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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금 치를 수 있겠죠?"…계엄령에 주택시장 화들짝

  • 2024.12.04(수) 14:58

비상 계엄에 환율 급등하며 경제 불안
대출 제한·매수심리 위축 등 우려 증폭
집값 하락·양극화 심화 등 전망 어두워

지난 3일 밤 돌연 선포된 비상계엄에 부동산 시장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계엄령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그 사이 환율이 치솟고 가상화폐가 폭락하는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서다.

부동산 시장은 이번 계엄 소동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지만, 중장기적으로도 악영향이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선 대출 제한이 강해지거나 관망세가 짙어져 거래가 급격히 위축될 것 등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당장 큰 변화는 없겠지만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 집값 약세, 양극화 심화 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계엄령을 선포하고 4일 새벽 이를 해제했지만, 느닷없는 정치적 돌발변수 등장은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주택 매수자나 매수를 가늠하고 있던 대기자들은 금융 불안 가중으로 대출에 문제가 생길까 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가뜩이나 대출 규제 강화, 금융사들의 대출 관리 등에 따라 연말 들어 주택담보대출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국내 정세 불안으로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면 향후 대출 금리가 오르거나 신규 대출 취급이 막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전날(3일) 밤 10시27분 비상계엄을 선포한 즉시 시장이 요동쳤다.

달러·원 환율은 밤사이 1440원을 돌파하며 2년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고 4일 오전 코스피는 전날보다 1.8% 하락한 수준(2454.68)에서 개장했다. 가상 화폐 가격도 일제히 급락했다.

비상 계엄 선포 직후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잔금 치러야 하는데 대출 막히는 것 아니냐", "주담대 심사 서류 준비하고 있는데 대출 안 될까봐 걱정이다", "집 내놨는데 더 안 팔리겠다" 등의 우려 섞인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부동산 시장은 규모가 큰 만큼 당장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진 않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더군다나 계엄 상황이 6시간 만에 종료돼 충격파가 적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환경이 갈수록 척박해지는 상황에서, 계엄으로 인한 정국 혼란이 추가 변수로 작용하며 집값 침체, 시장 불균형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다행히도 계엄 상황이 빨리 종결되긴 했지만 향후 정치권 싸움으로 번질 테고 탄핵으로까지 이어지면 매수 심리가 더 위축될 것"이라며 "정국이 불안한데 누가 빚내서 집을 사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까진 집값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은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11월 2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2% 하락했다. 한 주 전 0.01% 내리며 27주 만에 하락 전환한 데 이어 내림폭이 더 커졌다.

같은 기간 서울 집값은 0.4% 오르며 36주째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오름폭은 전주보다 0.02%포인트 줄었다. 서울의 매맷값 상승률은 10월 둘째주(0.11%) 이후 줄곧 낮아지고 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도 "원자재 가격 상승, 내수 경기 위축, 공급 축소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국까지 혼란스러워지면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특히 "지금도 지역 간 부동산 양극화가 심하다. 서울 내에서도 '똘똘한 한 채'로 인식되는 고가 주택은 대기 수요가 있을 정도로 호황이지만 일부는 미분양도 있다"며 "부동산 불안 심리가 커질수록 고가 주택만 오르면서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외환 보유고나 유동성이 충분한 상황이라 비상계엄에 따른 혼란 상황이 조속히 정리되기만 한다면 부동산 시장 충격이 크지 않겠다"며 "골절까지는 안 가고 멍 드는 정도에서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오히려 이번 사태로 정권이 교체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고개를 든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송승현 대표는 "추후 정권이 바뀌어 민주당이 집권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인식이 있고 거기에 금리 인하 흐름까지 맞물리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상승 기대감이 형성될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김인만 대표는 "문재인 정권 때는 집값 저평가, 규제 완화 상황에서 다시 규제를 조이며 가격이 올랐는데 지금은 버블이 남아 있는 상태라 정권이 바뀐다고 규제를 추가하기 어렵고 공급량도 변수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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