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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낮은 출생률 '집값에도 책임있다'

  • 2023.03.02(목) 06:30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OECD 최저
국토연, '집값 상승 충격' 없어야 출생률 회복

작년 출생아 수가 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통계청은 작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전년(0.81명)보다 0.03명 감소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한국은 16년째 OECD 회원국 중 출생률이 가장 낮은 국가입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가장 자주 꼽히는 게 '집값'입니다.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주거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니 출산을 포기한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집값 상승 시기와 출산율 하락 시기가 겹치기도 합니다.

공공주택 공급도 쉽지 않습니다. 전 정부가 시도한 '신혼희망타운'은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역차별'을 우려해 미혼 청년과 40~50대 무주택자 등에 골고루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이런 정책이 출생률에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집값 오르면 합계출산율 감소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4.4%(1만1500명)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0.03명 감소했습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로 지난 2016년부터 7년째 감소 중입니다.

2020년 기준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이들 국가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59명으로 한국은 이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2004년부터 16년째 출산율이 가장 낮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0.59명)이 가장 낮고, 부산(0.72명), 인천(0.75명) 순입니다.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세종조차 1.12명으로 인구를 유지하는 데는 역부족입니다.

충격적인 결과에 또다시 '집값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집값이 너무 비싸져서 출산을 포기한다는 겁니다.

국토연구원이 작년 발표한 '주택가격 상승이 출산율 하락에 미치는 동태적 영향 연구'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1% 상승할 때 합계출산율이 0.002명 감소합니다. 특히 주택가격에 '충격'이 발생하면 최장 7년간 그 영향력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집값 상승에 대한 출산율의 반응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저금리 기조 영향 등으로 2010년대 중반에 집값이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자녀 출산에 따른 비용과 주택가격의 상충 관계 또한 심화한 것으로 봅니다.

보고서는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선 상당기간 원리금 상환을 위한 지출이 필요하고, 출산 역시 꾸준히 비용이 발생한다"며 "주택 구입과 출산에 대한 의사결정은 미래 발생하는 비용과 매우 밀접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주택가격 상승 충격은 자녀 출산을 포기하게 할 유인이 존재하며, 최근으로 올수록 이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공공주택 공급도 지지부진

집값이 출생률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하더라도 정부가 집값을 조절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올랐던 집값이 내려간다고 해서 출생률이 오른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과거 집값이 '반짝' 하락했던 2018~2019년도에도 출생률은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면 어떨까요. 문재인 정부는 신혼부부만을 위한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 출범한 '신혼희망타운'입니다.

신혼희망타운은 혼인기간 7년 이내, 또는 6세 이하의 자녀를 둔 신혼부부에 공급하는 주택입니다. 분양가는 시세의 60~70%로 저렴하고, 연 1.3%의 고정금리로 집값의 70%까지 대출을 제공합니다. 상환기간도 최장 30년에 이릅니다.

문제는 집을 팔 때 시세 차익의 최고 50%를 토해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업 초기엔 공급 면적을 전용 60㎡ 미만으로 제한해 아이를 낳고 살기에 비좁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결국 미달이 속출하는 등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관련 기사:계속되는 신희타의 굴욕…국토부 개선 의지는?(2021년 12월13일)

윤석열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다른 정책을 내놨습니다. 신혼희망타운은 자취를 감췄고, 나눔·선택·일반형의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특별공급 물량을 청년과 생애최초 등에 고루 배분한 게 특징입니다. 일반형에선 신혼부부 공급 비중을 기존 30%에서 20%로 축소하기도 했습니다.

그간 공공주택에서 배제됐던 무주택 4050세대와 청년 등에 청약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지만, 신혼부부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 공공주택 청약 자격 규정…청년은 '부모 자산'도 고려(2022년 11월28일)

정부는 합계출산율이 내년에도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혼인 감소 등의 영향으로 2025년부터는 반등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런 예측이 통하려면 '집값 상승 충격'이 없어야 합니다. 국토연구원은 주택가격과 공급량 모두 안정적일 때 출생률 하락이 멈출 수 있다고 봅니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주택가격이 특정 시기에 크게 상승하거나 크게 하락하는 등의 높은 변동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시장 수요자들이 부담가능한 수준의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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