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보다 싼 이른바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분양권이 시장에 속속 나오고 있다. 분양가보다 2억원 이상 낮은 가격도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중도금 대출 이자에 부담을 느낀 수분양자들이 분양권을 시장에 내놓고 있어서다.
정부가 서울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규제 지역을 해제하면서 분양권 전매 제한이 완화된 상황과 맞물리며 분양권 가격 하락은 더 이어질 전망이다.
분양권 2억원 싸게 팔아요…강남도 성남도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오금동 '송파더플래티넘' 전용 65㎡ 매물이 최근 12억5140만원에 나왔다. 전용 65㎡ 최고 분양가는 14억7260만원으로 약 2억원 이상 호가가 하락한 셈이다.
송파더플래티넘은 오금아남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아파트로 지난해 1월 일반분양했다. 일반분양 당시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지만 29가구 모집에 7만5382명이 청약통장을 던지며 25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분위기가 바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송파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 1년간 7.16%가량 하락했다.
인근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예비 입주자들이 '분양권 손절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오금동 '송파두산위브'는 지난해 11월 전용 59㎡ 매물이 8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크기의 매물이 지난 2021년 8월 12억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약 3억5000만원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권을 내놓는 사례는 더 있다. 내달 2월 입주를 앞둔 성남시 수정구 판교밸리자이 3단지 오피스텔 전용 84㎡ 분양권은 최근 8억66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분양가가 9억 5600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9000만원이나 낮은 가격으로 나온 것이다.
화성 봉담지구에서는 분양가 대비 2억원 하락한 가격으로 분양권이 거래된 사례도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오는 5월 입주 예정인 '봉담파라곤' 전용 59㎡는 지난달 6일 2억2807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지난해 5월 일반분양 당시 중고층 분양가가 4억4000만원이었다. 분양권 시장에 넘친다…"고금리와 규제 해제 영향"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권이 시장에 나오는 이유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꺾인 영향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아파트를 분양받는 수요자들은 입주 시점의 가격보다는 현재 가격 동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분양받을 때 중도금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고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서울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규제지역이 모두 해제되면서 전매제한이 사라졌다는 것도 분양권 가격 하락의 이유다.▷관련기사: 5일부터 강남3구·용산 외 규제지역 다 풀린다(1월3일)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매제한이 해제되면서 시장에서 분양권이 흔해졌다"며 "부동산 상승기에 분양권 1개가 시장에 나온다면 최근에는 분양권 10개가 시장에 나오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이 많아지니 가격도 자연스레 하락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