다는 비전을 주주들에게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며 "회사가 이러한 비전을 밝힌다면 주주들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를 이해하고 응원할 수 있는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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