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분양가가 12억원이 넘는 아파트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등 냉각된 청약시장 분위기를 해소하려는 취지다. 규제에 막혀 대출이 불가능했던 서울 강남 등의 아파트들이 수혜 대상이다.
문제는 금리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시중은행들은 중도금 대출 금리를 7%대까지 끌어올렸다. 대출을 받으면 초기 자금 부담은 줄지만, 결국 수천만 원의 이자를 감당해야 해 실수요자들의 호응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년 만에 중도금 대출 규제 풀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20일 중도금 대출 분양가 상한 기준 규정을 폐지했다. 올해 1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업무계획의 일환이다.
2016년 8월 분양가에 따른 중도금 대출 규제를 시작한 지 약 7년 만이다. 당시 정부는 분양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은 중도금 대출 보증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규제했다. 작년 11월에는 이같은 기준을 12억원으로 상향했고, 곧장 폐지까지 감행했다.
새로운 규정은 20일 이후 중도금 납부를 진행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오는 6월부터 중도금 상환을 시작하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 등이 수혜 대상이다. 이 단지는 전용 84㎡ 분양가가 12억~12억원 선으로 지금까진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이미 중도금 상환을 시작했더라도 시공사와 입주자 간 협의를 거치면 남은 회차에 대해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이 불가능해 '현금 부자'만 진입할 수 있었던 서울 강남권역 아파트들의 문턱이 낮아진 셈이다. 최근 서울 청약 경쟁률이 상승세인 가운데 강남 등의 단지들은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 지역에선 △서초 방배6구역(1097가구) △서초 래미안원펜타스(641가구) △송파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등이 올해 분양 예정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에선 이미 실수요자 외 가수요자까지 청약시장에 진입하는 분위기"라며 "규제 완화로 매수심리가 소폭 회복한 틈을 타 분양 예정 물량들이 순차적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리…이자만 수천만원
다만 청약수요 유입이 큰폭으로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많다. 현재 기준금리가 3.5%에 달하는 등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 중도금 대출을 받아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인다 해도 이자 부담이 크다.
서울 중랑구 리버센 SK뷰 롯데캐슬은 최초 중도금 대출 금리를 6.92%라고 안내해 논란이 됐다. 이 단지는 다음 달 10일 중도금 1회차 납부를 앞두고 최근 수협은행을 대출 기관으로 선정했다.
입주예정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금리를 6.04%로 낮췄지만, 여전히 이자 부담이 크다. 예를 들어 분양가가 9억원인 전용 84㎡를 계약한 경우, 중도금 60%를 전액 대출받는다면 금리가 변동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이자만 총 5863만원이다.
이외에도 충북 청주 오송 서한이다음 노블리스는 중도금 대출 이자가 최근 연 7.34%까지 올랐다. 공공분양 아파트인 경기 평택 고덕신도시 A54블록 역시 중도금 대출 금리가 연 6.63%에 달한다.
시장은 고금리 기조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본다. 금융 비용 부담이 증가하면 매수심리는 더 위축할 가능성이 크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난달 말 기준금리가 동결됐지만, 여전히 경제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당분간 금리 인상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이라며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라 분양가가 저렴하지 않은 이상 수요가 몰리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