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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어제의 5억 오늘은 10억되는 '요상한 전세시장'

  • 2022.01.12(수) 11:28

신규냐 갱신계약이냐 '한 지붕 다른 전셋값'
대출규제에 전셋값 출렁…삼중·사중가격도
갱신권 만료 매물 나오는 하반기 혼란 우려

새 임대차법 시행 후 전세 시세가 이중가격을 넘어 삼중·사중으로 분화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같은 아파트, 같은 면적이어도 계약갱신청구권 적용 여부에 따라 전셋값이 크게 벌어진 영향이다.

최근엔 금리 인상, 대출규제 강화 등의 여파로 전세 수요가 줄어들자 갱신권을 쓰지 않고 전세금을 합의하는 등의 사례까지 나와 갈수록 시세를 종잡을 수 없는 모습이다. 더군다나 하반기부터 전세계약갱신청구권 만료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임대차시장의 혼란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5억원짜리 전세?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현재 전세 시장에선 신규 계약가와 갱신 계약가가 혼재되면서 가격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규 계약의 경우 가격 제한이 따로 없기 때문에 향후 계약갱신청구권(2+2년) 사용을 반영하는 등의 이유로 전셋값을 높게 책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경우는 전월세상한제가 적용돼 5% 이내로만 전셋값을 올릴 수 있다. 

이에 서울 주요 단지에서는 신규 계약가와 갱신 계약가의 차이가 많게는 두 배 이상 벌어지기도 한다. 같은 아파트, 같은 면적이어도 시세가 크게 벌어진 경우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유무에 따른 차이일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조회 시스템 및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3㎡는 지난달 최고 10억원(8층), 최저 4억9875만원(4층)에 전세가 거래돼 각각 신규 계약, 갱신 계약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월세 신고 기한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로, 12월 계약분에 대해선 아직 계약 형태가 고시되지 않았다.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지난 2020년 7월만 해도 은마아파트 같은 평형의 전세 가격은 최고 7억3000만원(6층), 최저 5억8000만원(1·8층)으로 큰 가격차 없이 대부분 6억~7억원대에서 거래됐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84.04㎡는 지난달 18일 각각 9억5000만원(3층), 5억1450만원(2층)에 거래돼 전세 최고가와 최저가가 나왔다. 이 아파트 전용 84.24㎡는 같은 날(4일), 같은 층(6층)이 각각 5억7750만원, 9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되기도 했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도 지난달 전용 84.81㎡, 10층짜리 전세 거래에서 최고 12억원(10층), 최저 7억4300만원(10층)의 계약이 체결됐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1단지 전세 거래의 경우 지난 10월 전용 84.59㎡ 기준 신규 계약은 11억3000만원(14층), 갱신 계약은 8억4000만원에 체결됐다. 

이같은 '이중 가격' 구조는 갈수록 분화되고 있다. 재계약 시 갱신권을 쓰지 않고 집주인과 세입자가 적정선에서 전세보증금을 합의하거나, 임대사업자가 1년 단위로 새 세입자를 구하면서 매년 5%씩 올리는 경우 등 다양한 사례가 더해지며 삼중·사중 가격이 혼재한 상태다. 

진짜 문제는 하반기부터?…"세입자들 더 힘들어져"

최근들어선 전세 수요 감소로 전셋값 상승률이 둔화하거나 떨어지는 곳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 대출규제 강화 등이 맞물리며 전세보증금 마련이 어려워진 탓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4.5로 5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아 수요보다 공급이 많았다. 지난 2019년 9월16일(92.2) 이후 약 2년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이에 전세 계약 만기가 임박한 집주인 가운데 일부는 종전 거래가격보다 가격을 낮춰 전세 계약을 하는 경우도 종종 나오고 있다. 

일부 '급전세' 영향으로 전셋값 상승률도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1주차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02% 올라 전주(0.04%)와 비교해 0.02%포인트 축소했다. 자치구별로 총 25개구 중 17개구의 상승폭이 줄었고 은평구와 서대문구는 보합(0.00%), 금천구는 0.01% 떨어지면서 하락 전환했다. 

그럼에도 올해 전셋값이 하향 조정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 하반기에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시점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집주인들이 갱신권을 한 차례 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운 세입자를 받아 전세보증금을 주변 시세에 맞춰 올릴 가능성이 높다. 향후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염두에 두고 4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나올 수 있다. 

매물 부족도 문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63가구로 역대 가장 공급량이 적었다고 평가받는 2021년(3만1211가구)보다 34.4% 감소할 전망이다. 여기에 대선, 추가 금리 인상 등의 변수도 있어 가격 안정을 예단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이같은 이유로 임대차 시장 불안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여부 또는 만료 여부에 따라 전셋값 이중·삼중가격 현상이 2년마다 반복돼 나타날 것"이라며 "올 하반기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매물이 나오면 전셋값이 더 오르면서 월세 전환도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있었던 급전세 등은 봄 이사철, 새 학기 등을 앞두고 급하게 움직이는 등의 계절적 요인일 뿐"이라며 "올해 선거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고 분양 기대감이 여전하기 때문에 전세 수요는 계속 있을텐데 입주 물량이 적어 전셋값은 오를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반기에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매물까지 나온다면 상반기보다 전세 가격이 급격히 인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세입자들의 전세 마련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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