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가 인공지능 전환(AI Transformation·AX) 기술을 기반으로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서 속속 성과를 내며 외형 성장을 꾀하고 있다. 통신 본업의 성장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AX, 클라우드를 통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수익 모델을 탁월하게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굵직한 AX·클라우드 수주…확실한 레퍼런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베트남 국영기업인 비엣텔그룹에서 1300억원 상당의 그룹향 AX 사업을 지난달 수주했다. 비엣텔그룹은 베트남 최대 통신사인 비엣텔텔레콤을 산하에 두고 동남아, 아프리카, 중남미 11개국 1억3800만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KT는 비엣텔그룹에 AX 솔루션을 제공하는 동시에 AI데이터센터(AIDC)와 그래픽처리장치 팜(GPU Farm)을 공동 구축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수주금액인 1300억원 이상의 가치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 협력으로 KT가 동남아시장에 확실한 교두보를 확보했고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에서도 중요한 마일스톤(개발 ·상업화 단계에 따른 기술료)이 될 수 있어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국내 B2B 성과도 가시화했다. KT는 지난해 MS와 손잡고 AI·클라우드·IT(정보통신) 분야에서 향후 5년 간 2조4000억원 규모의 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첫 성과는 금융권에서 나왔다. 최근 NH농협은행의 퍼블릭 클라우드(공용 가상 저장·처리) 기반 소산백업 시스템을 수주한 것이다. 소산백업은 재난·재해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원격지나 별도 시스템에 데이터를 안전하게 분산·저장하는 것이다.
NH농협은행은 KT와 MS의 기술력으로 전통적인 테이프 백업(PTL·데이터를 자기 테이프 장치에 물리적으로 저장하는 방식) 방식을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으로 바꾸고 백업부터 복구 검증 전 과정까지 자동화한다. 제1금융권 중에서는 최초다.
"하반기부터 매출 반영"…AICT 본격화
이들 국내외 B2B 수주는 KT로서는 AX·클라우드 경쟁력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김영섭 KT 대표가 직접 'AICT 컴퍼니'로 도약을 선언한 가운데 이 분야에서 실제 매출을 내고 외형 성장을 예고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KT는 2028년까지 AI·IT 연매출 3조원을 목표를 세운 상태다. 이는 지난해 별도 매출의 16%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향후 매출 증가율을 감안하면 AI에서만 매출 비중이 전체의 10%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아예 'AX B2B'를 콕 집어 "2028년 이 부문 매출을 2023년 대비 300% 성장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내달 출시하는 한국적 AI 모델과 시큐어퍼블릭클라우드(SPC)를 감안하면 이들 목표 달성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매출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SPC는 데이터가 오직 자국 지역에서만 저장·처리되게 설계된 만큼 소버린 클라우드로 공공·금융시장을 공략한다. 제4차 클라우드컴퓨팅 계획으로 공공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앞선 NH농협은행 수주로 금융권 레퍼런스를 추가한 점은 기대감을 높인다.
김정찬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KT는 예전부터 경쟁사 대비 B2B 매출 규모와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 기존 기업 고객군을 대상으로 AX 전환 수요를 확보하기에 용이하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B2B 부문의 본격적인 성장을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