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연초부터 정비사업 수주전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건설경기 악화로 수주 물량이 점점 귀해지는 가운데 올 상반기에 규모가 크거나 입지가 탄탄한 정비사업장들이 시공사 찾기에 나서 예정이어서 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도 대충 윤곽이 잡혀간다.
모든 사업장에 발을 들이미는 건설사가 있는가 하면 선택과 집중에 나서거나 소극적으로 관망만 하는 등 제각각이다.
◇ 현대건설, 문어발식 도전의 결과는?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는 서울지역 주요 정비사업장은 한남3구역, 갈현1구역, 반포주공1단지 3주구, 한남하이츠, 방배삼익, 신반포15차(추정 공사비 순) 등이다.
이들 모두 공사비가 수천억원대에 달하는데다 한강변이나 강남 등에 위치해 대형 시공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야말로 '수주 대전' 격인 시공권 싸움에서 자주 등장하는 곳이 현대건설이다. 지금까지 입찰 의사를 밝힌 곳만 한남3구역, 갈현1구역, 한남하이츠, 반포3주구 등으로 다수의 사업장에 발을 들이민 상태다.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의 위상을 이어가려는듯 하지만 '문어발식 수주 준비에 공격적인 입찰 제안을 하면서 잡음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장이 갈현1구역이다. 갈현1구역 조합은 현대건설이 지난해 10월 제출한 입찰제안서에 담보 초과 이주비 제안 등의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일주일 만에 입찰을 무효화했다. 결국 법적 공방까지 갔으나 법원이 조합의 손을 들어주면서 현대건설은 수주 기회를 박탈당했다.
한남3구역에서도 낙관하긴 힘들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합동점검 폭풍에 휩쓸린 한남3구역 조합은 현대건설을 포함해 기존 입찰에 참여한 GS건설, 대림산업의 입찰자격을 유지한 채로 재입찰에 나서기로 한 상태다. 재입찰 시 다른 시공사가 뛰어들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는데다 아직 검찰 수사는 진행 중이기 때문에 후에 입찰제안에서 위법이 확인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
그러자 현대건설은 한남하이츠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진행된 한남하이츠 시공사 입찰에선 한남3구역 합동점검 등을 이유로 철수했다가, 이번 재입찰 땐 사업촉진비로 2000억원 이상을 약속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제안이 재산상 이익제공이 될 수 있어 언제 폭탄(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위반)으로 돌변할 지 모르는 상황이다.
◇ 선택과 집중 GS-몸사리는 대우‧삼성
현대건설이 나선 정비사업장엔 대부분 GS건설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남3구역, 한남하이츠, 반포주공1단지 3주구 등이다. 이 회사는 갈현1구역에도 눈독을 들였으나 두번의 입찰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GS건설은 아직까지 한강변에 대표 단지가 없는 만큼 한남동 수주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남3구역에선 현 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보고 있는 '분양가'를 보장하겠다고 제시해 무리수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남하이츠에선 현대건설이 거액의 사업촉진비를 제시하며 조합원들의 호응을 얻자, 당초 550억원을 제시했던 GS건설은 '사실상 최종 조달 가능한 사업촉진비는 40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하며 조합원을 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림산업은 한남3구역과 방배삼익아파트 정도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남3구역에선 반포의 최고가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파크' 재건축 경험을 내세우고, 방배삼익에선 지난달 10월 단독 입찰하면서 유찰돼 재입찰을 기다리고 있다.
이 밖에 건설사들은 치열한 수주전에서 한발짝 물러나 관망하는 모습이다.
삼성물산의 경우 반포3주구 외엔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2015년 12월 서초구 서초무지개아파트 수주전에서 GS건설에 패한 이후 정비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초 반포3주구 현장설명회에 참여하고, 이번달 다시 열릴 현장설명회에도 참여 의사를 밝혀 4년만에 수주전에 재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도 신중히 접근하는 모습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고척4구역에서 현대엔지니어링과 시공권을 두고 다투다가 화합 수주하는 반전을 보여준 뒤엔 잠잠하다. 한때 한남3구역이나 갈현1구역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사업성 등을 보고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