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선도지구의 재정비사업 현실화는 결국 '추가 분담금'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사단가 급등으로 인해 분담금 부담 없이는 신축 아파트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거론되는 분담금은 예상치일 뿐이다. 정확한 액수는 조합 설립 후 시공사 선정이 가시화될 즈음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분담금 관련 합의 문제를 감안하면 정부가 제시한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는 게 선도지구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목소리다. 안전진단 완화 등 인허가 간소화로 사업 속도를 높여주겠다고 하지만 착공까지 거쳐야 할 단계가 많기 때문이다. 최소 2035년은 돼야 새집에 들어갈 수 있을 거란 관측도 나왔다.
분당·일산도 분담금 4억원?
성남 분당신도시는 샛별마을, 양지마을, 시범단지 등 3개 구역 1만948가구가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분당구 수내동의 A 공인중개사는 "환급금을 돌려받는다는 얘기도 있지만, 공공기여를 최소한으로 넣는다 해도 동일 평형 이동 시 1억5000만~2억원 정도는 분담금이 나올 것"이라며 "그래도 신축이 되면 차익이 분담금보다 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선도지구로 묶인 여러 단지 가운데 대지면적이나 평형 구성이 비슷한 아파트는 분담금 역시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분담금은 똑같을 수밖에 없다"며 "이해관계가 묶여서 한 단지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다른 건 조율하더라도 분담금이 크게 차이 나면 사업 추진이 안 될 것"이라고 봤다.
분당구 분당동의 B 공인중개사는 "통상적으로 전용 84㎡ 기준 분담금이 4억~5억원이라고 보면 된다"며 "정확히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고 자잿값이 오르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양 일산신도시 선도지구는 백송마을, 후곡마을, 강촌마을 등 3개 구역 8912가구다. 일산서구 일산동의 C 공인중개사는 "동일 평형 배정 시 3억~4억원 정도는 나올 것 같다"며 "주민 90% 동의로 선도지구 선정됐으니 70% 동의로 조합 설립하는 데에 별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일산동구 백석동의 D 공인중개사는 "평균 용적률이 160% 정도라 향후 300%를 받게 되면 사업성이 충분히 확보될 것"이라며 "동일 평형 이동 시 분담금은 걱정 안 해도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억원대에 나온 전용 84㎡ 매물은 계약을 앞두고 보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집주인들은 팔 생각이 없음에도 호가를 올리기 위해 9억원 후반에 내놓기도 한다"고 전했다.
대형에서 '국평' 가면 돌려받을지도?
안양 평촌신도시는 꿈마을 금호, 꿈마을 우성, 샘마을 등 3개 구역 5460가구가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동안구 평촌동의 E 공인중개사는 "추진위가 통합 재건축 동의서를 받을 때 분담금 없이 전용 101㎡(38평)를 84㎡(34평)로 배정해 주겠다는 1대1 재건축을 약속했다"며 "분담금 3억원이란 얘기도 들리는데 대지 지분이 커서 그렇진 않다. 보수적으로 봐도 1억5000만원 남짓 나올 듯하다"고 말했다.
동안구 호계동의 F 공인중개사는 "평촌은 대형 평수 조합원이 많아 분담금이 너무 커지면 소형을 받으려 할 수도 있다"며 "선도지구 지정 후 6개월 안에 기본 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하니 내년 3~4월이면 대략적인 분담금이 산출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부천 중동신도시와 군포 산본신도시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2개 구역 5957가구가 선도지구로 선정된 중동은 대형 평형과 소형 평형 위주 단지가 혼합된 모습이었다. 원미구 중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용 134㎡(49평)에서 49평을 받으면 추가 분담금 4억원, 전용 84㎡(34평)을 받으면 환급금 1억~1억5000만원 정도 나올 것"이라며 "전용 53~85㎡(16~25평)인 주공의 경우 평수를 늘리려면 분담금이 상당할 것"이라고 봤다.
산본신도시는 2개 구역 4620가구가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군포시 산본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용 101㎡(38평)에서 38평으로 갈 때 2억~3억원 정도 내지 않을까 추산한다"며 "안목치수로 하면 전용 101㎡(구 38평)보다 전용 84㎡(신 34평)이 더 넓으니 34평을 받는 게 유리할 듯하다"고 말했다.
"분담금? 입주 때 대출받으면 돼"
일부 부동산 업지들은 "지금이 1기 신도시 투자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야 입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 [신도시 정비 챌린지]①금융 지원 '퍼주는' 이유(12월2일) [신도시 정비 챌린지]②5년 뒤 집들이 단지, 과연 있을까?(12월3일)
분당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 계획인 2027년 이주, 2030년 입주가 물리적으로 가능할 것 같진 않다. 최소 10년은 봐야 할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분담금은 크게 걱정할 부분이 아니다. 입주 때 집단대출을 활용하면 되니 분담금을 못 내서 집을 파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벌써 2025년인데 2년 안에 이주시킨다는 게 현실적인 이야기냐"라며 "지금 통합 추진위를 만들어 선도지구 지정만 된 거고 조합 설립, 시공사 선정, 건축허가 등 갈 길이 멀다"고 봤다.
평촌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행정·법률적인 부분을 도와준다지만 나머지는 조합원들이 합의해야 한다. 앞으로 받아야 할 동의서만 해도 4~5개"라며 "조합·신탁 방식 선택, 시공사 선정, 분담금 산정 등 과정이 한없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정확한 분담금은 입주 때 산출하는 만큼 지금은 사업성이 좋은 곳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공공기여가 많으면 용적률 혜택이 희석되는 점을 고려해 대지면적이 크고 조합원 수가 적은 단지에 투자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