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섀도보팅(shadow voting) 폐지와 적극적 주주권 행사의 하나인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 도입 이후 전자투표를 통한 주주총회 참석과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섀도보팅폐지와 스튜어드십코드가 한국의 주주총회를 변화시켰다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아직도 주주총회 개선과제는 남았다는 지적이다. 특정 일에 집중되는 슈퍼주총데이, 주주들에게 충분한 의안검토 기회제공의 부족 등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과 채이배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의 공동주최로 2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주주총회의 문제점과 대안 모색'토론회에서는 우리나라 주주총회의 변화와 앞으로 개선해야할 방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어졌다.
이날 '최근 우리나라의 주주총회 관련 변화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맡은 황현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최근 한국의 주주총회변화의 결정적 계기로 섀도보팅폐지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꼽았다.
섀도보팅폐지는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해 다른 주주들의 투표비율을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제도다. 지난 1991년 도입됐다가 2017년 12월 폐지됐다. 섀도보팅 제도가 총수일가 등 경영진과 대주주의 정족수 확보 수단으로 남용되어 주총의 의미가 사라졌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섀도보팅폐지 이후 주주총회 참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현영 입법조사관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정기주총 기준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 수는 1만1795명에서 2019년 정기주총에서 10만6259명으로 크게 늘었다. 또 행사주식수도 2017년 기준 4억7900만주에서 2019년 기준 13억5600만주로 증가했다.
다만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주총에서 필요한 의결정족수 부족 현상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기준 정족수 부족으로 인한 부결수는 76건(유가증권과 코스닥 합산)에서 2019년 183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황현영 입법조사관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도 최근 주총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2018년 국민연금공단이 도입하면서 본격 주목을 받았다. 올해 2월 기준으로는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120개사가 스튜어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가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행동원칙을 규정한 자율규범이다. 주총을 참석하는 기관들은 스튜어드십코드 원칙대로 주주권 행사를 해야 한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적극적 의결권 행사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기준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행사한 반대의결권 비율은 10.1%에서 2019년 20.4%로 배 이상 증가했다.
황현영 입법조사관은 섀도보팅 폐지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주총에 변화가 일어났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황 입법조사관은 ▲주주들에게 충분한 의안검토 기회 제공 ▲주주들의 용이한 의결권 행사 ▲회사의 정족수 확보 부담 경감 등을 꼽았다.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은 주주들에게 충분한 의안검토 기회제공이다. 현재 상법 제363조에 따라 주총 2주 전 소집통지를 주주들에게 발송하는데 이 때 주주들에게는 외부감사보고서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또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주총 소집 시 주주들에게 제공하도록 상법 시행령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주총 1주전 제공이라는 기간은 주주들이 의안을 검토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황 입법조사관은 주주들이 용이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슈퍼주총데이(주주총회 집중현상)를 완화하고 서면투표제와 전자투표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총분산개최를 통해 주주참여를 높이고 서면투표제에서 첨부서류의 전자화를 허용하고 일정 주주수를 충족하면 전자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 황 입법조사관은 섀도보팅 폐지로 늘어난 주총 정족수 확보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현행 정족수 관련 규정을 기존 섀도보통제도 유예 당시의 조건과 유사하게 완화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또 주주의 이메일 주소를 확보해 의결권 행사를 권유하도록 하고 전자투표시 중립적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