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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주총 여전한 '살얼음'…조원태 41.6% vs 조현아 41.1%

  • 2020.02.05(수) 12:15

<데이터로 예측해본 한진칼 정기주총 표 대결>
올해 주총 참석률 예년보다 대폭 높은 82~86% 수준 예상
작년 소액주주 참석률+석태수사장 안건 찬반 데이터 감안시
조원태 우호지분 33.45%+소액주주 8.19%= 합계 41.64%
조현아 우호지분 31.98%+소액주주 9.12%= 합계 41.10%

박빙(薄氷) 말 그대로 살얼음이다.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가(家) 3세 장남 조원태(45) 회장과 장녀 조현아(47) 전 대한항공 부사장간 경영권 분쟁 양상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달 31일 조현아 전 부사장이 KCGI(일명 강성부펀드), 반도건설과 손잡으면서 우위를 점하는가 싶더니 이달 4일에는 어머니(이명희 고문)와 동생(조현민 전무)이 조원태 회장 지지를 선언하면서 또 한 번 전세가 역전되는가 싶다.

아직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반도건설에서 별도의 주주제안이 나오지 않은 현시점에서 올해 한진칼 정기주총의 쟁점 안건은 단연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다.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과반을 확보해야한다.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50%+1표를 얻는 자가 이기는 것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본인 지분(6.49%)과 KCGI(17.29%), 반도건설(8.20%)을 합해 31.98%이다. 반도건설 지분은 8.29%이나 작년 12월 26일 이후에 매입한 지분(4만7525주)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조원태 회장은 본인 지분(6.52%)에 이명희 고문(5.31%) 조현민 전무(6.47%)까지 18.3%를 확보했다.

이제부터 소설을 한번 써보고자 한다. 다만 소설의 개연성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의 가설, 그리고 가설을 좀 더 그럴싸하게 포장할만한 데이터 분석(숫자 압박 주의)을 곁들인다.

첫 번째 가설은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을 비교적 폭넓게 분류해보는 것이다.

한진칼 지분을 보유중인 두 명의 친족 조현숙(0.04%) 이태희(0.70%)씨가 보유한 지분 0.74%를 일단 조회장 측으로 분류해본다. 두 사람은 부부이자 조회장의 고모·고모부이다.

한진그룹 공익법인 정석인하학원(2.14%) 정석물류학술재단(1.08%) 일우재단(0.16%) 3곳이 보유한 지분 3.38%도 조 회장 측으로 분류해본다. 공익법인이 무작정 총수의 편에 서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맞는지 비판도 있겠지만 그점은 논외로 치자.

그리고 누구의 편에 서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적 없지만 많은 시선들이 조회장 측 지분으로 인식하는 델타항공(10.0%)과 카카오(1.0%)도 대세에 따라보기로 한다. 8명의 계열사 임원이 보유중인 합계 0.01%의 지분도 현 최고경영자인 조 회장 측으로 분류한다.

이를 모두 종합하면 조 회장은 33.45%를 확보한다.

조원태 회장 우호지분 33.45% vs 조현아 전 부사장 우호지분 31.98%

남은 것은 아직 어느 쪽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나머지 주주 34.57%의 표심이다. 쉽게 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데이터를 입힌다.

# 주총참석률 예년보다 높은 82%~86%까지 가능

먼저 주주들이 실제 주총에서 얼마나 의결권을 행사할 것인가 따져본다. 주총참석률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주요주주외 소액주주 비율 ▲주총안건의 화제성 두가지로 볼 수 있다. 두 변수를 종합하면 올해 한진칼 정기주총 참석률은 예년보다 대폭 올라간다는 점은 확실하다.

한진칼 정기주총 참석률은 2018년 53.89% 에서 2019년 77.18%로 크게 올랐다. 2018년과 2019년의 주요주주 비율은 각각 44.49%, 47.0%로 비슷했으나 전체 참석률이 크게 달랐던 것은 안건의 화제성 때문이다.

2018년 주총은 재무제표와 이사·감사보수한도를 승인하는 '평범함' 그 자체였으나 2019년 주총은 석태수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국민연금이 제안한 정관변경 주주제안이 올라왔다. 이에 따라 2018년 주총에선 소액주주들이 행사한 의결권이 9.4%에 불과했으나 2019년에는 30.18%로 대폭 늘었다.

