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다시 '투톱' 체제로 전형을 짰다. 전영현 DS(디바이스솔루션, 반도체)부문장을 대표이사로 임명하면서다. 지난 5월 경계현 전 대표가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이동한 후 유지됐던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1인 체제가 다시 '2인 대표 체제'으로 전환된 것이다.
'투톱'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전영현 부회장은 반도체의 핵심 사업부인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임, 메모리 사업을 직접 챙긴다. 한종희 부회장은 기존 DX(디바이스 경험)부문장뿐 아니라 신설된 품질혁신위원회까지 맡는다.
적자 사업부인 파운드리 사업의 해결사로는 미국에서 반도체 사업을 맡아온 한진만 사장이 발탁됐다.
HBM 뒤처지자 '구원투수' 정연현 투입
27일 삼성전자는 사장 승진 2명, 위촉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의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서 한종희 부회장은 유임되고 전영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내정되면서 2인 대표이사 체제가 복원됐다. 부문별 사업책임제를 확립하고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는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도 유임했다. 사업지원T/F에는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이 담당 사장으로 합류했다.
DX부문장이자 DA(생활가전)사업부장인 한종희 부회장은 신설된 품질혁신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한다. 삼성전자는 근본적으로 품질을 혁신하기 위해 이번에 품질혁신위원회를 신설했다.
전영현 부회장도 대표이사, DS부문장에 이어 메모리사업부장,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새로 겸임한다. 특히 반도체 사업의 핵심인 메모리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체제로 전환했다. 최근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뒤처지자 대표이사가 직접 사업을 챙기는 구조로 개편한 것이다.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의 지휘봉은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인 한진만 사장이 잡는다. 한진만 사장은 D램과 플래시설계팀을 거쳐 SSD(대용량저장장치)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22년말 미주총괄을 맡아 현재까지 미국에서 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 극복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메모리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체제로 전환하고 파운드리사업 수장을 교체했다"며 "경영역량이 입증된 베테랑 사장에게 신사업 발굴 과제를 부여하는 등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경영전략·파운드리 CTO 등 신설
이날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술 경쟁력 강화와 조직 쇄신을 위해 여러 보직을 신설했다. 먼저 DS부문 직속으로는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보직을 만들었다. 이 조직은 한 사장과 함께 승진한 김용관 사장이 맡는다.
김용관 사장은 반도체 기획·재무업무를 거쳐 미래전략실 전략팀, 경영진단팀 등을 이끈 전략기획 전문가다. 지난 2020년 의료기기사업부장으로 사업을 안정화 궤도에 올렸고 올해 5월 사업지원T/F으로 이동했다.
파운드리사업부에는 사장급 CTO(최고기술책임자) 보직을 만들고, 기존 DS부문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이었던 남석우 사장을 앉혔다. 반도체 공정개발·제조 전문가인 남 CTO 사장은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제품 공정 개발을 주도했다.
역량이 입증된 베테랑 사장들도 복귀했다. 이원진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은 글로벌 IT기업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일선으로 복귀한다. 그는 2014년 구글에서 영입된 광고·서비스 비즈니스 전문가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마케팅·브랜드·온라인을 총괄한다.
이전까지 경계현 사장이 맡았던 미래사업기획단장은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이 새롭게 맡는다. 고 사장은 2008년 그룹 신사업팀과 바이오사업팀에서 현재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만들어낸 창립멤버다. 신사업을 일궈낸 경험과 그간 축적된 경영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삼성의 새로운 미래먹거리를 발굴한다.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