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집잇슈]장관도 아니라는데…고개 드는 집값 바닥론 정체는

  • 2023.03.07(화) 07:10

거래 회복에 금리 동결…'바닥 쳤다', '다지기' 의견 분분
잦아든 집값 급락세 영향…횡보 이후 흐름은 '미지수'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른바 집값 바닥론에 대한 논쟁이 한창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바닥을 찍었다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선을 그은 바 있는데요. 그런데도 곳곳에서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거나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얘기들이 지속해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로 여겨지는데요. 집값이 떨어진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벌써(?) 바닥론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바닥론이라는 건 도대체 어떤 걸 의미하는 걸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하락 1년도 안 돼 반등?…고개 드는 집값 바닥론

최근 증권가에서는 부동산 매매 가격이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리포트가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이 내놓은 '2월 부동산 지표 점검, 바닥 통과 중'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인데요.

배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연초 이후 아파트 고가 대비 30~40% 이상 하락한 급매물들이 대거 거래됐고, 매물들이 거래된 이후 실거래가가 전저점 대비 다시 상승한 단지가 여럿 출현하는 등 아파트 가격의 바닥은 통과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주간 아파트 가격 지수의 전주 대비 변동률은 빠르면 3월 이내에 플러스 전환도 가능하다"고도 했습니다.

집값 바닥론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곳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헬리오시티입니다. 총 951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인 만큼 다른 단지보다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특히 최근에 거래량이 급증하고 상승 거래까지 나타나는 분위기입니다.

헬리오시티 매매 거래량은 지난달에만 33건으로 집계됐는데요. 지난해 12월 거래 건수가 16건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매매가격이 다소 올랐다는 점도 눈에 띄는데요. 이 단지의 전용 84㎡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16억~17억원대에 팔렸는데 지난달 들어서는 18억원 이상에 팔리는 사례가 대다수를 차지하며 시장 가격으로 안착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단지의 84㎡가 지난 2021년 매매가 23억원을 찍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억원이 떨어진 수준이긴 하지만 이제는 집값 하락세가 멈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의견 분분 속 "급락세는 끝, 상승세는 아직"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합니다. 배 연구원의 말처럼 집값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는 경우도 있고요. 원 장관의 말처럼 때 이른 예측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집값은 더 떨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요.

그만큼 미래의 집값 흐름을 예측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다만 전문가들의 의견에 일부 공통점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국 주택매매가격 전망 및 향후 주택매매시장 반등시기 전망. /그래픽=비즈워치.

일단 올해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지난해에 나타났던 집값 급락세의 흐름이 반복되지는 않을 거라는 점입니다. 금리 인상 기조가 잦아들고 있고 정부의 규제 완화로 일부 수요가 살아난 영향인데요. 이에 따라 올해는 완만한 하락세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KB금융지주연구소 최근 '2023 KB부동산 보고서'를 통해 전문가들의 부동산 경기 전망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이에 따르면 전문가의 95%가 올해 집값이 하락할 거라고 전망했는데요. 그야말로 압도적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의 70%가량이 5% 미만의 하락률을 점치고 있습니다.

연구소도 올해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는데요. 당분간 주택시장의 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입니다.

우선 지난 정부에서 대출 규제가 크게 강화하면서 현재 주택 가격 대비 대출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습니다. 현재 가계대출 연체율도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집주인들이 줄줄이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가격 하방 경직성이 강해 어느 정도 집값이 떨어지면 하락세가 잦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또 하나의 공통 의견도 있습니다. 하락세가 잦아들며 혹여 집값이 단기간 반등하더라도 이 흐름이 장기 상승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점입니다.

사실 배 연구원 역시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앞으로 눈에 띄는 가격 반등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제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부동산 지표의 부진은 여전하지만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는 게 그가 말하는 '바닥론'입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마찬가지입니다. KB금융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반등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45%로 가장 많았는데요. 이는 반대로 전문가의 절반 가량이 적어도 내후년은 돼야 반등이 가능할 거라고 답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난해 가파르게 떨어지는 흐름은 일단은 멈춘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에서도 최악의 상황은 지났으니 집주인은 버티고 매도인은 관망하는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모양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만 급락세가 멈췄다고 해서 바닥을 찍고 상승세가 시작될 거라는 전망은 너무 때 이르다"며 "지난해에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다소 비정상적인 하락세가 이어졌다면 앞으로는 '안정적인 고금리' 환경에서 집값 흐름이 장기 L자형이 될지, 아니면 다시 급락세가 나타날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도 "금리 인상 기조가 다소 꺾이면서 급락세는 잦아들고 있다"며 "다만 여전히 금리가 높고 대외 변수가 어떻게 움직일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당분간 집값이 매도·매수자 간 힘겨루기 속에서 바닥을 찾아가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