올해 주총은 주요주주 비율이 65.43%로 급증했다. 위에서 살펴본 조원태·조현아 우호지분을 합친 숫자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확보하고 들어가는 참석률 자체가 높다. 나머지 34.57%의 소액주주들이 작년 수준의 참석률(소액주주 중 실제 주총 참석률 56.86%)만 유지해도 20%에 육박해 전체적으로 약 85% 수준의 참석률을 기록할 수 있다.

다만 소액주주에는 지분보유 여부가 불확실한 국민연금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 변수다. 국민연금은 작년 한진칼 정기주총 이후 지분을 내다팔기 시작해 4월 16일 기준 4.11%를 기록했다. 지분율 5% 미만이어서 지분을 추가 매각했다면 공시 의무가 없다. 반대로 5%룰에 따라 지분율 1%포인트 이상 사들였다면 즉각 공시의무가 생기는데 10개월이 지난 현 시점까지 공시가 개점휴업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 보유지분 수준에서 더 늘리기 보단 축소하는데 전략적 무게중심을 뒀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알 수는 없으니 작년 주총 데이터를 기반으로 올해 국민연금이 지분 4.11%를 그대로 보유한 채 주총에 참석한다면 전체 참석률은 86.85%, 국민연금의 보유지분이 없고 모두 소액주주로만 이뤄졌다면 82.74%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한진칼 주총의 화제성은 작년을 압도한다는 점에서 실제 참석률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 소액주주 조원태 찬성 8.19% vs 반대 9.12% 예상

두 번째 살펴봐야할 데이터는 소액주주 표심의 방향이다. 현 시점에서 이번 정기주총 결과를 예측하는데 가장 참고할 데이터는 역시나 작년 한진칼 정기주총이다.

작년 한진칼 주총의 쟁점 안건은 석태수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었다. 이 안건에 한진칼 소액주주들은 상당한 결집력으로 회사 측과 맞섰다.

작년 주총에 참석한 소액주주(30.08%)의 52.68%가 석 사장 연임에 반대(데이터 한계로 전체 표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기권도 반대로 간주함)했고, 47.32%가 찬성했다. 나머지 안건(재무제표·배당)에서는 소액주주의 18%~20%만이 반대한 점을 감안하면 화제성을 가진 안건에서의 결집력이 강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주총에서 국민연금(4.11%로 가정)을 제외한 소액주주 30.46%가 작년 수준의 참석률(56.86%)로 참석한다면 약 17.31%가 의결권을 행사한다. 이 주주들이 작년 주총에서 석태수 사장 재선임 안건에 투표한 비율(찬성 47.32%, 반대 52.68%) 그대로 조원태 회장 재선임 안건에 투표한다면 찬성 8.19%, 반대 9.12%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조원태 회장측은 우호지분 33.44%에 소액주주 찬성표 8.19%를 더하면 41.63%를 획득한다. 조현아 전 부사장측은 우호지분 31.98%에 소액주주 반대표 9.12%를 더해 41.10%를 확보한다.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출석주주의 의결권 과반을 확보하는 방식, 즉 1표라도 더 얻어야 이긴다.

따라서 41.63%를 확보할 것으로 보이는 조원태 회장이 41.10%를 확보할 조현아 전 부사장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연임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소액주주의 표심이 작년 주총에서 또 다른 쟁점안건이었던 '국민연금  주주제안'에 나타났던 표심대로라면 판세는 뒤바뀐다.

소액주주들은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에 64.52%가 찬성(회사 측에 반대), 35.48%가 반대(회사 측 찬성)했다. 이 비율을 조원태 회장 연임 건에 그대로 적용하면 조원태 39.59% vs 조현아 43.15%로 뒤바뀐다. 조 회장의 연임 실패다.

작년 주총과 올해 주총의 소액주주명부는 많이 다를 것이며, 작년의 석태수 사장 연임건과 올해 조원태 회장 연임 건이 가지는 무게감도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이러한 데이터분석이 갖는 태생적인 오차범위를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몇 가지 확실한 것은 조원태 회장의 재선임 여부는 거듭된 판세 변화에도 여전히 살얼음 판세라는 점 그리고 소액주주 여론의 물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결국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한 번의 주총으로 꺼지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소액주주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한진칼 이사회가 배당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약발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배당안건과 이사선임 안건에서의 소액주주 투표결과가 확연히 달랐던 작년 주총 결과가 그 근거다.

한진칼 정기주총까지 앞으로 남은 약 50일. 한진그룹 지주회사의 물줄기가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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