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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에 소각장 하나 더…마포·고양 "집값 떨어질라"

  • 2022.09.06(화) 09:07

서울시, 마포 상암 '자원회수시설' 추가 건립
마포 이어 인근 고양도 반발…"집값 하락 우려"

서울시가 마포구에 자원회수시설(생활폐기물 소각장)을 추가로 짓겠다고 발표하자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마포에는 이미 소각장이 있는 만큼 이번 계획을 백지화하고, 기존시설이 없는 자치구에 건립해야 한다는 요구다.

악취와 오염물질 등으로 인해 주거환경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가뜩이나 부동산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집값 하락에 기름을 붓는 발표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상암 소각장 옆 '하나 더'

서울시는 최근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 부지에 자원회수시설(생활폐기물 소각장)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부터 가동하고 있는 마포자원회수시설 옆이다. 시는 오는 2026년까지 건립을 마무리하고 2027년부터 운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에는 양천·노원·강남·마포 등 총 4개의 소각장이 있다. 이중 마포자원회수시설은 종로·서대문·용산·마포·중구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처리한다. 일일 최대 750t 규모다. 새로 건립하는 소각장은 이보다 많은 하루 1000t까지 처리할 수 있다.

기존시설은 2035년까지 철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새 소각장이 가동을 시작하는 2027년부터 2035년까지 9년 동안은 2곳의 소각장이 동시에 운영된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근 거주자들의 건강·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특히 기피시설이 들어서면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상암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마포구에는 이미 소각장이 있어서 새로운 소각장 부지로는 채택이 안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주민들이 크게 당황한 모습"이라며 "안 그래도 부동산 분위기가 안 좋은데 집값이 더 하락할까 걱정하는 문의가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자체도 목소리를 높였다. 마포구는 물론, 인근 경기 고양시 등도 백지화 주장에 합세했다. 고양시에는 지난 7월부터 4815가구가 입주를 시작한 덕은지구가 있는데, 이 지구는 소각장에서 불과 1.5㎞ 거리에 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서울시의 발표 즉시 성명을 내고 "마포구가 수십년 세월의 고통과 서러움을 감내해 온 것은 서울시민 전체의 편익과 이익을 위함이었다"며 "광역자원회수시설 설치 방침을 전면 백지화하고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이동환 고양시장도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덕은동 주민뿐만 아니라 108만 고양시민을 우롱하는 행태"라며 "지금이라도 새 소각장 건립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31일 "자원회수시설 부지를 선정한 후 마포구 곳곳에서 들려오는 반대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악취와 매연 방지 대책을 세우고, 그 주변을 수변 공간과 어우러진 마포의 새로운 명소로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서울시는 새 소각장을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품·명소로 건립하고, 부지 인근에 1000억원을 들여 수영장과 놀이 공간 등 주민편익시설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연간 약 1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지역발전에 사용할 계획이다.

'집값 폭락' 우려에도…전문가들 "영향 적을듯"

최근 마포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주민들의 공포를 키우는 이유다. 올해 들어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하긴 했지만, 마포구의 하락률은 전국, 서울 평균보다도 크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마포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전 주보다 0.1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전국 변동률은 –0.15%, 서울은 –0.13%였다. 지난 6월 둘째주 –0.01%에서 매주 낙폭이 커졌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값 폭락하는 데 기름을 붓는 소식"이라거나 "소각장 매연과 미세먼지에 집값 폭락까지 예상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집값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본다. 기존에 소각장이 있던 곳이기 때문에 '현상 유지'에 가깝다는 판단에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쓰레기 소각장은 기피시설이긴 하지만 이미 있던 곳 옆에 추가로 한 곳을 건립한다고 해서 집값에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며 "소각장이 없던 곳에 처음으로 건립한다면 심각한 악재가 되겠지만, 마포의 경우 하락 우려가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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