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집값 흐름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이제 집값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리라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의 상승 흐름이 데드캣 바운스(일시적 가격상승)에 그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집값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지표들이 아직은 불명확한 경우가 많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 가격이 일부 반등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의 역대급 거래 절벽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지역별로 편차가 있는 데다가 거래량은 아직 평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금리가 여전히 높고 국내 전반적인 경기 흐름 역시 좋지 못하다는 점에서 집값 바닥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다.
서울, 1년 반 만에 상승…수요자도 "집값 오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오르며 상승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오른 건 지난 2021년 12월(0.25%) 이후 17개월 만이다. 서울 집값은 지난 6월 셋째 주(19일 기준)까지 5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집값 상승세가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과 경기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최근의 반등 흐름이 일부 수요가 많은 지역에 그칠 거라는 일각의 전망과는 다르게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해 말 월 1000건에도 미치지 못하며 역대급 거래절벽을 기록한 바 있다. 반면 올해 들어서는 1월에 1000건을 넘어선 이후 지속해 증가해 지난 5월에는 3373건(6월 29일 집계 기준)까지 증가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자 수요자들의 심리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거라는 인식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8일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0을 기록했다. 전월(92) 대비 8포인트 올랐다.
이 지수는 기준치인 100보다 높으면 1년 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는 뜻이고, 낮으면 집값이 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단 의미다.
"바닥 찍고 반등 vs 하락 폭 둔화에 그칠 것"
전문가들은 지난해 집값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흐름에서 일단 벗어났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하반기 역시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 집값이 바닥을 찍고 반등 흐름을 만들 거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집값이 추세적으로 오르기보다는 보합세나 소폭 등락하는 데 그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이는 여러 지표가 아직은 불명확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선 집값 상승론은 여러 여건이 지난해보다는 확연하게 나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방향성이 지속해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그간 집값을 통제하고 있던 금리 상승 기조가 한풀 꺾인 데다가 정부의 1.3 대책으로 각종 규제가 풀리기도 했다"며 "이에 따라 최근 주택 거래량이 늘고 있고 실수요자들도 지금의 집값을 저점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지며 서울과 수도권은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집값이 추세 상승할 만한 여건이 갖춰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는 예측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금리는 아직 집값 상승 요인이라기보다는 하방 요인에 가깝다"며 "또 주택 거래량 역시 아직은 평년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역시 아직 국회에 계류된 법안들이 남아 있어 다주택자 등 투자 수요까지 끌어들일 힘이 부족하다"며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하향하던 집값 흐름이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건산연은 최근 발표한 올해 하반기 주택부동산 경기 전망에서 집값 하락세가 둔화할 수는 있지만 계속 이어질 거라고 전망했다. 올해 5월까지 4.1% 하락세를 기록한 뒤 하반기에 추가로 0.7%가 더 하락할 거라는 분석이다. ▷관련 기사: 건산연 "하반기 수도권 집값 보합…반등은 일러"(6월 26일)
무역수지 등 실물 경기 회복이나 기준금리 변동 등 거시 경제는 물론 주택 거래량과 전세 시장 흐름 등 여러 변수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분양 시장이 살아나고 집값도 서울에 이어 경기도와 인천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승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국내 경기가 아직 침체해 있고 무역수지 적자 등 실물 경기도 좋지 않다는 점에서 하반기까지는 큰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러 대내외 여건이 회복하고 올해 가을 이사 철까지 주택 거래량이 지속해서 늘어난다면 내년에는 추세적인 상승까지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나 중소 건설사 도산 등이 이어진다면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