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신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10일 "정책사업에서 발생한 부채는 국민주택기금 출자전환이나 정부 재정지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138조원에 달하는 부채의 상당부분은 임대주택, 보금자리사업 등 정책사업 수행과정에서 생긴 것인 만큼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
아울러 부채의 증가 요인이자 주택시장 공급과잉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보금자리지구 사업에 대해서는 올해 안에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5곳에서 2500가구의 공공분양 물량을 축소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놨다.
◇ 사업 전과정 구조조정 필요
이 사장은 이날 취임 한 달을 맞아 경기도 성남 분당 한 중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업계획에서부터 보상, 건설, 판매, 사후관리 등 사업 전 과정에 걸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며 "저비용 고효율 사업방식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우선 정책사업과 자체사업을 완전히 분리해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정책사업 부채에 대해서는 "임대아파트, 보금자리주택 등 정부 정책수행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라며 "기금 출자전환, 출자비율 상향 조정, 행복주택 재정지원 등 근본적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작년 말 현재 각각 466%, 350%에 달하는 부채비율 및 금융부채 비율에 대해 "지금도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국민의 불안과 정부 재정 부담을 덜어내려면 300%, 230% 아래로 낮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단 기간에 이 비율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신도시·택지, 도시개발 사업 등에서 발생한 자체사업 부채는 전사적으로 판매에 힘을 기울이고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행복주택 차질없이 수행
이 사장은 현 정부의 역점사업인 행복주택 건설사업에 대해서도 "본질적으로 손실이 날 수밖에 없어 LH의 재무 부담이 불가피하지만 LH의 존립목적 자체가 공적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면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다만 "부채 증가보다는 주민들의 우려나 반대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지적하며 "사업지가 도심이다 보니 이런 반대가 있지만 행복주택에 대한 정책 홍보를 통해 사업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MB정부의 보금자리주택사업에 대해서는 축소 계획을 내놨다. 그는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5개 지구에서 공공분양 약 2500가구를 올해 말까지 축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축소 물량은 전용면적 60~85㎡의 공공분양 주택으로 지구별로 ▲과천지식정보타운 700가구 ▲서울강남 500가구 ▲하남감일 100가구 ▲서울양원 500가구 ▲성남고등 700가구 등이다.
◇ 신도시, 수급 고려해 사업조정
[지난 2006년 2기 신도시로 첫 지정된 뒤 2지구까지 사업범위를 확대했지만 최근 주민 반대로 신도시 계획 대폭 축소된 검단신도시 위치도(자료: 국토교통부)]
이 사장은 아울러 이미 확보된 2기 신도시가 향후 주택수급에 주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면서 지역별로 수요와 공급을 고려해 사업 우선순위를 정한 뒤 단계적으로 추진할 뜻을 밝혔다.
그는 "수요가 부족하거나 사업여건이 불리한 지구는 사업계획을 전면 재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며 "주택 트랜드 변화, 정부 창조경제의 패러다임에 맞게 신도시별로 사업방향을 재설정해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조정에 따른 주민 반발 등에 대해서는 "민간이 참여하는 위원회 등을 통해 세밀하게 추진 여부를 검증해 사업조정을 진행할 것"이라며 "주민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랜드뱅크 등을 통해 땅을 매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5본부 2부문 48처·실 조직개편
한편 이 사장은 취임과 함께 종전 9본부 47 처·실을 5본부 2부문 48 처·실로 바꾸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본사 2개 본부를 폐지하고 기획조정본부는 기획재무본부로 변경하며 재무전략실을 신설했다. 또 행복주택사업의 수행을 위해 행복주택사업처를 1· 2처로 확대 개편했다.
LH는 다음주께 신임 상임이사가 결정되면 후속으로 본부장 및 처·실장급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조직개편과 인사에 대해 옛 대한주택공사(주공) 노동조합 측은 향후 인사 불균형 등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이 사장은 이에 대해 "매번 인사 때마다 과거 두 회사 인원에 대해 균형을 맞출 수는 없겠지만 재임기간 중 편향된 인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해와 융합, 신뢰감 구축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 진정한 통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사장은 "지난 한달 간은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정신 없었던 시기였다"며 "행복주택이나 하우스푸어 대책 등 LH 사장이 내리는 결정 하나하나가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들이라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다"고 감회를 털어놨다.
이 사장은 경남 합천 출신으로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버클리대에서 도시계획분야 석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3회로 옛 건설부, 건설교통부, 국토해양부에서 토지국장, 국토균형발전본부장, 정책홍보관리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어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 경기도시공사 사장을 지낸 뒤 지난달 LH 사장으로 취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