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 끈다. 통상적으로 강남 집값의 흐름이 서울 주택 시장의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서울 강남권에서 청약에 돌입하는 단지들이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강남 3구 단지들의 경우 절대적인 가격은 높지만 아직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인근 시세보다는 저렴하게 분양가가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수요자들이 얼마나 몰리느냐에 따라 서울 전체 부동산 시장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강남, 집값 반등 거래량 급증…서울 회복세 이끌어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넷째 주 서울 강남구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19%를 기록하며 전주(0.10%)에 비해 상승 폭이 크게 확대했다. 강남구 집값은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상승 폭도 키워가고 있다.
강남구뿐 아니라 서초(0.13%)와 송파(0.26%), 강동(0.05%) 등 서울 강남권의 집값이 일제히 상승세를 지속하며 서울 전체 집값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강남4구가 포함된 서울 동남권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4월 셋째 주에 0.02%를 기록하며 11개월 만에 상승 반전했고 이후 6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집값 역시 한 달 뒤인 5월 넷째 주에 상승 전환했다.
강남 4구의 아파트 거래량도 눈에 띄게 늘면서 서울 전체 거래량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5월 31일 현재 집계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3181건을 기록했는데 이 중 760건(23.9%)이 강남 4구에서 이뤄졌다. 서울 전체 거래량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하반기 청약 줄줄이…서울 주택 시장 '가늠자'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강남권에서 주요 단지들의 청약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분양이 없었던 강남·서초구에서는 강남구 청담르엘과 서초구 래미안원펜타스, 신반포메이플자이 등의 분양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송파구에서도 잠실래미안아이파크와 잠실르엘 등이 연내에 분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서울에서는 청약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4월 서울 평균 청약 경쟁률(1~2순위)은 46.4 대 1로 지난해(10.9 대 1)보다 4배가량 늘었다.
아직 구체적인 분양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강남·서초구 단지들의 경우 평(3.3㎡)당 분양가 6000만원을 상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워낙 고가인 탓에 일반 청약 시장과는 다른 분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강남 3구의 경우 아직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만큼 주변 단지보다는 저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변수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 단지들의 청약에 많은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강남권에서 오랜만에 나오는 분양이라는 점에서 대기 수요가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는 점과 강남 3구에서도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청약에 추첨제가 도입되는 등 규제 완화의 영향으로 경쟁률이 치열할 거라는 전망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둔촌주공 입주권이 수억 원 더 비싸게 팔리는 등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서울 주요 지역의 수요가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또 수요자들이 앞으로 분양가가 지속해 오를 거라는 판단에 고가에도 불구하고 청약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흥행 정도에 따라서 향후 서울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올해 서울 청약 경쟁률이 45대 1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역시 높은 수준으로 서울은 수요가 이미 회복했다고 볼 수 있다"며 "여기에 더해 고가의 강남 아파트 청약마저 크게 흥행할 경우 이는 서울 부동산 시장이 완연하게 회복했다는 방증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위원은 "통상 특정 지역의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면 이후 청약에서 떨어진 수요자들이 인근 신축 등으로 돌아선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인근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서울 전체 주택 시장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