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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증권사 CEO 소집..."시장 불확실성 대비 비상대책 마련" 주문

  • 2024.12.05(목) 08:00

금감원, 5일 36개 증권사와 긴급현안 간담회
시장 변동성 확대 대비 컨틴전시 플랜 마련
IPO·공개매수 주관 부적절 업무관행에 경고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해제 사태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증권업계를 소집했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의 역할을 강조하는 동시에 시장상황 급변에 대비해 '종합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신한투자증권의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손실 사태를 비롯한 각종 증권업계 사건, 사고 배경으로 '내부통제 미흡'을 꼽으며 내부통제 운영 적정성을 강도높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금융시장 불안 속 증권사 역할·책임 강조

금융감독원은 5일 오전 7시30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 36개 증권사 대표이사(CEO)를 소집해 긴급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 주재로 열렸으며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과 36개 증권사 대표이사 및 임원이 참석했다. 

당초 금감원은 4일 오전 증권사 CEO 간담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이날 새벽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로 인해 일정을 연기했다. 

함용일 부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전 증권사의 대비상황을 점검하고 그간 감독·검사 과정에서 확인한 주요 현안에 대해 증권업계와 논의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며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자본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인 증권사의 적극적인 역할과 책임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함 부원장은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유동성, 환율 등 리스크 요인별로 종합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금융당국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하고 불공정거래 모니터링과 내부통제를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신한투자증권 사태 '내부통제, 성과체계' 동시 지적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그간 발생한 증권업계 사건, 사고와 관련 검사 과정에서 나타난 점을 톺아봤다. 

우선 금감원은 대규모 손실로 하반기 자본시장을 놀래킨 신한투자증권 ETF LP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내부통제 부실'을 지목했다. 앞서 지난 10월 신한투자증권은 ETF LP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1300억원의 추정 손실이 발생했다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ETF 거래 활성화를 돕는 LP 역할을 맡은 증권사는 ETF 가격 하락에 대비해 공매도나 장내선물거래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신한투자증권 관련 부서 직원들이 추가 수익을 내기위해 무리하게 선물매매를 하다가 손실이 났다. 해당 직원은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스왑거래(계약에 따라 정해진 시점에 자금이나 자산을 교환하는 거래)계약을 체결했다고 허위 보고했고, 이를 회사는 두 달간 인지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에 금감원은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ETF LP북과 장외파생계약 운용, 부서실적 검증과 관련한 내부통제 기준을 없었을 뿐더러, 리스크관리부와 전략기획부 등 주요 통제부서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신한투자증권 ETF LP 손실 사고의 또 다른 원인으로 단기실적 중심의 성과보수체계를 꼽았다. 단순 헷지(위험회피)가 주된 업무인 LP운용부서에 자기투자(PI) 부서와 동일한 성과체계를 적용했기 때문에 무리한 차익거래를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함 부원장은 "상급자의 수직적 내부통제와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감사 부서의 수평적 내부통제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업무별로 업무목적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 구조가 설계됐는지, 내부통제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CEO가 직접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투자자 보호 소홀 IB 업무관행에 '엄중조치' 경고

금감원 또한 기업공개(IPO)나 공개매수 등 IB관련 주관업무에서 드러난 부적절한 업무관행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그간 업계에서 추정 이익을 부풀려 공모가를 과도하게 높게 산정하거나, 공모주 주관업무를 맡는 동시에 프리 IPO 참여, 실권주 인수, 상장전환우선주(RCPS) 전환 등을 통해 보유한 주식을 상장 직후 팔아치우는 사례가 발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8년 에이비엘바이오 상장주관을 하면서 떠안은 실권주를 상장 직후 매도해 제재를 받았고, 올해는 에이럭스 상장을 주관하며 프리IPO 투자에 참여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상장 직후 팔아 논란이 빚어졌다. 

증권신고서 등 공시 서류에 중요 투자판단사항을 기재하지 않는 등 주관사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사무취급과 일반공모 유상증자 모집주선을 동시에 맡았는데, 일반주주에게 불리한 유상증자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함 부원장은 투자자와의 이해상충 관리에 소홀하거나, 주관사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엄중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고려아연 유상증자 관련한 증권사 검사와 관련 "상당히 유의미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증권사들은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리스크관리와 모니터링 강화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부통제와 성과평가 체계를 전사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금융투자상품 판매 및 중개 등 업무 프로세스 전 과정에서 업무관행을 개선하기로 약속했다. 

금감원은 향후 자본시장 관련 긴급 현안사항 발생할 경우 'CEO 레터'를 통해 신속하게 현안을 공유하고 대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2025년 검사업무 핵심과제로 '내부통제 운영 적정성'을 설정하고 이를 강도높게 점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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