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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서울시·아실·부동산원 '입주물량' 왜 다를까

  • 2023.02.24(금) 07:00

서울시-아실 입주 통계 차이 최대 '2.7배'
서울시 공공주택 포함…누락분 '추정치'로 반영
소규모 주택 집계 여부도 달라…정보접근성 차이도

서울시가 오는 28일부터 '입주 예정 아파트 정보'를 공개합니다. 분양사업장에 대한 정보를 총괄하는 지자체가 직접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시민들의 주택 구입 및 이사 계획 준비를 지원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관련 기사:올해 서울 3.3만가구 입주…서울시, 입주 예정 아파트 첫 공개(2월22일)

서울시는 지난 21일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의 자료는 실제 서울시 입주 예정 물량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주택 공급이 적정 수요보다 크게 적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겁니다. 그다음 날엔 아예 자체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고요.

실제 시장에서 주로 참고하는 통계를 살펴보니 서울시 집계와 다른 점이 있긴 합니다. 올해 입주 물량은 약 1만 가구 차이가 나는 곳이 있었고, 내년 물량은 2.7배까지 전망이 벌어졌습니다. 집계 방식이 얼마나 다르길래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입주 물량 '2.7배' 차이

서울시 통계와 다른 민간·공공 통계를 비교해봤습니다. 비교 대상은 부동산 시장에서 주로 참고하는 3곳을 선택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부동산R114'의 협업 자료와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직방이 운영하는 '호갱노노'의 자료입니다.

23일 기준 올해 전망치는 아실을 제외하면 비슷비슷합니다. 서울시는 올해 3만3338가구가 입주한다고 봤고, 한국부동산원·부동산R114는 이보다 213가구 적은 3만3125가구라고 발표했습니다. 호갱노노는 두 기관보다 조금 많은 3만7991가구로 예측했습니다.

아실은 이들과는 한참 동떨어진 2만2886가구를 제시했습니다. 서울시 자료보다 1만 가구 이상 적은 겁니다. 서울시가 지난 21일 해명자료를 낸 것도 입주 물량이 부족하다는 아실 데이터를 근거로 한 기사에 대한 반박이었습니다.

내년 통계는 차이가 더 큽니다. 서울시는 3만8512가구가 입주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가장 낮은 전망치(1만4104가구)를 제공한 아실보다 무려 2.7배 많습니다. 호갱노노도 아실과 비슷한 1만8976가구가 입주할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2023년 입주 물량을 서울시와 가장 흡사하게 봤던 한국부동산원·부동산R114의 전망치도 2만8627가구에 그칩니다. 최소 1만가구에서 2만4000가구까지 차이가 나니 서울시에서도 답답했던 모양입니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통계 비교 / 그래픽=비즈워치

민간은 '공공 제외'·정비사업도 '깐깐하게'

기관마다 예측치가 다른 건 집계 방식이 다르고, 민간의 경우 조사 과정에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서울시는 정부의 분양승인 정보와 시가 직접 관리하는 사업장 정보를 포함해 산정합니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는 먼저 한국부동산원이 청약 정보, 건축물 인허가 및 착공 정보, 정비사업 정보를 합산해 1차 자료를 만듭니다. 이후 부동산R114가 자체 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입주일이나 가구 수 등에 오류가 없는지를 검수합니다.

법적으로 가시화된 사업은 대부분 포함되지만, 3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은 집계가 안 됩니다. 30가구 미만의 소형 공동주택은 건설할 때 사업계획승인을 받을 의무가 없어서 외부에선 사업이 진행 중인지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예상 입주 물량이 서울시와 가장 달랐던 아실의 경우 공공주택을 집계하지 않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천호역 역세권 청년주택(900가구) △개봉역 역세권 청년주택(627가구) 등 2023년 입주하는 공공주택이 총 1만7593가구에 이르니 차이가 클 수밖에 없고요.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실은 정비사업도 보수적으로 집계하는 편입니다. 특히 최근엔 공사비 갈등으로 입주가 미뤄지는 사업장이 많아서 입주 물량 산정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호갱노노 역시 아실과 마찬가지로 입주 예정 물량에 공공주택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다만 30가구 미만의 소규모 주택도 집계하고 있어 아실보다는 물량 규모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서울시, 누락분은 '추정치'로 보정

서울시는 22일 보도자료에서 다른 기관이 집계한 입주 물량이 현저히 적어 "부동산 시장 및 시민들의 혼란이 초래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서울시도 구체적인 조사 방법과 기준을 밝히지 않아 논란을 자초하는 분위기입니다. 서울시 자료를 검증할 방법이 없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2024년 통계는 서울시를 제외한 기관들이 '물량 급감'을 예측하는 가운데 홀로 '올해보다 증가'를 외치고 있습니다. 당장 내년 입주라면 적어도 착공 단계여야 하는데, 서울시의 착공 데이터로는 불가능한 물량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 부동산 통계 전문가는 "서울시가 조사 방식을 자세히 밝히지 않아서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주 작은 단지가 아니고서야 인허가도 안 한 사업을 2년 안에 착공부터 입주까지 진행한다고 예측해 통계에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습니다.

실제 서울시 통계에는 '추정치'가 일부 반영됩니다. 서울시가 입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가장 좋긴 하지만, 규모가 작거나 입주까지 급하게 진행된 사업 등 어쩔 수 없이 누락되는 물량들이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있었던 이런 물량들의 평균을 내고, 이의 60% 정도를 더하는 건데요. 다른 기관에선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지만, 이것도 꽤 보수적인 접근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처음에는 한국부동산원과 통계를 맞출까도 생각했지만, 부동산원은 추정치를 반영하지 않고 있어 큰 차이가 나는 상태로 발표하게 됐다"며 "60%도 경기 침체 등을 반영해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고, 이 물량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부동산원의 예측치는 실제 물량보다 적다"고 말했습니다.

애초 민간과 공공은 통계 제공 목적이 달라 정확도를 비교하기엔 무리일 수 있습니다. 아실, 호갱노노 등은 집을 거래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이들은 공공주택의 경우 입주 자격이 제한적이고 주로 임대주택이라 입주가 시작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판단합니다. 전셋값 등이 흔들릴 가능성이 없으니 굳이 집계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겁니다.

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관계자는 "공공이 그만의 목적과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듯 민간도 고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합니다.

그간 공공주택 물량을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앞으로 서울시를 통해 알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통계를 제시하고, 수요자들은 이를 취사선택해서 활용할 수 있다면 최선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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