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에어사이드(항공기 이동지역)에도 자율주행 차량이 다닌다. 인천공항 4단계 건설 사업을 통해 탑승장 내 자율주행 여객 운송수단(AM)이 도입되는 가운데, 제한 구역에서도 자율주행 화물견인 차량을 이용한 물류 이송이 시도된다.
인천공항 탑승장에는 승객 화물 운반용으로 자율주행 운송수단이 2020년 도입된 바 있다. 하지만 더 치밀한 보안 및 안전 관리가 요구되는 제한구역에서 자율주행이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범 운행이 성공하면 향후 정식으로 도입될지 주목된다.
3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자율주행 솔루션 전문기업 토르드라이브에 따르면 양사는 최근 인천공항 제한구역 내 화물견인 자율주행 차량의 시범 운행을 본격 시작했다.
공사와 토르드라이브는 지난해 11월 협약을 체결하고 공항 제한구역 내 자율주행 차량을 운행하기 위해 안전과 관련한 여러 항목 검사를 진행해 왔다. 총 7번의 시험을 거쳐 지난달 21일 토르드라이브가 시험 운행 자격을 최종 취득했다.
공항 제한구역은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고도의 안전성과 정밀성이 요구되는 구역으로 항공기 주기장, 화물터미널 등이 속한다. 혹시라도 자율주행 차량이 항공기에 부딪히면 막대한 재산·안전상 피해가 불가피한 탓에 안전성 검사가 긴 기간인 1년가량 진행됐다.
첫 도입 사례인 만큼 토르드라이브, 공사, 한국교통연구원이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안전지침을 수립했다. 공사는 제한구역 내 안전사고를 막고 물류 이송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항목·기준 등을 전달했다.
토르드라이브는 공사의 의견 등을 반영해 안전지침을 구체화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기존 교통체계에서의 자율주행 필요 요소를 지상조업도로에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자문했다.
토르드라이브는 장애물 탐지 및 회피, 보행자 대응, 무신호 교차로 및 지하차도 주행 등의 안전성 평가 항목을 통과했다. 그 과정에서 위성항법시스템(GPS) 신호가 약하고 저조도 환경으로 자율주행 기술 구현에 어려움이 많은 지하차도 구간에서도 안정적인 자율주행 성능을 입증하며 기술력을 확인받았다.
이 화물견인 자율주행 차량은 항공기 주기장과 화물터미널 등 공항 제한구역 내에서 화물 및 수하물을 운송하는 지상 조업에 활용된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전문기업 모트렉스와 협업해 개발됐다.
화물견인 자율주행 차량은 에어사이드 내 화물터미널~CCC센터(물류 창고)를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로 왔다 갔다 하는 시범 운행을 하고 있다. 왕복 7km 구간으로 관련 법에 따라 유인자율주행으로 운행 중이다. 초기인 만큼 항공기와 동선이 겹치는 교차구간은 사람이 수동 운전한다. 전구간 자율주행이 향후 목표다.
토르드라이브는 이번 자율주행 시험운행을 통해 공항 물류 환경에서의 특수 데이터를 선점해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공항 내 복잡한 물류 시나리오에 최적화된 기술을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개선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겸비한 솔루션을 개발할 예정이다. 더불어 관련 기관 및 항공사와의 협력을 통해 실증 운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항 물류 자율주행 솔루션의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토르드라이브는 지난 2020년 10월 시작한 인천공항 탑승장 등 실내 운행 자율주행 시범사업에 전동차 '에어라이드'를 개발해 공급하기도 했다.
토르드라이브 관계자는 "이번 자격 획득은 자율주행 차량이 운행된 바 없는 공항 제한구역 내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첫 단계를 열었다는 점에서, 국내 공항 자율주행 기술 도입의 새로운 이정표"라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