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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뱃멀미 안녕~' 울릉도, 하늘길 열리면 '핫플' 돼요

  • 2022.06.12(일) 11:00

울릉공항 2026년 개항…서울서 7시간→1시간
포항서 '아파트 12층 규모' 구조물 옮겨 해상 매립
독도 수호·울릉주민 생활 개선 효과도 기대

"오늘 운이 좋은 거래요. 어제까지만 해도 날씨가 안 좋아서 배가 늦게 떴대요. 날씨 안 좋아서 울릉도 못 가는 분들 많다고 하잖아요."

지난 9일 오전 9시에 찾은 포항 여객선터미널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많은 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벽부터 서둘러 여행길에 오르느라 힘들었을 텐데, 모두 "운 좋은 날"이라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울릉도는 '날씨 운'이 좋지 않으면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울릉도를 거쳐서 가는 독도도 마찬가지다. 이날은 날씨가 화창해 모두 기대감에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미소가 사라지는 데에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배에서 만난 한 울릉도 주민은 "하늘 맑은 것과 해류는 별개"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배가 많이 흔들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으라는 의미였다.

실제 배가 출항하자마자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각 좌석에는 '속이 불편하실 때 사용하시라'는 문구가 쓰인 위생봉투가 있었다. 옆자리 한 관광객은 "이렇게 흔들리면서 네 시간을 가는 거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시간쯤 지나자 곳곳에서 속을 게워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배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위아래로 흔들리며 시속 60km로 내달렸다. 분명 하늘은 맑았다. 하지만 배를 탄 사람들의 속은 맑지 않았다. 울릉도에 도착하기까지 4시간 동안 계속 울렁거렸다.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에 위치한 울릉공항 건설 현장./사진=국토교통부 제공.

50년 숙원 '울릉공항'…매립 공사 한창

이날 국토교통부 기자단이 울릉도에 간 건 오는 2025년 완공되는 '울릉공항' 건설현장을 찾기 위해서였다. 지난 2020년 말에 착공해 현재 약 20%의 공정률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에 현장을 확인하자는 취지였다.

서울에서 7시간 넘는 여정 끝에 울릉도에 도착한 취재진은 "울릉도는 공항이 꼭 필요한 곳"이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그만큼 울릉도에 가는 길은 고됐고 공항의 필요성을 몸소 체험했다.

울릉공항은 울릉도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기록에 따르면 무려 1969년부터 공항 건립 추진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울릉읍에 위치한 독도전망대 앞에서 만난 한 상인은 공항 건설 현장에 취재 왔다고 하자 "비행기가 실제로 떠야 공항이 되는 건데…"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만큼 주민들의 인내의 시간이 길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지난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완료한 뒤 지난 2020년 11월 공사에 착수했다. 최근에는 구조물이 하나씩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의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5월 21일은 울릉도에 그야말로 '역사적인' 날로 기록됐다. 포항에서 출발한 대형 구조물인 '케이슨(caisson)'이 처음 도착한 날이다. 울릉공항 시공사인 DL이앤씨에 따르면 같은 달 19일에 포항시 영일만항에서 출발한 첫 번째 케이슨은 이틀 만에 울릉도에 무사히 도착했다.

포항에서 제작하고 있는 대형 구조물 케이슨.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케이슨은 구조물이나 기초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상자 또는 원통 모양의 구조물이다. 시멘트와 철근으로 만들어진다. 주로 방파제를 만들 때 쓰이곤 하는데, 울릉공항에는 활주로의 기초석으로 투입된다.

이번 공사에는 여러 타입의 케이슨 30개가 투입될 예정이다. 케이슨의 무게는 가장 작은 게 8598톤이고, 가장 큰 것은 1만6411톤에 이른다. 높이가 27.5m로 아파트 12층 규모에 달한다.

우선 활주로의 가장자리를 이 케이슨으로 둘러싼 뒤 그 안을 토사로 매립하는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된다. 매립에 필요한 토사는 인근에 있는 가두봉을 깎아서 확보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50인승 항공기가 취항할 수 있는 1200m 길이의 활주로를 만들 계획이다.

2035년 항공편으로 연 95만명 수요 기대

울릉공항이 들어서는 해상 영역은 평균수심이 23m에 이르고 쌓아야 할 성토 높이가 평균 46m가량으로, 현재까지 건설된 국내공항 중 해양 매립 규모가 최대인 난공사다. 사업비는 총 7092억원이 투입된다.

오는 2025년 공항이 완공하면 2026년 상반기 중 첫 운행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오는 2035년에는 왕복 여객 수 기준으로 연간 95만명의 수요를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서울에서 울릉도에 가기 위해서는 강원도나 경상북도를 거쳐 총 7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울릉공항이 운행하면 서울에서 비행시간 1시간이면 울릉도를 찾을 수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이 밖에도 부산이나 포항, 제주 등 지방 공항과 연계할 경우 전국 1일 생활권까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주민들 역시 응급환자 이동 등이 수월해지는 등 생활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부는 정부와 지자체, 한국공항공사가 함께 협의체를 구축, 울릉공항 개항 시점을 목표로 관광 인프라를 더욱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양한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종합적인 마스터 플랜을 수립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와 함께 울릉도를 둘러싼 도로인 일주도로1 건설이 지난 2019년 완료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일주도로2 건설까지 완료해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되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울릉공항 건설로 약 98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6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6900여 명의 취업유발 효과 등이 기대된다"며 "건설 관련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교통과 요식, 숙박, 관광 등 코로나19로 위축한 울릉지역 경제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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