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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LH가 했는데 불똥은 신혼부부한테 튀었다

  • 2021.04.01(목) 16:20

투기근절대책, 아파텔 등 비주택담보대출 LTV 규제강화
아파트 비싸 그나마 대출되는 아파텔에 신혼집 마련 '좌절'
<어느 예비 신혼부부의 일기>

2021년 4월 1일 날씨: 날은 맑지만 마음은 먹구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더니. 잘못은 LH가 했는데 나 같은 서민들까지 난처해졌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대책' 때문이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LH 직원들의 땅투기 사태 이후 나온 대책이다. 생각보다 강도 높은 대책으로 앞으로는 이런 일이 덜하겠지 하며 위안을 삼고 있었다. ▷관련기사: "'땅투기 논란 한 달' 쏟아진 규제…"국민 분노 불식에 초점"(3월31일)

그런데 이게 웬걸. 뉴스를 본 예비 신랑한테서 심각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 대출 어떡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대책 발표문을 다시 살펴보니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됐던 LTV 규제를 전체 금융권의 '비주택담보대출'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LH 직원들이 땅을 담보로 농협 등 상호금융권에서 대규모 대출을 받은 것이 드러나면서 토지 취득 시 자금조달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비주택에 내가 신혼집으로 알아보고 있던 주거용 오피스텔인 '아파텔'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땅투기 하는 사람들한테나 영향이 있을줄 알았지, 우리같은 서민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머리를 얻어 맞은 기분이다.

우리도 물론 신혼집으로 번듯한 아파트에 살고 싶었다. 지난해부터 직장이 있는 서울의 아파트를 알아봤는데 대출을 최대한 받아도 도저히 살 수 없는 가격대였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8억7687억원(한국부동산원)이라나.

현재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선 아파트 시세가 9억원 이하일 땐 주택담보대출의 LTV 40%를 적용한다. 단순 계산해봤을 때 3억5000만원 정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용대출이나 모아둔 돈을 '영끌'한다고 해도 나머지 5억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경기도로 가기엔 직장에서 너무 멀고 경기도 아파트값도 이미 많이 오른 상태였다.

결국 우린 아파텔을 알아보게 됐다. 주위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 이런 이유로 아파텔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아파텔은 아파트에 비해 단지 규모가 작지만 내부 설계 등이 아파트와 비슷하고 신축의 경우 커뮤니티 시설 등도 잘 갖춰져 있었다.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대출규제가 없고 청약 당첨 시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가격을 알아보니 지난달 기준 서울 오피스텔의 중위매매가격은 2억3676억원이다.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의 4분의1 수준이었다. 다만 부동산 규제 '풍선 효과'로 오피스텔 수요가 점점 늘어나면서 가격이 상승 추세라는 점에서 마음이 급해졌다. 서울 오피스텔의 중위매매가격이 1년 만에 14%나 올랐을 정도다.

그래도 대출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위안이 됐다. 비주택담보대출은 별다른 규제 없이 은행 내규 등에 따라 통상 최고 70%까지 받을 수 있다. 우리는 결국 "아파텔에 살면서 돈도 모으고 청약도 계속 시도해서 나중에 아파트로 이사가자"며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오피스텔까지 LTV 규제를 강화한다니. 순식간에 내집마련 주거사다리를 걷어차인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가격이 걱정됐다. 규제 막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몰리면 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도 있고 규제가 시행된 이후엔 수요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급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혼집을 얼른 구해야 하는데 한 치 앞을 알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판이다. 

불안해서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신혼집을 알아보는 예비 신부의 일기 형식으로 구성해봤다. 'LH 땅투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나온 대책이 이처럼 무주택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투기 관련자를 엄벌하려는 고강도 대책에 '비주택담보대출 규제강화' 방안이 포함되면서 애먼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문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청년·신혼부부들이 아파트에 비해 저렴해 대안으로 삼던 주거용 오피스텔(이른바 '아파텔')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젊은 세대들의 '주거 사다리'도 사라질 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오피스텔 등은 대출이 많이 나와 접근이 쉬웠는데 그 길이 막히면서 수요·거래가 줄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오피스텔은 주택처럼 환금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규제 도입 이후 거래 절벽이 생기면 주택보다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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