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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 시즌2]⑭유유제약, 유학파 3세의 첨단(?) 승계법

  • 2018.11.14(수) 10:05

유유제약, 유한양행에서 독립한 유특한 회장이 설립
3세 유원상 부사장, 워런트로 안정적 지분율 뒷받침
전환사채 콜옵션 확보하면 부친 제치고 단독 1대주주

중견 제약사 유유제약은 제약업계 1위인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회장의 막내 동생인 고(故) 유특한 회장이 설립했다.

모태는 1941년 유한양행 계열사로 만들어진 의약품 수출입업체 유한무역이다. 유특한 회장은 유한무역의 대표를 맡다가 1952년 형에 이어 유한양행 6대 사장을 지냈다. 이후 유일한 회장이 유한양행 경영에서 친족을 모두 물러나게 하면서 유특한 회장은 유한무역을 가지고 독자경영의 길을 걸었다.

1957년 사명을 유유산업으로 바꾸고, 종합비타민제 '비타엠'을 만들면서 유한양행과는 사명은 물론 사업 측면에서 완전히 결별했다. 이후 '유판씨' 등 비타민제를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지금의 유유제약으로 이어졌다.

친정격인 유한양행은 1960년대 유일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지만 유유제약은 유특한 회장의 후손들이 경영권을 이어받고 있다.

 

# 유특한→유승필→유원상...빠른 지분승계 속도

1999년 유특한 회장 별세 후 장남 유승필(73)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았고, 지금은 유승필 회장의 장남 유원상(45) 부사장이 3세 경영에 나서고 있다.

유원상 부사장은 미국 트리니티대에서 경제학 학사,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5대 회계법인 아서앤더슨 회계사, 메릴린치 컨설턴트, 세계적인 제약사 노바티스 매니저 등 글로벌 무대를 경험한 후 2008년 유유제약에 입사했다.

상무이사를 거쳐 2014년 영업·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현재 경영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유 부사장은 산소발생기 렌탈업체 유유테이진, 건강기능식품 제조·판매업체 유유헬스케어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현재 유유제약 지분은 유승필 회장(12.56%, 이하 주식 수 및 지분율은 모두 보통주 기준), 유원상 부사장(11.32%) 유 회장의 부인 윤명숙 씨(6.39%) 장녀 유경수 씨(3.87%) 등 직계가족이 34.14%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3세 경영자인 유 부사장의 지분율이 부친 유 회장에 근접해 다른 제약사 2·3세보다 지분승계 속도가 빠른 편이다. 유 부사장은 조부 유특한 회장 생전인 2000년대 초 유유제약 지분 1.61%를 확보한 이후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계속 늘리면서 유유제약 입사 전부터 부친에 이은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유 부사장이 지금까지 지분을 확보해온 과정을 보면 다른 제약사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주가가 오를 때는 거침없이 주식을 팔기도 했고, 신주인수권(워런트) 등 금융기법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 주가오르자 매도…분리형BW로 지분율 방어

유 부사장은 유유제약 주가가 상승세를 타던 2015년 7월 돌연 16만주(2.26%)를 시간외매매로 팔아 31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통상 경영 승계를 준비하는 후계자들은 주가가 올랐다고 주식을 내다 파는 경우가 드물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주가 상승의 배경엔 유유제약이 300만 달러를 투자한 미국 벤처회사 아이이크라우드(ieCrowd)의 나스닥 상장설이 있었다. 당시 각종 주식사이트와 일부 인터넷언론 등을 통해 확산한 이 루머는 결과적으로 유유제약에 아무런 자본이득도 안겨주지 못하고 오히려 손실만 남겼다.

실제로 유유제약이 이듬해인 2016년 초 아이이크라우드에 투자한 금액을 전액 손상처리(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장부에서 삭제하는 것)했다.

신기루와 같은 루머에 주가가 출렁인 사이 회사는 회계상 손실을 봤지만 유 부사장은 물론 부친 유승필 회장 등 창업자 일가는 2015년 보유주식 일부를 팔아 적지 않은 현금을 확보했다.

유 부사장은 당시 지분 매도로 7.86%였던 지분율이 5.58%로 낮아졌지만, 2016년 12월 창업자 유특한 회장의 부인이자 유원상 부사장의 조모 고희주 여사가 18만4945주(3.0%)를 증여하면서 곧바로 지분율을 회복했다.

유 부사장은 2017년 12월 보유하고 있던 신주인수권 권리를 행사해 13만8121주(2.17%)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지분율을 지금의 11.32%로 높였다. 

 

신주인수권을 가지게 된 시점도 절묘하다. 유유제약은 2013년 6월 교보증권을 대상으로 35억원 규모의 사모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는데 이때 유 부사장이 모친 윤명숙 씨, 동생 유경수 씨와 함께 교보증권으로부터 신주인수권(워런트) 절반을 매입했다. 

채권에서 신주인수권만 떼 별도로 거래할 수 있는 분리형BW는 외환위기 직후 국내에 도입됐지만 오너일가가 헐값에 지분을 확보하는 꼼수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2013년 8월부터 발행이 전면 금지됐다. 유유제약은 분리형BW 시대가 막을 내리기 두 달 전 발행에 성공하면서 막차를 탄 셈이다.

 

이때 신주인수권을 확보해둔 덕분에 유 부사장은 2017년 12월 시세 15억6700만원(주당 1만1350원, 권리행사일 12월13일 종가기준)이던 유유제약 주식 13만8121주를 9억원(신주인수권 행사가액 주당 6516원)에 매입할 수 있었다. 4년 전 신주인수권을 매입할 때 든 비용(3600만원)을 제외하더라도 시세보다 6억원 이상 싸게 산 것이다.

# 3세 유원상, 전환사채 콜옵션 확보하면 단독 1대 주주

경영권 승계를 직위·지분 승계로 나눠보면 유유제약은 두 가지 모두 진행형이다.

 

직위 승계 측면에선 2세 유승필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가운데 유원상 부사장은 아직 미등기 임원이다. 내년과 내후년 순차적으로 기존 등기임원들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는 만큼 3세 경영자 유 부사장이 이들을 대신해 등기임원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지분 승계 측면에선 올해 6월 발행한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가 주목받는다. 이 전환사채 가운데 절반은 내년 6월부터 매도청구권(콜옵션)이 주어진다.

유유제약이 지정하는 자에게 콜옵션을 줄 수 있는데 유 부사장이 콜옵션을 취득하면 추가적인 지분 확보의 발판을 마련한다. 현재 유 부사장은 부친 유승필 회장과의 지분 차이가 1.24%포인트에 불과해 콜옵션 규모에 따라 부친을 제치고 단독 1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

유유제약이 2세에서 3세로 지분을 승계해온 방식은 은둔의 비상장회사를 동원하거나 상속·증여세를 줄이려고 공익법인을 등장시킨 여느 제약사와 사뭇 다르다.

 

그러나 미국 유수의 회계법인과 투자은행 등을 경험한 유학파 3세의 특별한 경험이 녹아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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