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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단군이래 최대 리모델링' 남산타운의 운명은?

  • 2021.06.29(화) 09:31

총 5015가구 '공룡급' 규모 업계 눈길
추진위·준비위 제각각…갈등 불씨
"연내 조합설립·조합설립 후 3년내 착공"

3년째 표류하던 '단군이래 최대 리모델링' 중구 남산타운 아파트가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새롭게 등장한 '준비위원회'(주민주도형)가 반년도 안 돼서 주민동의서 징구에 나서는 등 연내 조합 설립을 목표로 발빠른 걸음을 걷고 있다. 남산타운이 대단지인데다 서울 시내 정중앙에 위치한 만큼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일대 '랜드마크'급 단지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다만 서울형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던 '추진위원회'와 양립하는 상황인 만큼 향후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남산타운 아파트./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추진위'도 있고 '준비위'도 있고…왜?

서울시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리모델링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지난 25일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받기 시작, 오는 11월께 조합 설립 총회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남산타운 아파트는 지난 2018년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된 7개 단지 중 하나다. 서울형 리모델링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동산 공급 정책 중 하나로 서울시로부터 안전진단 비용 등과 행정절차를 지원받는 대신 일정 부분 공공기여(커뮤니티 개방 등)하는 방식이다. 

당시 남산타운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출범해 서울형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으나 추진위원장이 과거 재개발 사업에서 뇌물죄로 실형을 받은 이력이 드러난 데다 공공기여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잡음이 나왔다. 결국 주민동의 징구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아직까지도 조합을 설립하지 못한 상태다. 

일부 조합원들은 추진위에 대한 불신, 공공기여에 따른 낮은 사업성 등을 문제점으로 꼽으며 '주민 주도형' 방식의 리모델링사업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이런 배경으로 지난 2월 새로 출범한 준비위는 4개월만에 정비업체, 설비업체 선정을 마치고 주민동의서 접수까지 나서며 잰걸음을 하고 있다.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려면 주민 2/3(66.7%)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남산타운 한 주민은 "기존 서울형 리모델링 추진위 동의 철회서와 주민동의형 준비위 동의서를 같이 제출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추진위에 대한 불신이 큰 데다 서울형 리모델링 사업은 시장이 바뀌면서 명맥이 끊겼다고 봐야해서 주민동의형 사업을 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사업은 애초 지난해까지 조합설립을 마친 시범단지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었던 만큼 조합 설립이 안 된 남산타운은 지원 자격이 없는 셈이다. 

다만 기존 추진위가 주민동의서를 다수 징구한 상태인 데다 준비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향후 갈등이 불가피해보인다. 추진위 관계자는 "서울형 리모델링이어도 법적으로 기부채납 원칙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기부채납을 더 하는 건 아니다"며 "현재 주민동의율 52%를 넘긴 상태로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준비위가 나오면서 혼동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말까지 조합 설립해서 내년에 시공사 선정까지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업비만 1.2조원…'남산타운 잡아라'

남산타운 리모델링 사업이 3년 만에 새 국면을 맞자 수요자도 시공사도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다. 

2002년에 준공된 남산타운은 42개 동, 5150가구의 '공룡급' 단지다. 이중 리모델링 대상은 35개 동, 3116가구로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466가구 더 늘어난다. 현재까지 리모델링 사업지 중 가장 큰 단지였던 강동구 '선사현대'(2938가구)를 넘어서는 규모다. 준비위가 추산한 총 사업비는 1조2000억원에 이른다. 

'황금 입지'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하철 6호선 버티고개역과 3·6호선 약수역이 도보권에 위치하는 더블역세권인 데다 강남과 광화문 등으로 이동하기도 편하다. 한남동이나 이태원 생활권을 누릴 수 있고 한강이나 남산 조망도 일부 가능하다. 신당동 주택들도 재개발을 추진 중이라 일대가 변화할 전망이다. 

이같은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아파트값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남산타운 전용 84㎡는 최고 15억7000만원(16층)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에선 최고가다. 지난해 5월만 해도 같은 평형의 최고가는 11억8500만원(7층)으로 1년 만에 4억원 가까이 뛰었다. 

시공사들도 벌써부터 물밑 경쟁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형 건설사들은 단지 곳곳에 사업 추진을 응원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거는 등 눈도장을 찍고 있다. 

준비위 관계자는 "올해 조합 설립 후 3년 이내 이주 및 착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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