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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부잡]미분양 공포 속 완판?…혼란한 주택시장 보는 법

  • 2023.03.08(수) 16:16

서울은 상승 거래·분양 완판…전국 미분양 위험선 훌쩍
①양극화 심화 ②분양 시장 특성 ③과도기 현상 가능성
"일부 사례로 확대해석 경계해야…침체 요인 여전"

지난해 집값이 급락하면서 서울의 일부 주요 단지에서는 이제 일부 상승 거래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워낙 가격이 많이 떨어졌으니 '이 정도면 살 만하다'고 판단한 일부 수요자가 움직이는 영향으로 풀이되는데요.

주택 거래량도 고개를 드는 분위기입니다. 또 서울과 수도권 주요 분양 단지의 경우 수요가 몰리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고요. 이는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이른바 바닥론으로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집잇슈]장관도 아니라는데…고개 드는 집값 바닥론 정체는(3월 7일)

반면 전혀 다른 흐름도 눈에 띄는데요. 국내 미분양 주택 수는 위험 수위를 훌쩍 뛰어넘으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분양 증가세는 이어질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고요. 이처럼 냉·온탕이 혼재한 부동산 시장,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서울 청약 훈풍?…완판에 경쟁률 수백 대 일

전문가들이 최근 주택 시장의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가장 자주 내놓는 말은 '양극화'입니다. 지역과 입지, 가격에 따라 수요가 한쪽으로만 쏠린다는 건데요. 시장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수요가 한정적이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 서울에서는 일부 분양 단지에 수요자가 북적이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하고 기존 주택 시장에서는 상승 거래까지 이뤄지고 있는데요.

서울 양평동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의 경우 지난 7일 진행한 일반공급 모집에 2만명 가까운 인파가 몰리며 평균 경쟁률 200대 1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이나 장위자이 등 주요 분양 단지들 역시 줄줄이 '완판'을 하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관련 기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청약 2만명 몰렸다…"최고 356대 1"(3월 8일)

지난해 집값이 급락했던 송파구 헬리오시티 등 서울 주요 지역 대단지에서도 하락세가 잦아들고 일부 상승 거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일부에 국한한 것일 뿐 그 외 지역의 경우 여전히 가격이 하락하거나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정반대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국 미분양 주택 수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낙폭이 줄고 있기는 하지만 서울 집값은 40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죠. 특히 지방의 경우 집값이 지속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미분양 주택 수도 급증하며 경고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7만 5359가구를 기록했는데, 이중 지방(6만 3102가구)의 비중은 84%에 달합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부의 규제 완화를 통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에는 이미 수요가 있었던 영향으로 이 지역들에만 도움이 되는 분위기"라며 "지방과의 경우 그간 쌓여 있던 미분양의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어떤 주택이든 분양이 잘 됐던 시기와 요즘과 같은 침체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지 당 수백채…'미분양 증가' 막기 어려워"

전문가들은 또 기존 주택 시장에서는 하락장 속에서도 일시적인 가격 상승세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분양 시장은 힘든 구조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분양 시장과 기존 주택 거래 시장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경우 총 951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인데, 이 중 몇몇 가구가 상승 거래되고 또 몇몇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면 가격이 오른 것으로 집계됩니다.

남은 수천 가구의 '가격'은 그대로인데 반등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이는 수요가 위축한 침체장에서 거래량이 턱없이 적더라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반면 분양 시장에서는 해당 단지 물량이 모두 팔려야 미분양 증가세가 줄어들 여지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500가구가 분양으로 나온다면 이 물량이 전부 팔려야 하는 건데요. 요즘같이 수요가 적은 환경에서는 단지마다 수백 가구에 이르는 물량을 소화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요즘같이 어려운 침체 상황에서 정당 계약 20%도 버겁다는 현장이 많아 미분양은 당분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구매 능력이나 욕구가 약한 실수요자들이 대상인 분양 시장에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꺾인 요즘 분위기를 감안하면 미분양이 안 늘어나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침체 원인은 여전…혼란한 시장 속 신중해야"

일부 단지에 수요가 몰리고 가격이 오르는 등 침체기와 상반되는 흐름이 나타나는 것은 시장 과도기에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 반등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오랜 상승장 뒤에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나타날 수 있는 혼란한 장세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치 주식시장에서 특정 종목이 장기 하향 곡선을 그리더라도 중간중간 일시적인 상승 곡선이 그려지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인데요.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과거에도 부동산 경기의 큰 흐름이 바뀌는 초입에는 지역에 따라, 상품에 따라 온도 차가 있는 혼란스러운 모습이 연출되곤 했다"며 "분명한 점은 하락장이 시작된 지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환경 속에서 부동산 시장에 앞으로 어떤 흐름을 보일지 조금 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의 부동산 시장 침체 요인이 여전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물가 인상과 고금리 기조, 주식시장 침체, 그리고 국내 주택 시장에서의 전셋값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주택 매매 시장만 나홀로 반등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무조건 집값이 떨어지리라는 건 아닙니다. 만약 전쟁이 끝나거나 물가가 단기간에 떨어지며 금리 역시 인하할 경우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지겠죠. 다만 이런 환경 변화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고 원장은 "부동산 경기는 주식시장 등 자산 시장 중에서도 천천히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며 "시장 침체를 유발한 대외 변수가 여전하고 주식 시장도 살아나지 못했는데 벌써 미분양이 감소할 거라거나 집값이 오를 거라고 예측하기는 때 이르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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