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앞다퉈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재건축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던 '안전진단 대못'이 뽑히자 이를 기회 삼아 사업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규제 완화로 재건축 첫 관문을 넘기 수월해졌지만 여전히 금리 인상, 공사비 인상,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의 변수가 남아 있어 사업이 끝까지 순항할 수 있을지는 안갯속이다.
'안전진단 대못' 뽑았더니…줄줄이 재건축 확정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줄줄이 안전진단 문턱을 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정동 일대에 위치한 목동신시가지아파트는 최근 전체 14개 단지 중 11개가 안전진단에 최종 통과하며 재건축이 확정됐다.
지난 1월 3·5·7·10·12·14단지가 통과한 데 이어 지난달엔 1·2·4·8·13단지가 '조건부 재건축'에서 추가 적정성 검토 없이 재건축이 확정됐다.
6단지는 지난 2020년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단지로 선정된 상태다. 이로써 현재 재건축이 확정된 목동신시가지는 총 2만3004가구에 달한다.
올 초 목동신시가지 6개 단지와 함께 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신월동 신월시영(2256가구)까지 포함하면 일대에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조성될 전망이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여부를 결정하는 첫 단계로 이 관문을 넘어야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등이 가능해진다.
'예비안전진단→1차 정밀안전진단→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순으로 진행되는데 평가 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이 50%로 높아 다 쓰러져가는 건물이어야만 최종 통과할 수 있었다.
여기에 부동산 상승기까지 겹치면서 재건축을 통한 집값 과열을 고려해 심사가 더 소극적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주택 매수 심리가 꺾이자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를 풀기 시작했고 지난달 7일엔 '규제 대못'으로 꼽히던 안전진단까지 완화하면서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줄이어 허들을 넘고 있다.
구조안전성 비중은 50%에서 30%로 낮추고 1차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D등급)을 받아도 큰 하자가 없는 이상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도 생략하게 했다.
그 뒤로 노원구에서도 상계주공 1·2·6단지, 상계한양아파트, 상계미도아파트, 하계장미아파트 등 6개 단지가 '조건부 재건축'에서 재건축 확정으로 변경됐다.
송파구에서도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올림픽선수기자촌, 한양1차, 풍남미성, 풍납극동 등 4곳이 지난달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을 동시에 넘었다.
'우리도 하자' 분위기 이어질까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준비하기 위한 단지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목동신시가지 9·11단지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예비안전진단을 위한 동의서를 받고 있다.
노원구 하계동에서는 현대우성이 최근 모금을 완료하고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다. 극동건영벽산, 한신·청구, 청솔아파트 등도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정밀안전진단을 준비 중이다.
경기도 광명 하안주공6단지는 지난달 25일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를 출범하고 2차 정밀안전진단 준비에 나섰다. 이곳은 지난해 5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로 인접한 하안주공7단지와의 통합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지난달 24일 영등포구청으로부터 재건축추진위원회 구성을 승인 받았다. 2017년 안전진단을 조건부로 통과한 이후 사업이 멈췄던 이 단지는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사업에 나설 방침이다.
이처럼 재건축 주민들 사이에선 정부가 규제를 풀어줄 때를 기회 삼아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자는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분양 시장이 좋지 않지만 재건축 사업 기간이 워낙 길기 때문에 일단 인허가 풀렸을 때 사업을 진행시키자는 분위기"라며 "재건축 사업성이 양호한 단지들은 오히려 부동산 시장이 약간 쿨 다운 됐을 때 사업 추진을 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건축 첫 발을 떼긴 수월해졌지만 사업성을 좌우할만한 각종 변수들이 남아있어 중장기적으로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건축 사업에 있어 관건은 분양가와 연결되는 금리 인상, 자재비 및 인건비 인상 등에 따른 공사비 인상, 주택 경기 침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이라며 "분양가가 높아지면 집값 상승세가 아닌 이상 수요자들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향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