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무순위 청약의 무주택·거주지 요건을 폐지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도 완화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권에서 강화한 다주택자에 대한 과한 규제를 정상화해 이들이 시장에서 거래 정상화 등의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있다. ▶관련 기사: 다주택자 '세금·대출' 숨통 터줬다…연착륙 구원투수 될까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완화로 분양 시장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서울 지역의 경우 다주택자는 물론 지방 수요까지 쏠릴 가능성이 커진 만큼 분양 한파가 다소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여전하고 집값이 더 떨어질 거라는 인식이 크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분위기가 반전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 무순위 '줍줍'에 강남 LTV도 완화
정부는 무순위 청약 자격 완화 방안을 담은 주택공급 규칙 개정안을 지난달 28일 공포하고 즉시 시행했다. 이번 개정에 따라 이제는 지역과 보유 주택 수에 상관 없이 국내에 거주하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무순위 청약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주택이 건설되는 지역에 거주하고 세대 구성원 모두 무주택자여야만 무순위 청약을 할 수 있었다.
무순위 청약은 분양 주택의 1·2순위 청약을 마친 뒤 미계약 물량에 대해 청약 신청을 받는 절차다. 무순위 청약 때는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청약 신청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관련 기사: [알쓸부잡]아파트를 '선착순'으로 분양한다고요?(1월 27일)
이에 따라 이제 전국의 다주택자들도 소위 '줍줍'이 가능해진다. 당장 오는 8일부터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는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이 수혜를 받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이달부터는 다주택자들에 대한 대출 규제도 풀렸다. 임대사업자를 포함한 다주택자는 앞으로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남은 규제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3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비규제 지역에서는 LTV 상한이 60%로 적용된다.
최근 전셋값 하락으로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진 사람을 위해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한 각종 규제도 일괄 폐지한다.
다주택자 '숨통'…집값 하락 전망에 '한계'도
전문가들은 이런 규제 완화를 통해 다주택자들의 숨통이 트이면서 부동산 시장 거래가 살아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비교적 자금 여유가 있는 고소득 다주택자들이 서울 등 주요 지역의 분양 단지에 관심을 둘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나타나는 서울의 거래량 증가 흐름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1월 1417건을 기록하면 전달(835건)보다 70%가까이 증가했다. 2월에도 1213건(3월2일 집계 기준)으로, 신고 기한이 한 달가량 남은 점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이어지는 흐름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거래량이 증가하고 가격 하락 폭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착륙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여기에 더해 다주택자 청약과 대출 규제도 풀린 만큼 서울에서 미분양이 된 곳이나 신규 분양 단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전히 집값이 추가로 하락할 거라는 인식이 많은 만큼 당장 거래가 활발해지기는 어려울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출이 필요했던 수요에는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거래가 당장 활발하게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분양시장에서 분양가가 청약 성적의 성패를 가르고 있는 것처럼 기존 시장에서도 지금보다는 가격이 더 낮아져야 거래가 충분히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주택자들 역시 거래절벽 등으로 여력이 없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DSR 규제가 여전한 탓에 다주택자의 여력이 눈에 띄게 커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팀장은 "지금 시장에 쌓여 있는 물량 대부분이 다주택자 소유일 가능성이 큰데, 물량 소진이 잘되지 않으니 여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또 LTV를 아무리 풀어도 다주택자 역시 DSR로 대출이 막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장 움직이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