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상당히 안정됐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일 최근 주택 가격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8월 내놓은 공급대책(8·8 대책)과 수요관리대책(8·20 대책) 이후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이 주춤했다고 보면서 전국적으로 안정세가 유지될 거라는 전망도 했는데요.
그러나 해당 발언을 한 지 4일 만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집값 예측이 어려워지는 모양새입니다. 통상 금리를 내리면 대출 이자 부담이 줄면서 주택 매수세가 붙거든요. 이번 금리 인하가 다시 집값 상승폭 확대의 변곡점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닐까요?
서울도 수도권도 집값 상승세 '주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매매가격지수 변동률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상승했습니다. 전주(0.02%) 대비 상승 폭이 축소했는데요.
전국 집값은 지난 6월 셋째주(17일, 0.01%)부터 17주째 상승 중인 가운데, 8월 마지막주(26일, 0.08%)을 기점으로 상승 폭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서울 집값도 이번 주 0.10% 올라 전주 수준의 상승률을 유지했죠.
서울 집값은 3월 마지막주(25일, 0.01%)부터 29주째 상승곡선을 타고 있습니다. 8월 둘째주(12일)만 해도 한 주 만에 0.32% 오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다시 상승폭을 줄여오고 있죠.
부동산원 측은 "서울은 최근 가격 상승세 둔화로 매수 관망심리가 견고해지며 매물이 증가하고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다"면서도 "신축·학군 수요 등에 따른 국지적 상승 거래가 관측되면서 전기 상승세를 유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집값을 선도하는 지역들의 집값 상승률은 비교적 높습니다. 강남구 집값은 지난주 0.18%에서 이번 주 0.20%로 올랐고요. 서초구(0.17→0.15%)는 지난주 대비 상승폭은 줄었지만 서울 평균 상승률을 웃돌죠.
마포구는 지난주 상승률 0.15%에서 이번 주 0.17%, 용산구는 0.14%에서 0.16%, 성동구는 0.14%에서 0.15%로 각각 올랐는데요. 마포는 신공덕·염리동 대단지 위주로, 용산구는 한강로·이촌동 위주로, 성동구는 성수·응봉동 주요 단지 위주로 상승했습니다.
이번 주 수도권 상승률은 0.06%로 전주 수준을 유지했고요. 인천은 지난주 0.03%에서 이번 주 0.02%, 경기는 0.05%에서 0.04%로 상승 폭이 줄었습니다. 지방 집값은 전주와 마찬가지의 -0.02% 하락폭을 유지했고요.
이런 흐름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의 주택 가격을 안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전망 역시 자신감을 실어 긍정적으로 내놨습니다. ▷관련 기사:국토장관에 집값 전망 물으니 "전국적 안정세 유지"(10월7일)
박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최근의 집값 추세에 대해 "전국적으로 봤을 때 좋게 얘기하면 주택 가격이 상당히 안정됐고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지역도 많다"고 평가했고요. 향후 집값에 대해서도 "전국 안정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금리가 변수될까? '그다지…'
하지만 '10월 금리 인하설'이 현실이 되면서 다시 집값 불안 우려가 나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기준 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는데요.
한은의 금리 인하 결정은 지난해 1월(3.25%→3.50%) 이후 21개월 만이죠. 이로써 2021년 8월(0.50%→0.75%)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막을 내린 겁니다.
대출자들은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입니다. 수도권은 가뜩이나 집값이 비싼데 높은 대출 이자까지 감당해야 해서 부담이 컸거든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도 0.25%포인트 하락한다면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이 약 3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은이 2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에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67.7%)을 적용해 시산한 결과인데요. 개인으로 따지면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5만3000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문제는 집값입니다. 통상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주택 매수세가 붙으면서 집값이 오르는 흐름이 나타났거든요. 대출을 끼고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수요자라면 이자 부담이 적을 때 주택 매수를 결정하니까요.
한은의 지난달 금융안정상황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내리면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은 1년 이후 0.43%포인트, 서울은 0.83%포인트 각각 더 오른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중 금리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주택 수요자들의 셈법 계산이 바빠질 듯한데요.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빅데이터랩장은 "종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차주나 주택 등 부동산 자산 매입자의 이자 부담이 일부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이미 금리 인하 예상이 있었던 데다, 금리보다는 대출 규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만큼 향후 주택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함 랩장은 "9월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기준금리 빅컷(0.5%포인트 인하) 이후 이미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선반영됐다"며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움직임이 더해져 10월 기준금리 인하 효과 발현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아울러 "금융권의 주담대와 입주장의 갭투자 관련 전세 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주택 거래 총량과 매맷값 상승 움직임은 둔화할 양상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