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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남3구역 "위법사항 빼고 하면 3개월내 가능하다더라"

  • 2019.11.28(목) 16:11

위법사항 빼고 가는 방안 유력하지만 최종결론 못내려
내달 초 대의원회에서 결정…조합원 "빨리 가고 싶을 뿐" 발동동

"위법사항 빼고 가나 재입찰하나 6개월은 더 걸려요. 그 피해는 어쩌라고요."

28일 오후 1시 30분경 용산구 천복궁교회 앞에서 만난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은 인터뷰를 요청하자 기다렸다는 듯 억울함을 토로했다.

13년 만에 탄력이 붙은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이 국토부와 서울시의 깜짝 철퇴(입찰 무효‧재입찰)를 맞으면서 급제동이 걸린 탓이다. 관련기사☞브레이크 걸린 한남3…조합, 강행이냐 재입찰이냐

한남3구역 조합은 이날 오후 2시 조합원 총회를 열고 재입찰 여부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한남3구역이 공사비만 2조원에 달하는 '재개발 최대어'인 만큼 총회가 열리는 장소엔 조합원, 보안요원, 취재진 등 수백명의 인파가 몰리며 아수라장이 됐다. 조합원 신원 조회도 삼엄했다.

이날 만난 조합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조합은 국토부와 서울시가 지적한 시공사(대림산업‧현대건설‧GS건설)들의 입찰 제안 위법사항 20여가지를 제외하고 '가던 길을 가겠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듯 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재입찰을 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유에서다.

조합원 A씨는 "재입찰 하면 시공사 선정 공고, 설명회 등등 이미 치렀던 절차를 다시 한 번 거쳐야 한다"며 "반년은 그냥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입찰 하면 다른 시공사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죄다 들어와서 물을 흐릴 수 있다"며 "그러다 시공사 선정이 두 번 유찰돼서 수의계약까지 가는 최악의 상황이 되면 어거지로 시공사를 선택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합원 B씨도 "지금 들어온 3곳의 시공사 말고는 눈여겨 본 시공사도 없다"며 "재입찰 공고했을 때 입찰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 중견 중소 건설사까지 들어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가면 조합이 우려하는 시공 하자 등이 생겨서 소송으로 번질 수도 있다"며 "여러모로 재입찰은 조합에 손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입찰 제안 위법사항을 바로 잡은 뒤 시공사 선정 절차를 이어가도 최소 3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조합원들의 불안감은 커지는 분위기다.

조합원 C씨는 "국토부와 서울시가 지적한 입찰 제안서의 위법 사항을 빼고 가는 쪽으로 해도 6개월은 사업이 지연될 것"이라며 "입찰 제안서를 다시 검토하고 적법한 선에서 수정해야 되고 그 과정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던 조합원 D씨가 "그래도 위법 사항 제외하고 가면 재량껏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더라"며 "짧으면 3개월 안에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린 그냥 빨리 가고 싶을 뿐"이라며 "언론에서 조합이 시공사 입찰보증금을 각가 1500억원씩 4500억원을 몰수하는 것에 대해 초점을 맞추던데 조합에선 시공사 입찰보증금엔 관심도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조합은 좀처럼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한남3구역 조합에 '시공사 재입찰'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데다 향후 수사 의뢰 결과에 따른 입찰 무효 가능성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조합원 E씨는 "시공사 선정 관련해서는 중대한 사항인 만큼 하루 이틀 새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며 "오늘 총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시공사들의 얘기도 들어본 후 다음주쯤 열리는 대의원회에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3구역 입찰 참여 시공사들은 이날 조합 총회가 끝나면 입장해 5분 정도 각 사에 대한 홍보를 진행한 뒤 조합원들과 현 사태에 대한 의견을 교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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